月刊 아이러브 PC방 7월호(통권 392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이 정도면 PC방 업종은 어떤 저주에 걸린 것이 분명하다. 엔데믹 시대에 돌입해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쾌재를 부르던 참이었는데 ‘역시나’였다. 최저임금, 근로기준법, 전기요금, 대출상환 등 난제가 동서남북에서 포위한 형국이다. 적을 알아야 이길 수 있다 하니 끊임없이 두리번거리면서 동태를 살펴야 할 강적들을 정리해봤다.

최저임금 인상 및 업종별 차등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내년도 최저임금은 PC방 업주를 포함해 자영업·소상공인 초미의 관심사다. 코로나 시국을 헤쳐나오면서 매출은 박살이 났는데, 물가와 공공요금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여기에 최저임금까지 급격히 올라버린다면 그야말로 ‘카운트 펀치’가 될 공산이 크다.

실제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도 최저임금이 현 9,620원에서 노동계의 요구안인 12,210원(인상분 26.9%)으로 인상시 소규모사업장(근로자 5인 미만)의 일자리가 최소 15.1만 개에서 최대 19.6만 개까지 줄어든다. 고용이나 사업을 포기하는 자영업·소상공인이 속출한 결과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최저임금 의결을 완료해 최종안을 제출해야 하는 기한일은 지난달 29일이었으나 예년과 마찬가지로 제대로 지켜지진 않았다. 오히려 예년보다 심각한 파행만 거듭하고 있다. 경영계와 노동계의 견해 차이가 워낙 극명한 탓이다. 지난 4월부터 시작된 회의는 단 한 번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8차 전원회의에 이르러서야 경영계가 공식적으로 최초 요구안인 ‘동결’을 제시할 수 있었다.

또한, 올해는 추가적인 이슈까지 더해졌다. 회의의 한 축을 구성하는 근로자위원 중 결원이 발생한 것이다. 이를 조속히 해결하고 논의를 시작했다면 더할 나위 없었겠지만, 정부 측에서도 이 인사 문제에 매몰되며 진척이 없었다. 경영계와 노동계는 전원회의에서 최저임금 수준을 논의하지 못하고 언론에 서로의 요구안을 발표해대며 서면회의를 진행하는 것처럼 보인다.

최저임금과 관련해 또 다른 주제였던 업종별 차등 적용은 이미 좌초됐다. 지난달 22일 최저임금위원회 7차 전원회의에서 표결을 진행했지만 반대 15표, 찬성 11표로 부결됐다. 결과적으로 2024년도 최저임금은 업종별 구분 없이 단일 금액으로 적용된다.

업종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일괄적인 적용으로 인해 지불능력과 매출이 부족한 취약업종에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일부 자영업·소상공인 업종은 아예 고용을 포기하거나 줄폐업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근로기준법 확대 및 주휴수당
5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됐던 근로기준법을 5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되는 것도 PC방 업계에는 커다란 부담이다. 제아무리 대형 PC방이라고 한들 5인 미만 사업장이다. 상시근로자가 5인을 넘길 정도로 큰 대형 매장은 코로나 시국 이후에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근로기준법이 확대 적용되면 가산 수당과 연차 휴가 등에 따른 비용이 커지고, 해고 제한 및 서면통지와 부당해고 구제 신청 등으로 인한 행정적 비용까지 전부 PC방 업주의 몫이 될 판이다. PC방 업주를 포함해 소상공인 업계에서는 경기가 극도로 침체해 인건비를 감당하기도 어려운 지금 근로기준법을 확대하는 것은 ‘가게를 접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반발하고 있다.

가산 수당과 연차 휴가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연장 근로 시 임금 1.5배, 휴일 근로 시 임금 1.5배(8시간 초과 시 2배), 명절 등 특수휴일 근로 시 임금 2배, 오후 10시~오전 6시 근무 시 추가수당 50% 지급, 1년간 80% 이상 출근한 직원에게 15일의 유급휴가 지급, 여성 근로자에게 월 1회의 생리휴가 보장 등의 내용이다.

이 같은 내용은 전부 일반적인 기업체에나 적용될 법한 내용으로, 소상공인들의 영세사업장과는 동떨어진 사안들이다. 특히 PC방 운영에는 치명적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만약 PC방을 비롯해 소상공인 업종에 근로기준법이 확대 적용되면 궤멸적인 경제적 타격이 예상된다. 실제로 지난달 21일에는 이를 저지하기 위한 궐기대회가 국회 앞에서 열리기도 했다.

다만 정부와 여당에서도 이런 실정과 반발을 고려해 노동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 단계적·순차적·점진적 적용이라는 표현을 써가면서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6월 중으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간다고 했던 노동개혁특별위원회는 아직도 별다른 발표가 없다.

한편, 한국노무사회는 세미나를 열고 노동특위에서 연차유급휴가, 여성 근로자 보호, 야간 및 휴일 근로 제한 등 5인 미만 사업장에 경제적 부담이 덜한 내용들을 우선적으로 적용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자영업·소상공인들을 옥죄던 주휴수당과 관련된 논의는 전혀 진척이 없었다.

전기료 인상 및 체제 개편
3분기 전기요금이 동결됐다. 그래픽카드의 전력 소비와 에어컨 냉방비 때문에 걱정이 앞섰던 PC방 업주에게는 한숨 돌릴 수 있는 희소식이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전기료는 지난 5분기 연속으로 올랐다. 2022년 1분기와 비교하면 ㎾h당 총 40.4원이나 상승했다. 지난해부터 40% 가까이 인상된 전기요금을 어깨에 짊어진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PC방이라는 업종은 PC가 내뿜는 열기에 맞서 냉방기를 열심히 가동할 수밖에 없고, 여기에 24시간 영업이라는 특성까지 맞물려 있어 여름철에는 전기 사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기상청은 이번 여름은 폭염이 빈번하고, 장마가 오래 지속될 것이라 예보했다. 냉방이 아니라 제습 때문에라도 올해 PC방 에어컨은 바쁘게 돌아갈 전망이다.

PC방을 포함해 전기 사용량이 많은 일부 자영업·소상공인 단체에서는 전기요금과 관련해 정부에 읍소하기도 했다. 소상공인을 에너지 취약계층에 포함해 지원을 법제화하는 방안과 함께, 소상공인의 전기요금을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산업용으로 재편하거나 아예 소상공인 전용 전기료 체계의 신설을 요청했다. 소상공인은 산업용보다 약 20% 비싼 일반용 전기요금에 편입돼 있는 실정을 지적하면서 제도적 도움을 구한 것이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 이창양 장관은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이와 관련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완곡하게 거부 의사를 나타냈다. 이 장관은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상업적인 성과가 좋은 경우도 많다”며 “전기·가스 요금 체납 가구 수는 감소하고 있다.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상당히 두텁게 하겠다”고 말했다.

PC방이 에너지 취약계층에 포함될 가능성도, 일반용 전기가 아니라 산업용 전기로 재편될 가능성도, 소상공인 전형 전기요금 체계가 신설될 가능성도 요원해진 것이다.

코로나 대출 상환유예 9월 만료
여름 성수기 이후의 일이긴 하지만 대출 상환 압박도 점차 심해질 예정이다. 코로나로 인한 자금 유동성 문제를 덜어주기 위해 제공됐던 대출 상환유예 조치가 종료되기 때문이다. 대출 만기 연장은 오는 2025년 9월 말까지 가능하지만, 상환유예는 오는 9월 말까지 추가 연장하는 것이 마지막이다.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자영업자 대출 현황’에 따르면 2022년 4분기 기준 자영업자 대출은 1,019조 8,000억 원에 이른다. 코로나 시국 직전인 2019년 4분기 기준 대출 규모 684조 9,000억 원과 비교하면 등폭은 334조 9,000억 원에 육박한다. 전체 대출 중 720조 3,000억 원은 연쇄채무가 발생할 수 있는 다중채무 자영업자라는 점에서 더욱 위태로워 보인다.

실제로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지난해 4분기 기준 약 1,020조 원에 달하며, 연체율은 0.26%로 최근 3년 내 최고 수준이다. 정부도 빚 갚을 능력을 상실한 소상공인을 위해 새출발기금을 운용하고 있다. 한편, 지난 4월 기준 기금 채무조정 신청자는 2만3,067명, 채무금액은 3조 4,805억 원에 그친다. 이처럼 대다수의 소상공인이 채무 상환 의지를 갖고 상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코로나 시국을 그저 버티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대출을 결정한 PC방 업주들도 한둘이 아니다. 그런데 코로나가 끝났지만 매출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게임트릭스가 집계하는 최근 PC 가동률은 코로나 이전보다 코로나 시국에 가깝다. PC방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상환유예 만료가 대출받은 PC방들의 연쇄적인 폐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할 정도다.

폐업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대출금 일시 상환을 만기일까지 유예해주는 내용의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정치권에서 추진되고 있지만, 가게 문을 닫은 소상공인만을 대상으로 한다. 이제 그만 가게 문을 닫으라는 얘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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