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책상 밑으로 머리 숙여 40분 간 여성 다리 훔쳐 본 범인
검찰은 건조물 침입 혐의 적용, 대법원은 원심과 달리 무죄 판단

PC방에서 책상 밑으로 여성의 다리를 훔쳐 본 범인이 최근 대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은 사건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검찰이 건조물 침입 혐의를 적용했는데, 대법원에서 이를 인정하지 않자 정치사와 맞물려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사건의 내용은 이렇다. 20대 남성인 김모씨는 지난해 2월 24일 대전의 한 PC방에서 책상 밑으로 머리를 숙여 맞은편 좌석에서 게임을 즐기던 여성의 다리 부위를 약 40분 간 훔쳐봤다. 이에 검찰은 김씨를 건조물, 쉽게 말해 PC방 침입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특히 김씨는 PC방에서 범행하기 10분 전에도 대전의 한 잡화점에서 여성 옆에서 바지와 속옷을 내리고 음란한 행위를 한 혐의(공연음란)까지 받고 있었다.

1심과 2심 법원에서는 김씨에게 두 사건 모두 범죄혐의를 인정해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영업장소에 영업주의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으로 들어갔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건조물침입죄에서 규정하는 침입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사건을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대법원 판례가 이목을 집중시킨 이유는 정치적인 사건 때문이다. 약 25년 전인 1992년 12월 11일 김기춘 전 법무부장관은 당시 부산시장, 부산지검장, 부산경찰청장, 부산교육감 등 지역 기관장들을 음식점인 초원복국에 불러 ”지역감정을 부추겨 김영삼 민주자유당 후보를 당선시키자“고 제안했고, 이러한 내용이 폭로되면서 초원복국 사건이 정치사에 남게 됐다.

하지만 당시 폭로 후 여론은 불법 도청에 무게가 쏠렸고, 불법 도청했던 관계자들은 당시 법원이 ”식당 주인이 도청용 송신기를 설치하려는 자들에게 출입을 허용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주거침입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처벌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당시 법원 판례를 뒤집은 것으로, PC방 등 영업장소에 통상적이고 일반적인 방법으로 출입했다면 건조물 침입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는 내용이기 때문에 PC방 업주들도 이번 판례를 기억해 분쟁에 휘말릴 경우 합리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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