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IT 기업군에서 원대한 계획으로 진출하는 PC방
수많은 기업 도전했지만 전문성 부족으로 대부분 실패
기업은 본업으로 회생하지만, 기존 PC방에는 파괴된 상권만 남아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들이 자사 브랜드 홍보를 위해 PC방을 차린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흐지부지 사업을 철수한 사례가 대부분이었으며, PC방 업계 내에서 오히려 기업 이미지만 갉아먹을 정도로 상권 질서만 흐려 놓은 경우가 많았다.

그동안 수많은 기업들이 직접 또는 자회사를 통해 PC방을 오픈해왔다. 한 게임사는 홍대 클럽 자리를 인수해 대형 PC방을 차린 후 이스포츠 경기장으로 활용하며 자사 게임을 홍보하는 전초기지로 활용한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웠지만 5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폐업했다.

또한 개인방송 플랫폼 기업이나 가격비교 플랫폼 기업도 PC방을 자신들의 사업에 적략적으로 활용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도전장을 냈지만 성공했다는 평가를 내리기에는 부족한 모습이다. PC방 오픈 당시에는 업계 안팎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세월이 흘러 현재 시점에서는 브랜드 인지도나 그로 인한 파급효과는 실종된 상태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PC 하드웨어 커뮤니티와 이스포츠 구단으로 유명한 기업이 잇따라 PC방을 오픈했다. 이스포츠 구단 기업은 PC방을 단순한 수익 수단이 아닌 팬 카페로 활용하면서 다양한 부가수익을 창출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의 비전을 그리고 있지만, PC 하드웨어 커뮤니티가 오픈한 PC방은 수개월 동안 오픈 이벤트를 진행하며 PC방 업주들을 자극하고 있다.

기업에서 오픈하는 PC방은 대부분 최신 하이엔드급의 PC 사양과 최고급 인테리어 등 화려하면서도 호화로운 시설을 자랑한다. 하지만 PC 하드웨어 유통사들을 비롯한 관련 업체들과의 스폰서십을 통해 일반 PC방 업주들보다 오히려 초기 투자비가 적은 경우가 많은데, 화제성 때문에 저절로 홍보가 되기도 한다. 여러 면에서 유리한 출발을 하는 셈이다.

하지만 기업에서 창업한 PC방들의 사업목표 달성이 어려운 원인은 현저히 떨어지는 전문성에 있다. 기업이 PC방을 통해 얻고자 하는 사업목표의 가치와 오로지 PC방의 수익만으로 생존해야 하는 자영업·소상공인의 목표 가치는 공존이 어렵다. 기업이 사업목표 달성에 매진하면 기본적인 PC방의 수익성이 하락하고, PC방 수익에 초점을 맞추면 기업목표와 괴리가 나타난다.

이처럼 공존하기 어려운 가치를 하나로 엮으려는 기업의 목표가 낮은 성공률의 대표적 원인으로 지적되며, 방향성이 명확하지 않다 보니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기업 PC방들이 상권 질서를 흐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하드웨어 커뮤니티가 지난해 12월 오픈한 PC방은 4개월 넘게 시간당 PC 이용요금을 500원으로 책정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잔뼈가 굵은 업주들이 대부분인 PC방 업계에서 이 같은 오픈 이벤트가 새로운 일은 아니다. 이미 스스로 브랜드 인지도를 갉아먹기 시작하며 사업목표는 물론, 기본적인 수익성에 있어서도 전형적인 실패의 수순을 밟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다만, 자본력을 갖춘 기업은 PC방 사업에 실패한다 하더라도 다시 본업에 충실하면 되지만, 파괴된 상권질서는 생존의 경쟁을 거듭하는 PC방 업주들이 온전히 감내해야 한다. 이에 PC방도 소상공인적합업종으로 지정해 기업이 함부로 시장에 진출할 수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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