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11월호(통권 372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세계적으로 고사양 휴대폰의 보급이 늘어나면서 모바일게임 시장이 커진 가운데, 국내 게임산업은 유독 모바일게임 쪽으로 급격하게 치우친 경향을 보이고 있다.

시대에 따라, 그리고 사회 분위기에 따라 트렌드는 변하기 마련이며, 게임산업도 이와 마찬가지다. 세대를 거쳐오며 패키지 게임에서 온라인 게임으로, 액션과 슈팅, RPG 등 장르의 흥망성쇠가 이어져 왔다.

분명 모바일게임 분야는 게임산업의 새로운 시장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너무 한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게임 시장 절반이 모바일게임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이 발표한 ‘2020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게임 시장 규모는 15조 5,750억 원으로, 2013년을 제외하면 지난 10년간 꾸준히 높은 성장세를 유지했다. 특히 2019년 한국 경제 성장률은 2%에 그친 데 반해 게임 시장은 9%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모바일게임 분야는 지난 2017년 처음으로 PC게임 시장 규모를 넘어선 이후 2019년 국내 게임 시장에서 절반의 비중을 차지했다. 2019년 모바일게임 시장 매출은 7조 7,399억 원에 이른다.

모바일게임 산업이 부상함에 따라 PC게임 비중은 전년 대비 4.3% 감소해 30.9%를 기록했으며, 이는 전년 기준 35.1%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결과다. PC게임 비중이 줄어들면서 게임 유통 플랫폼에서 PC방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점차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최근 국내 게임사들의 신작 게임 출시를 보면 모바일게임이거나 모바일과 PC의 멀티&크로스플랫폼인 경우가 대부분으로, 올해 국내 게임 시장 추세도 지난해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왜 모바일게임만 커졌나
내 모바일게임 산업이 PC와 콘솔과 비해 급격하게 성장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먼저 고성능 휴대폰의 개발과 보급이다.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음악, 사진 등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가전기기의 다양한 부분이 스마트폰 안으로 들어왔으며, 게임도 이 중 일부분에 속한다.

해를 거듭하며 스마트폰은 풀 3D 게임을 구동할 수 있을 만큼 발전했으며, 5G 통신망 확대를 비롯해 뛰어난 접근성과 편의성이 시너지를 발휘해 모바일은 게임 수요를 대거 흡수하게 됐다. 콘진원은 아동과 여성 등 게임을 처음 접하는 이용자들이 PC나 콘솔보다 모바일게임을 더 선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이유로는 각종 게임 규제와 현금 결제의 용이함이다. 지난 2011년 도입돼 10년간 유지되었던 셧다운제는 미성년자의 게임 심야 이용을 제한했지만, 모바일게임은 해당되지 않았다.


또한 현금 결제의 편의성에서 모바일게임은 다른 플랫폼보다 앞선 위치에 있다. 미리 등록한 정보에 따라 화면만 클릭하면 결제가 되기 때문에 이용자들의 결제 유도가 쉬울 수밖에 없고, 게임사 입장에서는 PC게임보다 ‘돈이 더 되는’ 게임 쪽으로 치우쳐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결국 국내 게임산업은 규제와 기술 발전이라는 환경 속에서 모바일게임 쪽으로 기울어질 수밖에 없었고, K-게임은 이용자들의 결제를 끊임없이 유도하는 P2W(Pay to Win) 즉 ‘돈 써야 이기는 게임’이라는 오명을 얻게 됐다.

K-게임 갈라파고스화 우려
스마트폰 기술이 발전하면서 국내 모바일게임이 성장했다면 해외 사정은 어떨까?

시장조사기관 NPD그룹이 발표한 ‘모바일 타블렛 게임’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북미 지역에서 모바일게임의 성장이 두드러진 모습은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 내면을 보면 차이점은 분명하다.

해외에서 인기를 끄는 모바일게임은 <캔디크러쉬사가>나 <포켓몬고>, <클래시오브클랜> 등 모바일 환경에서 최적화된 게임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국내 게임사들이 기존의 IP를 모바일 버전으로 출시하는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최근 출시와 동시에 PC방에서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디아블로2: 레저렉션>은 ‘잘 만들어진’ 게임이 세월을 거듭해 다시금 인기를 끌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주고 있다. 접근성과 쉬운 결제 유도의 함정에 빠져 한쪽으로 치우쳐지는 경향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국내 시장에만 고립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

세계적인 게임 전시회에 K-게임이 조명받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 돼버린 요즘, ‘돈 써야 이기는 모바일게임’이 한국 게임의 대명사가 되지 않기 위해서 분위기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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