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12월호(통권 373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게임산업 시장조사기관 뉴주(newzoo)는 전 세계 33개 시장의 게이머들 중 약 30%는 AAA 타이틀 이상의 게임을 즐기고 있고, 25%의 사람들은 타임킬링 콘텐츠로 게임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이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10~65세 인구의 절반 이상은 어떤 방식으로든 게임을 즐기고 있으며, 4명 중 한 명은 게임 플레이에 제대로 시간과 장비를 투자한다. 세계의 게임 개발사들도 모바일이 대세인 현재 56%가 PC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게이머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충족시켜 주는 대작 타이틀은 연일 게이머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국내 게임 개발사들이 내놓는 작품들에서는 전 세계를 아우를 만한 퀄리티를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 국내 게임사들은 게임의 완성도보다는 매출을 더 높이는 것에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PC방 점유율 순위에서 넥슨의 2005년작 <서든어택>이 2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결코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다.

2021년 국내 개발사 신작, 7인치에 갇혔다
지난 10월 1일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위원이 감사장에 2개의 게임을 들고 나왔다. 밸브가 개발한 VR 게임 <하프라이프 알릭스>, 엔씨소프트가 개발한 <리니지W> 트레일러 영상이었다. 당시 이상헌 위원은 두 게임사는 설립 시기가 1년도 차이나지 않는데 현재의 결과물이 이렇게 다르다고 비판했다. 요약하자면 밸브가 게임 퀄리티 향상에 집중하는 동안 엔씨소프트는 확률형 아이템을 비롯한 비즈니스 모델에만 집중했다는 것이다.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황희 장관은 이 위원의 질의에 “국내 게임사 VR 기술을 지원하겠다”는 동문서답으로 면박을 받기까지 했다.

결제가 쉽고 접근성이 높은 모바일게임으로 매출을 높이는 것에 치중하는 것은 엔씨소프트뿐이 아니다. 3N으로 일컫는 국내 3대 개발사 모두 2021년에 출시한 신작 모두가 모바일게임이다. 카카오게임즈, 크래프톤 등 2K를 더해도 올해 출시된 PC 게임은 <이터널리턴> 뿐이다. 해외 게임사들이 규모를 막론하고 PC, 게임 콘솔 등 다양한 플랫폼의 신작을 내놓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 게임사들은 7인치의 작은 화면과 터치뿐인 인터페이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 게임史 중 GOTY 수상은 고작 ‘15개’
이런 상황에서 전 세계 게이머들의 선택인 ‘Game Of The Year’(이하 GOTY) 의 국내 게임 수상은 요원하다. 지난 2017년 펍지주식회사의 <배틀그라운드>가 10개 매체에서 GOTY를 받으며 국산 게임 역대 2번째 GOTY 수상작이 된 점은 칭찬할 만하다. 하지만 그 이전이나 이후에 GOTY를 비롯해 다양한 부분에서 국산 게임들이 수상은커녕 후보에조차 잘 오르지 못하고 있는 점은 무척 아쉽다.

11월 중순 현재 5대 시상식 중 골든 조이스틱 어워드가 GOTY 후보작 10개를 공개하고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데스루프>, <라쳇앤클랭크: 리프트어파트> 등이 1위 경쟁을 벌인 결과, 캡콤의 <바이오하자드 빌리지>가 2021 GOTY를 수상했다. 지난 2017년 <젤다의전설: 야생의숨결>, 2018년 <갓오브워>는 5개 중 4개 시상식에서 수상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5대 시상식 수상이나 최다 GOTY까지 바라는 것은 무리겠지만, 2017년의 <배틀그라운드>처럼 적어도 세계의 게이머들에게 어필할 만한 작품이 기다려지는 것은 사실이다.

GOTY 2021의 유력한 후보

플랫폼을 아우르는 대작 타이틀이 필요하다
지난 몇 년간 제대로 만들어진 국산 PC 게임 타이틀이 없었던 만큼, 머지않은 미래에 PC를 포함해 다양한 플랫폼으로 여러 작품들이 출시될 예정이다. 독일에서 열린 게임스컴 2021에서 펄어비스가 공개한 <도깨비>는 세계적인 찬사를 받았고, 11월 초 네오위즈가 공개한 <P의거짓> 인게임 영상 또한 많은 기대감을 끌어모았다.

현재 PC방을 이끌어나가고 있는 PC 게임 장르는 MMORPG와 FPS, 그리고 <리그오브레전드>의 RTS 등이다. 게임트릭스의 PC방 게임사용량 순위 상위 20개 중에서는 RPG가 10개로 가장 많고, FPS가 4개, RTS가 3개로 뒤를 잇고 있다. 유일한 스포츠 게임인 <피파온라인4>도 높은 인기를 끌고 있고, 레이싱 게임 <카트라이더>도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오랜 시간 사랑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작품이 세대교체를 이루는 것도 중요하다. PC방 인기 게임 20개 중 절반 이상이 출시 10년 이상 지난 구작들이다. 꾸준히 업데이트되고 있긴 하지만 후속작의 실패로 자리물림을 하지 못한 고전도 있다. 게임사들에게는 기존의 인기를 놓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자세 대신 새로운 지식재산권(IP)에 도전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이런 도전은 현재 5대 게임사 대신 펄어비스, 네오위즈 등 2그룹 개발사들이 하고 있는데, 규모의 경제에 대응해 많은 여력을 가진 개발사의 선행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아직도 10년 전 비즈니스 모델을 버리지 못한 기업이 내년에 크게 달라지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지만, 게이머로서 가지게 되는 일말의 희망을 개발사 스스로 끊는 만행은 저지르지 않아야 할 것이다.

처럼 확률에 돈을 쏟아붓는 페이투윈 게임보다는 처럼 완성도 높은 게임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처럼 확률에 돈을 쏟아붓는 페이투윈 게임보다는 처럼 완성도 높은 게임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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