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코로나19의 두 얼굴, 게임사도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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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코로나19의 두 얼굴, 게임사도 두 얼굴
  • 승인 2020.05.01 14:17
  • 문승현 기자
  • press@ilovepcb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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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刊 아이러브PC방 4월호(통권 353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PC방과 게임사는 게임으로 장사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코로나19가 야기한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났다.

일단 PC방은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PC 가동률은 예년과 비교해 절반 가까이 폭락했다. 소상공인연합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동인구와 매출이 각각 80%씩 감소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시중에 동나버린 방역 물품을 마련하고, 일 없는 알바생에게 급여를 지급하고, 또 정부와 지자체의 감염예방수칙을 따르느라 피로감이 누적되는 등 육중고(六重苦)에 시달리고 있다.

반면 게임사는 정반대의 상황을 맞이했다. 자발적으로 집에 머무는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에 참여 열기가 높아지면서 게임, 특히 온라인게임들은 때 아닌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코로나19 창궐 이후 PC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Steam)은 동시 사용자 기록을 수차례 경신했다. 콘솔 진영도 상황은 다르지 않아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는 접속자가 급증했고, 엑스박스 라이브는 ‘전례가 없는 수준’이라며 점검에 나섰다.

벼랑 끝으로 내몰린 PC방
코로나19 이전에도 PC방 업계의 지상과제는 ‘집에서 게임하는 사람들을 PC방으로 유인하기’였다. PC방이 아닌 곳에서 게임하는 인구의 규모가 크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지만 이걸 해내는 일은 또 다른 차원이다. 시설대여업이 피할 수 없는 어려움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에는 과제의 내용이 뒤집어져 ‘그나마 있던 손님들이 집에서 게임하지 않게 하기’가 됐다. 정부도 PC방 등 다중이용시설 이용을 자제하라고 호소하고 있다. 시국이 급박하니 만큼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이 와중에 지자체는 PC방이 ‘감염관리 책임자 지정’, ‘이용자 및 종사자 전원 마스크 착용’, ‘발열, 인후통, 기침 등 유증상자 출입금지(종사자 1일 2회 점검)’, ‘이용자 명부 작성 및 관리(이름, 연락처, 출입시간 등)’, ‘출입자 전원 손 소독(손소독제 비치여부)’, ‘이용자 간 최대 간격 유지 노력’, ‘사업장 환기 및 영업 전후 소독·청소’ 등을 지키지 않으면 벌금 300만 원을 부과한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평소 PC방을 너무나 사랑했던 게이머라도 이런 분위기 속에서 자주 이용하던 매장에 충성심을 지켜내기는 어려운 일이다. 이는 받아들이긴 슬프지만 PC방 업주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사실이다.

집 안으로 숨어버린 사람들
PC방은 초토화됐지만 그렇다고 앓는 소리 하기도 머쓱하다. 다들 힘든데 괜한 엄살을 부리기 민망해서다. 그런데 냉정히 얘기해서 다 힘든 건 아니다. 얄궂게도 ‘코로나 특수’를 누리는 업종도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표적인 업종이 택배다. 사람들이 야외활동과 외출을 자제하고 사람과의 접촉을 꺼리다보니 생겨난 현상이다. 업계에 따르면 택배물량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크게 늘어났다. 평시 대비 30~40% 늘어났다고 하니 엄청난 증가폭이다. 택배회사 중에는 코로나19를 대목이라고 판단, 배송기사들이 받는 건당 배송 수수료를 삭감해 이윤을 극대화하는 경우도 있어 지탄을 받기도 했다.

이런 경향의 연장선상에서 사람을 대면하지 않아도 되는 모든 온라인 서비스는 일단 호황이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학원가는 온라인 강의 중심으로 시스템을 재편하고, 가수들은 랜선공연을 선보이고, 박물관은 온라인 기획전을 열고, 각종 세미나들은 웹과 결합한 ‘웨비나’로 전환하기도 했다. 또한 기성 방송국이나 스트리밍 플랫폼은 폭증한 시청자 규모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사람과 대면하지 않고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대표적 엔터테인먼트인 게임도 성수기를 맞았다.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은 지난달 중순을 기준으로 웹 트래픽이 22% 상승했으며, 이용 유형별로는 온라인게임 트래픽이 75%나 증가해 등폭이 가장 컸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감염의 위험에 노출되지 않고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온라인게임은 판데믹 상황에 최적화된 엔터테인먼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임 장애’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개정안을 의결한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이 오죽하면 SNS를 통해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방법의 하나로 게임을 제시했을까.

PC방만 우울하지 게임사는 웃고 있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는 말처럼 글로벌 게임사들은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블리자드는 지난달 21일부터 오는 20일까지 한 달 동안 MMORPG <월드오브워크래프트>에서 ‘지혜의 바람’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경험치 획득량이 100% 증가하는 이번 이벤트는 MMORPG의 특성 상 게이머들의 접속시간을 크게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개학 연기로 인해 가정에 있는 학생들을 위해 <마인크래프트> 마켓플레이스에 교육 콘텐츠를 무료 배포하고 있다. 플레이어는 NASA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만들어진 국제 우주 정거장을 탐색하거나 워싱턴 DC의 주요 명소를 방문할 수 있다. 또 코딩하는 법을 배우거나 해양 생물학자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다.

유비소프트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RPG <차일드 오브 라이트>를 무료로 배포했다. 또한 코로나19에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고자 <어쌔신크리드 오디세이>와 <고스트리콘 브레이크포인트>도 무료로 제공했다. 이 외에도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래밍 학습 게임 <래빗즈 코딩>도 무료로 제공한다.

이런 분위기는 게임 이벤트뿐만 아니라 국내 게임주들의 주가 상승에서도 읽을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게임사 트래픽 상승에서 코로나19 반사이익의 냄새를 맡고 달려드는 중이다. <리니지M>과 <리니지2M>을 가진 엔씨소프트의 목표주가는 연일 상승 중이다. 심지어 지난달 중순까지 코스피가 12.3% 하락하는 와중에도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23.1%나 뛰어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조이시티는 하락장에서 선방하고 있다. 조이시티는 연초 이후 상승률이 38.1%로 가파른 상승세를 내달리고 있다. 신작 <블레스 모바일>이 동력을 제공했다는 평가다. 펄어비스도 올해 상반기 출시가 예정된 신작 온라인게임 <섀도우 아레나>에 대한 기대감까지 겹치면서 증권가 목표주가가 연일 상승하고 있다.

위트와 위로에 담긴 진정성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전 세계적인 수준으로 퍼져나간 지난달에는 또 하나의 이슈가 있었다. 세계 최대 포르노 사이트 폰허브(Porn hub)가 타이틀을 방콕허브(Stayhome hub)로 개명한 것이다.

코로나19 판데믹 상황에서 괜히 밖으로 싸다니지 말고 집에서 야동이나 시청하라는 일시적 농담으로 치부할 수 있다. 그러나 한 달간 프리미엄 서비스를 무료로 선보이면서 이 농담은 진정성을 획득했고 깊은 울림도 선사했다.

게임사들도 코로나19를 극복하자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도 한다. 엔씨소프트는 3월에 이어 4월에도 PC방에 G코인을 무상 제공키로 하면서 “PC방 사장님들이 코로나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계신데, 사태가 장기화되는 것 같아 4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며 “상황이 안정되면 다시 한 번 활발한 PC방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이엇게임즈는 PC방 정량시간 500시간 쿠폰과 손소독제 지원에 나섰다. 라이엇게임즈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PC방 사장님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자 한다. 항상 건강에 유념하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코로나가 이런 건 쓸모 있다
반면, 코로나에 직격탄을 얻어맞고 비틀거리는 PC방에 침을 뱉은 게임사도 있다. 펄어비스의 <검은사막>과 마상소프트의 <DK온라인> 그리고 조이시티의 <프리스타일>은 PC방 프리미엄 혜택을 PC방이 아닌 곳에 풀어버렸다.

부분유료화 온라인게임을 서비스하는 게임사들은 비가맹 PC방에서는 PC방 혜택을 구입하지 않으면 접속 자체를 차단하고 있어, PC방 업주는 매장을 운영하려면 게임사가 접속권한과 PC방 혜택을 패키지로 묶어놓은 정량시간을 반드시 구입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PC방 업주들이 그동안 유료로 구입했던 혜택을 무료로 뿌리는 행동거지까지 좋게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임사들이 고객인 게이머를 다중이용시설인 PC방으로 유도할 수 없으니 PC방 이벤트를 중단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이다.

PC방 업계를 초토화시킨 코로나가 어딘가에 쓸모가 있다면 그건 아마 게임사들 중 친구와 적을 구분할 수 있도록 해준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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