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질투일까? 시샘일까? 기생충의 성공이 반갑고도 부러운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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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질투일까? 시샘일까? 기생충의 성공이 반갑고도 부러운 이유는
  • 승인 2020.03.03 10:43
  • 최승훈 기자
  • editor@ilovepcb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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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刊 아이러브PC방 3월호(통권 352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세계 무대에서 큰 성과를 거두면서 코로나 사태로 지쳐있는 국민들에게 큰 힘을 줬다.

영화 기생충은 여러 국제영화제에서의 수상을 통해 세간의 이목을 끌었고,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등 4개 부문을 석권하면서 절정에 달했다. 최근에는 북미 매출이 5천만 달러를 돌파했다는 현지 뉴스도 전해졌다.

비록 영화계는 아니지만 문화 분야라는 큰 울타리에 함께 머무는 게임업계 종사자로서 국산 문화 콘텐츠의 성공 소식은 형제의 일처럼 매우 반갑다. 한국도 이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창의적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낼 만큼 성장했다는 의미기도 해 더욱 그런 듯하다.

소위 전자오락으로 불리는 게임은 영화와 서로 비슷한 면도 많고 다른 면도 존재한다. 역사의 길이에서 영화와는 차이가 많지만 외국의 유명 IP나 모방하는 수준으로 치부되던 흑역사를 거치면서 하나의 산업으로 우뚝 섰다.

과거에는 소위 열정페이를 강요하는 등 부당 노동 행위가 성행했지만, 이제는 남부럽지 않게 산업화와 자본화가 이뤄져 업계 종사자들은 젊은이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잘 만들어진 작품은 국내에서의 흥행뿐만 아니라 세계무대에서 훌륭한 외화벌이를 역할을 해내고 있다. 그래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추켜세우기도 한다.

창의성에 기반하며 기존 제조업과는 다른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도 유사하다. 최종 소비자 입장에서 문화 여가 선용에 활용한다는 점, 그리고 때로는 킬링 타임의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점 역시 꼭 닮았다.

그리고 잘 만들어진 영화의 IP를 활용해 게임이 개발되기도 하고, 그 반대로 잘 만들어진 게임 IP를 활용해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하는 등 서로 서로가 공생과 공유의 관계를 맺고 있다. 사일런트힐, 바이오하자드, 파이널판타지, 월드오브워크래프트, (곧 만들어질)크로스파이어와 스타워즈, 에일리언, 프레데터, 배트맨, 스파이더맨, 쥬라기, 매드맥스, 미들어스(로드오브더링즈)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그래서? 그런데? 영화 기생충의 흥행이 반가우면서도 부럽다.

흥행 그 자체가 부럽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실 단순 매출만 놓고 보자면 기생충의 매출은 22년 전에 만들어진 한 온라인게임의 최근 한 분기 매출보다 적고, 중국에 수출돼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게임 하나의 한 분기 로열티보다 적다. 문화콘텐츠 분야에서의 수출, 즉 외화벌이는 게임이 전체의 66.9%를 차지하는 등 절대적인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출과 무관하게 그 가치를 오롯이 존중받을 수 있다는 사실과, 그래서 그게 다시 흥행과 인식 제고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잘 갖춰져 있다는 점이 부러울 따름이다.

기생충을 촬영한 피자집에는 유명 애니메이션 PD가 성지순례를 다녀가고, PC방은 해당 좌석을 기념화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전주에서는 동네 세트장 복원이 검토되고 있고, 봉준호 감독의 고향 대구에서는 동상과 기념관 건립이 정치인들의 공약으로 제시되고 있다.

영화산업은 쿼터제에 기대 힘겹게 살아남던 보릿고개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 어엿한 가장으로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게임산업을 돌아보니 좀 창피하다. 게임사 3곳 넥슨, 엔씨, 넷마블의 연매출을 합하면 5조가 넘고, 수출 상위 게임 2개 던전앤파이터와 크로스파이어의 로열티는 1조를 넘어선다. 청년 고용창출은 대한민국 산업 전체를 통틀어도 한손에 꼽힌다.

하지만 아직도 공장형 게임이 양산되고 있고, ‘사행성’이라는 사회적 질타 속에도 묵묵히 확률형 아이템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내 일 아니면 유관 업종의 위기 따위에는 소극적이다. 학계는 이제 겨우 석사 과정이 둘 만들어졌다. 정관계를 비롯해 사회적으로 아직도 아이들 코 묻은 돈이나 걷어가는 구멍가게쯤으로 인식되고 있다.

시간이 영화산업에게 카이로스였다면 게임산업에는 크로노스였다.

기생충의 성공은 게임산업 전체에 당장 매출을 좀 더 높일 수 있는 제도나 BM 보다는 산업의 존엄성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는 훌륭한 반면교사가 돼줬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게임산업에는 게임사만이 아니라 넓은 의미에서 PC방도 포함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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