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6월호(통권 355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 사태는 우리 사회에 정말 많은 변화를 야기했다. PC방을 포함한 자영업·소상공인들에게는 역대 최악의 상황이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업종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PC방만 놓고 보자면 PC 가동률이 대략 40~5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피해가 가장 심했던 대구·경북 지역은 70% 이상 떨어지기도 했다.

이런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앞으로 바뀌어버린 사회 인식과 소비 트렌드를 어떻게 따라가느냐 하는 숙제도 받아든 상태다. 이러한 변화를 수용하고 적어도 뒤쫓아는 가야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은 어렴풋이라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2020년을 살아가는 우리 사회는 소위 ‘감성’의 시대라고 한다. 그런데 한발 더 나아가 ‘공감’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은 흔히 간과하는 부분이다. 말 그대로 “얼마나 공감하나?”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할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현재 서있는 위치를 가늠해볼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장사꾼에게 필요한 것은 소비자에 대한 공감으로, 팔고 싶은 것을 파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사고 싶은 것을 팔아야 한다는 말이다. “이 좋은 물건을 왜 안 사지?”라는 지극히 주관적인 의문을 가져봐야 생산적이지 못하다.

유행병 창궐로 이렇게 된 상황에 소비자에게 공감하고 새롭게 바뀐 소비 트렌드에 맞춰야 한다는 얘기를 이처럼 장황하게 펼쳐놓는 까닭은, 이 위기의 끝자락에서 다시 살아남기 위해 가장 필요한 덕목이기 때문이다. 막대한 자본 말고는 사실상 유일한 대응 수단이기도 하다.

동네 장사에서 지역사회 구성원들과 공감하지 못한다면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것은 감성이 아니더라도 이성으로 알 수 있는 사실이고, 굳이 누가 말하지 않아도 될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감성의 시대에서 공감이 제외되는 일은 의외로 잦다. 타인의 상황이나 감정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인데, 위기가 오고 어려움을 겪게 되면 더 심화되기 일쑤다. 이를 학술적으로는 감성지능이 미성숙하다고 한다.

이들 감성지능 미성숙자들은 주변 환경이 나빠지면 문제를 내 안에서 스스로 찾기보다는 외부에서 찾으려들고, 소비자의 결정 기준에 공감하기 보다는 그것에 의문을 갖거나 그들의 선택에 의문을 가진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와의 소통으로 공감을 유지하거나 되찾으려는 노력은 없거나 부족하다.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거나 이웃집 누군가의 일이라면 공감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넘겨버려도 무방할지 몰라도 장사꾼에게는 소비 트렌드 즉 소비자의 소비 기준에 공감하려는 노력이 결여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호황기라면 그럭저럭 분위기 타고 흘러가게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지금처럼 역대급 위기 상황 속에서는 예외 없이 가장 먼저 소비자로부터 외면받게 된다.

소비자 역시 위기에 놓여있는 상황이라 소비가 위축되고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이 좋지 않아 그렇다고 치부하기에는 생존이 걸린 문제고, 가격을 낮춰 집객을 해결하려고 해봐야 출혈경쟁은 언제나 그러했듯 모래지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박리다매의 근간이 흔들린 작금의 현실 속에서 더욱 그러하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가운데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라는 명대사가 있다. “장미빛 벽돌로 지은 예쁜 집을 봤어요. 창에는 제라늄이 있고 지붕에는 비둘기가 있고요”보다 “십만 프랑짜리 집을 봤어요”라고 말해야 알아듣는다는 대사는 사물의 본질과 그것을 향한 공감의 중요성을 역설적으로 얘기하고 있다.

인간의 역사 그리고 전쟁과 함께 해온 심리전은 상대에 대한 공감을 역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그 전략적, 전술적 위력은 이미 역사가 증명했다. 당장 ‘트로이의 목마’나 ‘사면초가’만 해도 공감의 위력을 방증해주지 않는가.

이미 10여 년 전부터 청결은 PC방 재방문 결정 요인 1위였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PC방이 여느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던 것은 수년전부터 주변기기를 세척하는 청결 문화가 자리잡고 환절기와 겨울철에는 손소독제를 비치했던 것이 주효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청결과 위생의 가치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극도로 높아졌고, 언택트는 사회현상을 넘어 덕목이 됐다. 배달의 가치는 높아졌고, Play Apart Together는 전 세계적으로 효력을 입증했다.

소비자의 소비 트렌드는 이미 많이 변화했고, 이제라도 공감하고 따라가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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