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그들은 봄가뭄에 갈라지는 텃밭에 물을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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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그들은 봄가뭄에 갈라지는 텃밭에 물을 주지 않았다
  • 승인 2020.05.31 11:01
  • 최승훈 기자
  • editor@ilovepcb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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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刊 아이러브PC방 5월호(통권 354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에 큰 고통과 슬픔을 안기고 있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발원지인 중국은 5개월째, 그들과 인접한 우리나라는 3개월 넘게 고통 속에서 인내와 대응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은 올림픽이 미뤄졌고 의료체계 붕괴 위기에 직면했으며, 유럽은 방역 대비 없이 코로나19를 맞아 EU의 의미가 무색하게 국경 이동을 제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미국은 한술 더 뜬다.

누가 그랬던가? 대한민국은 민초의 나라라고. 국난이 발생하면 언제나 백성이 스스로 나서서 저항하고 이겨온 역사적 사실을 빗댄 말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도 온 국민의 노력과 희생 덕분에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르고 확실하게 극복해나가고 있다고 단언할 수 있다. 아직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확진자 증가 추세가 확연히 감소했고, 방역 물품은 수출이 가능할 만큼 공급의 여유를 되찾아가고 있다.

물론 상처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크고 깊다. 적지 않은 사람들의 죽음은 되돌릴 수 없고, 국가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이 확실해졌다. 당장 자영업자들의 매출은 반토막이 났고, 일자리를 잃은 사람은 부지기수다.

각종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이유다. 가계 경제가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고, 소비를 촉진시켜 자영업자의 숨통을 트이게 하고, 경제 혈관이 막혀 경제 주체들이 괴사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기업은 물론 많은 국민들이 십시일반 쌈지를 풀고 품앗이에 나서면서 서로가 서로를 도왔다. 누구 하나 쓰러지지 않기를 바라는 민초들의 마음과 행동이 이번에도 빛났다.

그런데 소상공인은 이번에도 소외됐다. 경제 주체로도 인정받지 못하고, 법 앞에서는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강요받고, 무언가 하려니 그 누구도 도와주지 않아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 이번에도 그랬다. 그 많은 정부의 지원정책 가운데 유독 소상공인 지원정책은 빚밖에 없었다. 기존 지원금은 긴급 정책 추진에 밀려 몇 달째 미뤄지는 일도 흔했다. 피해자인데도 가해자마냥 대하면서 이용규제 및 영업제한 행정명령을 남발하기도 했다.

이쯤에서 PC방에 좀 더 집중해서 들여다보자.

PC방 PC 가동률은 전국 평균 약 30% 가량 감소했고, 피해가 큰 대구·경북·울산 지역 등은 40~50% 떨어졌다. 함께 식사를 하고 붙어 앉아 카페음료를 마시던 커플은 유독 PC방에서만 떨어져 앉아야 했다. 당연히 손님이 크게 줄고 매출도 덩달아 급감했다.
여느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방역 수준이 뛰어났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눈을 감고 귀를 닫고 PC방을 조리돌림하느라 혈안이었다. 모르겠다. 화풀이 대상이 필요했던 것인지, 희생양이 필요했던 것인지….

먼 곳의 님만 모질고 무관심한 것은 아니었다. PC방과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는 게임 업계, PC 하드웨어 업계, PC방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상황을 들여다보면 PC방 업주들이 토로하는 섭섭함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게임 업계, PC 하드웨어 업계, PC방 프랜차이즈는 PC방과 공생관계인데 PC방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잘 나가고 있다. 게임 업계는 'Play Apart together' 캠페인을 적극 수용하며 집콕 유저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펼쳐 양적, 질적 성장의 기회를 맞았다. ‘게임 질병코드’발 위기로부터 이미지 쇄신이라는 효과까지 덤으로 얻었다.

게임 업계가 펼친 'Play Apart together' 캠페인에 숟가락을 얹은 PC 하드웨어 업계는 PC 판매가 급증해 전년에 조금 못 미치는 매출을 유지했다. 하지만 예정했던 프로모션을 대부분 취소하거나 축소해 사실상 수익 면에서는 작년을 웃도는 수준이다.

PC방 프랜차이즈 업계도 결과적으로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지난 3월의 프랜차이즈 PC방 창업은 무려 60개가 넘었는데 전체 창업 매장 수의 73.5% 가량이었다.

이런 호재 속에서도 하나 같이 공생 관계라고 외치던 업체들이 PC방을 돕는 모습은 눈을 씻고 봐도 찾기 힘들다. 말들은 정말 잘한다. PC방은 그저 필요할 때 몇 장 뜯어 먹는 집 앞 텃밭의 상추 정도로 생각하나보다.

물론 PC방 업계를 향한 온정의 손길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엔씨소프트가 2개월간 지코인을 무료로 제공하고, 라이엇게임즈가 무료코인을 충전해줬다. 넥슨은 자회사 엔미디어플랫폼을 통해 선불결제기 관리비를 면제했다. 일부 PC방 프랜차이즈 업체는 영남권 가맹점에 방역을 지원하기도 했다. 그나마 PC 하드웨어 업계는 감감무소식이다.

딱 여기까지가 PC방의 현주소다.

분명 그들에겐 부담스럽고 쉽지 않은 결정일 것이다. 하지만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최대 35%에 이르는 매출을 거둬가고, 산업자본을 유입시키는데 원동력이 돼준 그들의 텃밭이 메말라가고 있는 상황을 보자면 해갈까지는 더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할 것이다. 그나마 상추 몇 장이라도 더 뜯어 먹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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