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잘 지키는 PC방만 손해보는 현실
500원 치기로 인한 출혈경쟁 원리와 대동소이

지난달 말부터 대두되고 있는 흡연 방치 PC방에 대한 지적과 제보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PC방에 별도의 흡연실이 조성된 지 10년에 달하지만 준법 수준은 오히려 퇴보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00여 명의 PC방 업주들이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는 아이러브PC방 오픈채팅방을 통해 하루 동안 접수된 제보만 수십 건에 달했는데, 특정 지역에 유난히 많은 흡연 PC방이 존재하는 등 쏠림 현상도 발견됐다. 특히 지방의 한 중소도시의 경우 흡연을 방조하는 매장이 정상적인 매장보다 더 많아 충격을 안겼다.

이렇듯 흡연 방치 PC방이 근절되지 않은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흡연을 방치하는 것이 매장 매출에 이득이고, 다음으로는 이런 분위기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PC방에 금연법이 적용되던 당시 업계는 이용객 중 절대다수였던 흡연자들이 떨어져 나가는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 흡연실 이용을 꺼리는 흡연 게이머들이 PC방에 발길을 끊으면서 PC 가동률은 가파르게 하락했다.

하지만 PC방 흡연 게이밍에 대한 수요는 사라진 것이 아니다. 수년째 PC 가동률이 내리막을 걷고 있는 가운데, 흡연이 가능했던 PC방을 기억하는 업주는 과거의 업태로 회귀하는 시도를 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금연시설인 PC방을 외면했던 흡연자들이 다시 PC방을 찾기 시작하면서 불법적인 영업 형태지만 PC 가동률이 반등한 것이다.

문제는 금연법을 준수하며 영업하는 선량한 PC방들이다. 이들은 ‘너구리굴’ PC방의 성황을 속절없이 바라볼 수밖에 없다. PC방 업계의 고질적이면서 만성적인 병폐인 500원 요금치기가 근절되지 않는 구조와 정확히 일치한다. 실제로 PC방 업계 출혈 경쟁의 상징이었던 경북 지역은 흡연과 관련해서도 적지 않은 제보가 들어왔다.

시간당 500원 요금으로 장사하는 PC방 업주들도 업계 동료들의 비난에 무신경하지는 않다. 이런 업주들은 하나 같이 ‘인근 매장들에 피해를 주면서 장사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주변 경쟁 매장에서 500원 치기를 시작하면 매장의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동일한 요금을 설정하는 불가피한 현실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흡연 PC방에 철퇴를 가할 보건당국과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단속은커녕 수수방관만 하는 실정이다. 금연구역 단속을 실행할 준비가 전혀 갖춰지지 않은 채 보건정책만을 앞세운 탓에 단속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PC방 업주들은 “여러 번 신고해도 단속 나온 경우를 본적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설령 단속을 나왔다고 해도 단속반원들은 “손님이 종이컵을 무단으로 재떨이처럼 이용한 것이지 재떨이 용도로 종이컵을 제공했다고 간주할 수 없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대다수의 PC방 업주들은 ‘흡연 PC방’을 누가 조장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한다.

한편, ‘흡연 PC방’은 불법이라는 점에서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업계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PC방 단체에서는 실내공기질 측정과 관련한 규제 완화를 도모하는 중이고, 정부부처에서는 PC방의 개선된 환경을 인정해 청소년, 보건 등 각종 규제를 풀어주고 있는 와중에 불거진 ‘흡연 PC방’ 논란은 업계 발전에 명백한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사실은 불 보듯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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