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2월호(통권 399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아주 매끈해 보이는 표면이 사실은 거칠고 울퉁불퉁하다는 것은 보는 시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CPU 코어를 덮고 있는 히트스프레더, 그리고 이와 접촉해 열을 전달하는 CPU 쿨러의 베이스는 얼핏 보면 매끈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세한 굴곡들이 있어 둘 사이의 뜨거운 열 전달을 방해한다. 이 틈새를 메워주는 것이 서멀컴파운드다.

적지 않은 PC가 한 번 조립한 뒤 폐기될 때까지 서멀컴파운드를 다시 발라주는 작업을 하지 않는다. 영구적이지 않은 서멀컴파운드는 사용 환경에 따라 짧으면 6개월, 길어도 1년이면 마르고 틈새가 생기기 시작하는데, 이를 방치하면 CPU의 열을 제대로 발산하지 못해 성능이 하락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CPU 성능을 많이 끌어 쓰는 게이밍 PC는 더욱 그렇다.

사실 약간의 경험이 있다면 서멀컴파운드를 재도포하는 일은 별것 아니다. 문제는 시간과 함께 그 작업이 좀 ‘귀찮다’는 것이다. 그래서 테스트용 PC 한 대를 시험대에 올려 직접 재도포 작업을 하며, 작업 시간이 얼마나 소요되는지를 체크하고, 어떤 순서로 작업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지 알아봤다.

준비물: 드라이버, 서멀컴파운드, 키친타월 - 0분
각종 커넥터는 손으로 뽑으면 되고, 메인보드에 고정된 쿨러를 탈착하는 데 필요한 드라이버는 길이가 약간 길어야 작업하기 편하다. CPU와 쿨러에 묻은 서멀컴파운드는 일반 휴지보다는 먼지가 일지 않는 키친타월로 닦는 것이 좋다. 서멀컴파운드는 품질에 따라 가격 차이가 천차만별인데, 2g짜리 제품으로 6대, 많게는 8대까지 작업할 수 있으니 PC 대수에 맞춰 구입하면 된다.

CPU 쿨러 탈거 - 3분
테스트는 평소 사용하는 오픈케이스에서 진행했다. 케이스가 완전히 조립돼 있는 경우에는 이보다 1분가량을 더하면 될 듯하다. 전원 케이블을 모두 탈거하고 쿨러의 쿨링팬을 떼고 타워와 가이드까지 모두 떼어내는 데 3분가량이 소요됐다.

서멀컴파운드 닦아내고 재도포 - 5분 40초
CPU와 쿨러에 묻어 있는 서멀컴파운드를 키친타월을 이용해 깨끗이 닦아내고, CPU를 메인보드에 결합한 뒤 콩알 크기로 다시 도포하는 데는 2분 정도가 걸렸다. CPU 핀이 아직도 메인보드가 아닌 CPU에 있었다면 휘지 않게 조심하느라 시간이 배는 더 걸렸을 것이다.

CPU 쿨러 재조립 - 10분
중간에 담소를 나누며 가이드와 타워, 쿨링팬을 다시 조립하고 쿨링팬의 전원 커넥터 2개를 꽂으니 작업을 시작한 지 딱 10분이 흘렀다. 쿨러 재조립에는 탈거보다 좀 더 긴 4분이 소요됐는데, 반복적으로 많은 PC를 작업한다면 재조립 시간은 좀 더 줄어들 수 있다.

기분 좋게 작업 끝 - 총 11분 40초
메인·보조 전원 커넥터를 재연결하고 그래픽카드 장착 및 PCIe 전원을 연결하는 작업은 약 1분 30초, 작업을 마치고 쿨러를 떼기 전 상태로 돌아가기까지 총 11분 40초가 소요됐다. 케이스의 측면만 열어 작업한다고 가정하면 추가로 걸리는 시간을 감안해 PC 한 대를 작업하는 데 약 14분, 손놀림을 빠르게 하면 12분가량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서멀컴파운드 재도포를 1년에 한 번 한다고 가정하면, PC 100대를 기준으로 예상 소요 시간은 20시간이다. 하루에 5대씩 작업하면 한 달이면 여유 있게 끝낼 수 있다. 특정 달을 ‘서멀컴파운드 재도포 기간’으로 정하고 매년 이 작업을 해주면 좀 더 나은 PC 컨디션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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