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서빙 거리, 서빙카트, 좁은 통로와 PC 책상 등 조건 많아
업주들 “PC방에서 사용하기에 알맞은 쟁반 찾기 어려워”

PC방 업주들 사이에서 ‘PC방에 적당한 쟁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대부분의 업주들은 하나 같이 시중에서 쓸 만한 쟁반을 구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으는데, 일반 가정이나 식당과는 다른 PC방의 독특한 환경 때문이다.

수년 동안 PC방 음식의 고급화가 거듭되면서 PC방에서는 서빙과 보관이 편리하면서도 미관상 좋은 쟁반에 대한 수요가 생겨났다. 여기에 PC방 이용객들이 앉은 자리에서 쟁반 채로 식사하기에도 편리하고, 고온에도 끄떡없이 견뎌내는 터프함이 있다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PC방 업주들은 마음에 쏙 드는 쟁반을 시중에서 구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업주들이 말하는 PC방 쟁반의 조건은 크게 ‘적당한 사이즈’와 ‘미끄럼방지(Non-slip)’ 두 가지인데 예상 외로 이 조건을 모두 갖춘 제품을 찾기가 쉽지 않다.

미끄럼방지 기능을 PC방 쟁반의 덕목으로 꼽는 이유는 다양하다. 일반 식당보다 서빙 거리가 길고, 서빙카트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통로는 좁은데 손님들의 이동이 빈번하고, 식사를 겸하는 PC 책상 위에 고가의 게이밍 기어가 함께 있어 음식이나 음료를 엎지르면 곤란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사가 잘되고 음식 매출 비중이 높은 대형 PC방 업주일수록 미끄럼방지 처리가 된 쟁반을 선호한다. 다년간 음식을 통해 매출을 올린 경험이 쌓이면서 미끄러운 쟁반에 이골이 나버렸기 때문이다.

PC방에 적합한 쟁반의 조건은 미끄럼방지에서 끝나지 않는다. PC방 책상에 잘 맞는 적당한 크기와 모양도 중요하다. 일반 식당에서 사용하는 쟁반과 달리 PC방에서 사용하는 쟁반은 상대적으로 작으면서 직사각형 형태를 띠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PC방을 잘 안다는 넥슨조차 이 부분을 간과했다. 넥슨은 PC방을 20년 넘게 경험한 게임사로, 지난해 PC방 인기 게임 ‘FC 온라인’의 리브랜딩을 기념해 PC방에 쟁반을 배포했다. 하지만 해당 제품은 매끄러운 표면 때문에 PC방에서 널리 쓰이지 못하고, 업주들이 단골손님에게 기념품 삼아 나눠주는 신세를 면치 못했다.

한편, 가뜩이나 협소한 PC방 주방은 수납공간이 부족하다. 따라서 보관이 용이해야 하는데 원형 쟁반은 공간효율이 떨어진다. 비좁은 것은 PC 책상도 마찬가지라, 게이밍 기어를 한켠으로 치우고 마련한 공간에 딱 들어맞으려면 컴팩트한 사이즈의 쟁반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너무 작아서도 안 된다. 다양해진 사이드 메뉴를 올릴 자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PC방 쟁반은 내열성도 갖춰야 한다. 한 PC방 업주는 “우리 매장에는 뜨거운 국물 메뉴가 많은데, 싸구려 플라스틱 쟁반은 금세 변형돼 쓸모가 없다”고 말했다.

실정이 이렇다 보니 쟁반 찾기에 지쳐버린 PC방 업주 중에는 손수 제작에 나서는 일도 있다. 어떤 업주는 크기가 적당한 제품에 논슬립패드를 덧대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하고, 또 다른 업주는 전문 업체에 의뢰해 주문제작하기도 한다.

한 PC방 업주는 “다이소, 알리, 타이바오, 아마존 등 전세계 쇼핑몰을 뒤지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 매장에 완벽하게 맞는 쟁반을 찾지 못했다”라며 “아무래도 PC방 업종의 독특한 특징들은 기존 제품들과 다른 조건을 요구하는데, 시중에는 일반 가정이나 식당에서 쓸 만한 제품 밖에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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