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12월호(통권 385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정부의 일회용품 규제 및 단속 지침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당초 11월 24일부터 일회용 컵, 종이 트레이 등 소상공인의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할 계획이었으나, 1년간의 계도기간을 운영하며 점차 규제를 강화해 나가는 것으로 일부 유예됐다. 규제에 맞춰 다회용품을 미리 구매했던 업주들은 갈대처럼 이리저리 흔들리는 정책에 혼란스럽다.

다만 한가지 고민거리가 남아 있다. 여러 매체를 통해 버려지는 플라스틱의 40% 이상이 바다에 버려지는 어구라는 것이 밝혀지긴 했지만, 환경에 유해한 플라스틱을 비롯한 생활 속 일회용품은 규제를 떠나서라도 사용을 자제해야 할 물품 중 하나다. 규제가 시작되는 시기에 맞춰 변화를 준비할 것인지, 미리 조금씩 준비해 규제에 대비할 것인지 선택해야 할 때다.

바다 위에 떠 있는 쓰레기섬 GPGP. 약 160만㎢의 크기는 남한 면적의 약 16배에 달한다.
바다 위에 떠 있는 쓰레기섬 GPGP. 약 160만㎢의 크기는 남한 면적의 약 16배에 달한다.

버려지는 폐플라스틱 양, 2016년 450만 톤 돌파
다양한 일회용품 가운데 우리가 가장 먼저 멀리해야 할 것은 PP, PE, PU 등 다양한 종류의 플라스틱이다. 지난 2016년 국내에서 버려지는 플라스틱의 양은 1인당 88kg이었고, 이를 전체 인구로 환산하면 무려 450만 톤의 플라스틱이 버려졌다. 2020년 코로나19의 창궐로 배달 서비스 이용이 크게 늘었던 점을 감안하면 현재 1인당 플라스틱 배출량은 5년 전보다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태평양에 섬 하나를 만들어버린 쓰레기 더미에 대한 이야기가 화제가 된 바 있다. 무게 약 8만 톤, 넓이 약 4,800억 평의 거대한 쓰레기섬 GPGP(Great Pacific Garbage Patch)의 80%는 플라스틱이고, 이 중 46%는 어업에서 나오는 그물 등의 쓰레기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고 해서 어업 활동에 모든 책임을 돌릴 수는 없다. 46%가 어업 쓰레기라면 나머지 54%는 생활 쓰레기인 셈이다. 세세한 내용과 비중을 따지자면 12월호 전체를 할애해도 부족하겠지만, 결과적으로 기업과 더불어 개인이 플라스틱 사용을 자제하고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을 줄이고, 다회용품으로의 전환으로 지속가능성을 늘려야 한다는 것은 명확하다.

같은 플라스틱이지만 일회용과 다회용은 ‘천지차이’
가정에서 1년여간 반찬통으로 사용하던 플라스틱 그릇을 버리는 것과, 출근길 카페에서 커피를 사 먹고 빈 컵을 버리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특히 2000년대 들어 카페 시장 규모가 거대해지면서 종이컵, 플라스틱컵, 빨대, 슬리브 등 쓰레기의 양이 늘었는데, 카페뿐 아니라 PC방을 비롯한 실내공간에서 제공되는 컵도 일회용품을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는 식품접객업소, 집단급식소 내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은 사용할 수 없고, 플라스틱 소재의 스푼, 포크, 접시 및 용기 등도 사용해선 안 된다. 환경부가 시행하는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확대 시행방안 중에서는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등도 사용이 금지되는데, 이렇게 되면 사실상 PC방 내에서 사용 가능한 일회용품은 냅킨 말고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규제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PC방의 경우 컵, 접시, 수저 등을 모두 다회용품으로 바꿔야 하고, 이를 세척·건조할 수 있는 도구와 공간도 추가로 필요하다. 치킨마요덮밥 한 그릇을 주문하면 예전에는 종이용기, 반찬용 종이접시, 플라스틱 스푼과 나무젓가락이 필요했지만, 규제가 적용되면 일반 그릇과 금속 수저를 제공해야 한다. 쟁반을 들고 나르는 것은 물론 깨끗이 씻어 말려 다시 사용하는 것도 큰 문제다.

다만 이 부분을 단순히 소요비용의 증가로만 판단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 일회용품 사용을 규제하는 것이 소상공인을 괴롭히고 관련 산업의 흥행을 위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국내 일회용 컵 사용량은 지난 2020년 플라스틱컵 33억 개, 종이컵 166억 개를 넘어섰고, 이렇게 한 번 쓰고 버려진 컵들은 완전히 녹지 않고 1미크론(1/1000mm) 크기의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돼 우리에게 돌아온다.

뉴질랜드 환경부는 지난 10월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상업적 가치가 있는 어류 10종 중 75%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고 밝힌 바 있다. 당장 눈에 띄는 것이 아니기에 무시하고 지나갈 수 있지만,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 컵이 잘게 분해돼 우리가 다시 먹게 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플라스틱으로 인한 오염으로 멸종되는 것이 인간이 되지 말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속되는 오염으로 지구가 아플지언정, 지구는 죽지 않는다. 죽는 것은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일 뿐이다. 그것이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 세대일지, 그 자손의 세대일지는 알 수 없다. ‘그러면 플라스틱 대신 종이컵을 쓰면 되지’란 의견도 있지만, 우리가 쓰는 종이컵 역시 내부 코팅에 폴리에틸렌이 사용되니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환경부는 2025년까지 폐플라스틱 발생량을 2021년 대비 20%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내 세대에선 없을 일’이라 치부하기에는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가 길어진 여름과 이상기온, 폭염, 폭우 등으로 눈앞에서 구현되고 있다. 일회용품을 규제 당일까지는 사용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조금 일찍 다회용품으로의 전환을 염두에 두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저작권자 © 아이러브PC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