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11월호(통권 384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11월 24일 이후에는 PC방에서 일회용품 사용이 금지된다. 그동안 핫도그나 간편식을 담았던 종이 식기류, 커피나 음료를 담았던 종이와 플라스틱 컵, 빨대 등의 사용이 금지되는 것이다. 앞으로는 다회용 식기류를 사용해야 하고, 설거지 업무부담을 줄이기 위해 식기세척기 등을 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지나치게 종류가 다양하고 가격이 천차만별이라는 것이 문제다. 11월 한 달 동안 PC방 업주들에게 두통을 유발할 것으로 보이는 일회용품 사용규제의 모든 것을 살펴봤다.

왜 11월 24일부터 시행되나?
일회용품 사용규제는 지난 2019년 정부의 로드맵이 처음 등장했고 당초 2021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유예됐다. 지난 정부에서는 올해 4월부터 법률을 시행하는 것으로 고시했지만, 정권 교체 후 인수위에서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옴에 따라 고시대로 시행은 하되 과태료 대신 계도에 집중해왔는데, 오는 11월 24일부터는 과태료를 부과하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현재 일회용품 사용규제의 내용을 담은 법령은 ‘자원의절약과재활용촉진에관한법률’이며, 해당 법률에서는 일회용품 사용억제 업종 중 하나로 식품접객업을 포함하고 있다. 휴게음식점업과 일반음식점업 모두 식품접객업에 해당되며, 먹거리 판매를 위해 해당 업종을 도입했다면 일회용품 사용금지 업종에 포함된다. 휴게음식점업 등을 별도로 추가하지 않은 PC방은 해당되지 않는다.

정부가 11월 24일 이후부터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이유는 이미 법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4월부터 계도 활동만 하면서 법 시행을 장기간 유예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11월 24일은 일회용품 사용금지 품목과 이를 이행해야 할 업종이 추가된, 규제가 강화된 개정안이 시행된다. 결국 정부는 일회용품 사용규제가 강화되는 시점에 본격적으로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계획을 세우게 됐다.

위반 시 과태료 부과기준은 이용고객의 수와 매장 면적에 따라 다양하게 설정되어 있다. △평상시 1회 이상 이용 인원이 1,000명 이상이고 면적이 333㎡ 이상인 경우 1차 50만 원, 2차 100만 원, 3차 200만 원이며, △평상시 1회 이용 인원이 100명 아래고 면적이 33㎡ 미만인 경우 1차 5만 원, 2차 10만 원, 3차 30만 원이다. PC방의 경우 휴게음식점으로 신고한 면적과 하루 평균 이용객 규모에 따라 최소 5만 원에서부터 최대 200만 원까지 과태료가 부과될 것으로 보인다.

법률에서 과태료 부과기준을 33㎡ 미만과 33㎡~100㎡의 식품접객업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PC방이 이에 해당 된다. 결국 33㎡ 미만에 적용되는 1차 5만 원, 2차 10만 원, 3차 30만 원과 33㎡~100㎡에 해당하는 1차 10만 원, 2차 30만 원, 3차 50만 원이 실질적인 행정처분 수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시민이 다회용컵을 빌려 갔다가 반납하는 시스템을 대학을 중심으로 보급 중이다. 업체가 컵을 수거하고 세척해 배치한다는 점에서 편의성이 높다
서울시는 시민이 다회용컵을 빌려 갔다가 반납하는 시스템을 대학을 중심으로 보급 중이다. 업체가 컵을 수거하고 세척해 배치한다는 점에서 편의성이 높다

다회용 식기류의 핵심은 ‘컵’
휴게음식점업을 도입해 먹거리를 강화한 PC방이 일회용품만 사용해 온 것은 아니다. PC방 먹거리 트렌드가 유행하기 시작한 초창기에는 라면을 은박 재질이나 종이 용기에 담아 서비스했지만, 식당 수준으로 퀄리티가 향상되면서 일식 라멘집과 같이 도기 용기에 담아 서비스하는 PC방도 많다. 특히 메뉴가 다양해지면서 실제 식당에서 이용하는 다회용 식기류가 대거 도입된 상태로, 간식류나 핫도그, 음료 등은 일회용 식기류들을 주로 사용하고 퀄리티가 높은 식사류는 다회용을 사용하는 곳이 상당수다.

문제는 일회용기에 담아 판매했던 먹거리를 모두 다회용기로 교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는 점이다. 특히 사용 빈도가 가장 높은 컵을 두고 PC방 업주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고려되어야 할 사안들이 꽤 많기 때문이다. 대체로 △컵 외부에 발생하는 습기 △다양한 음료를 담더라도 냄새가 남지 않는 기능성 △색소에도 변색되지 않는 내구성 △파손에 강한 재질 △디자인 그림과 문구 등이 오염되거나 훼손되지 않아야 하는 점 등이 모두 고려되어야 한다. 또한 지나치게 비싼 경우 도난이 발생할 수 있어 가격대는 중저가가 PC방에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모든 조건을 갖춘 완성형의 식기류는 아직 발굴하지 못했다.

PC방 업주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나 지역 모임 등을 통해 다회용 식기류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영남권에서는 스테인리스 재질의 컵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고, 충청권에서는 플라스틱 재질을 주로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역별 오피니언 리더들의 테스트 결과들이 공유되면서 광역 단위로 다회용 식기류에 대한 선택이 갈리고 있는 것이다. 다만, 어떤 식기류도 아직까지 명확하게 PC방에 적합하다는 평가는 나오지 않았다. 스테인리스 재질은 강한 내구성이 장점이지만 고가라는 면이 단점이고, 플라스틱 재질은 접근성이 높고 가격대가 낮지만 특유의 오염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에 따라 식사류를 담는 용기보다는 사용 빈도가 많은 컵 선택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어느 정도 기준은 나온 상태다. 뜨거운 음료든, 차가운 음료든 뚜껑이 필요하고 강한 내구성이 요구된다. 또한 필요 수량이 100개 전후가 될 수도 있어 겹쳐지는 높이가 낮아야 하며, 마케팅적 차원에서 PC방 로고 등의 프린팅이 가능한 제품이 장기적으로 유행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모든 단점을 보완한 제품은 가격대가 높을 수밖에 없어 상권과 고객층을 고려해 어느 정도의 절충점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스타벅스 등 대형 프랜차이즈에서는 자판기 형태의 리유저블컵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일회용품 사용규제에 대응 중이다
스타벅스 등 대형 프랜차이즈에서는 자판기 형태의 리유저블컵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일회용품 사용규제에 대응 중이다

‘초음파식 vs 수압식’ 고민되는 식기세척기
요즘의 PC방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업무가 설거지다. 이미 많은 매장에서 다회용 식기류와 일회용 식기류를 병행해 사용하고 있고, 조리기구는 수시로 세척이 요구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PC방 근무자들은 따로 시간을 정해두지 않고 설거지거리가 쌓이면 이를 세척해 왔다. 하지만 양이 문제다. 일회용품은 분리수거만 하면 됐지만 모든 용기와 식기류가 다회용으로 교체되면 설거지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먹거리 판매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설거지가 늘어날 수밖에 없어 PC방 알바 기피 현상이 더욱 짙어질 수 있다.

결국 PC방 업주는 설거지 업무부담을 해소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PC방 업주들은 식기세척기 도입을 고민하고 있다. 식기세척기는 이미 대형 PC방을 중심으로 널리 보급되어 있지만, 대형 PC방은 추가 도입을 고민해야 할 상황이고, 식기세척기를 사용하지 않던 중소형 규모의 PC방도 이제는 적극 고민할 때가 됐다.

이 같은 식기세척기를 두고도 많은 PC방 업주들의 의견이 갈리고 있다. 가정용이 아닌 식당에서 사용하는 업소용 제품이 필요한데, 세척 방식이 초음파식과 수압식으로 나뉜다. 가장 좋은 방법은 고깃집과 같이 음식물 찌꺼기가 식기류에 강하게 남아 있는 식당 등에서 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초음파와 수압식을 모두 도입해 사용하는 것이다. 양쪽 모두 남은 음식 찌꺼기를 애벌 세척하는 것은 필수이며, 초음파를 통해 기름기를 불린 후 수압으로 세척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으로 꼽힌다.

그러나 문제는 공간과 자금이다. 초음파든, 수압식이든 주방에 싱크대 하나를 더 들여놓는 면적이 요구되며, 초음파와 수압식 모두 수백만 원을 호가하기 때문에 두 개를 모두 주방에 설치할 수 있는 PC방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규 PC방의 경우 이를 고려해 주방 면적을 설정할 수 있지만, 기존 PC방의 경우 두 가지 제품 모두를 도입한다는 것은 공간적으로나 비용적으로 무리일 수 있다. 다회용 식기류 보관까지 감안하면 공간 부족의 이유가 크다.

이 때문에 초음파식과 수압식 중 하나를 결정해야 할 상황이며, 어느 방식이 PC방에 적합한지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다만 초음파식의 낮은 세척력을 지적하는 업주들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세척의 개념보다는 불림의 개념에 가깝고, 불린 이후 반드시 세척 과정을 거쳐야 하는 데다가 물기를 제거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수압식은 뜨거운 온도의 고압으로 식기류를 세척하기 때문에 실제 설거지에 가깝고 건조 기능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뜨거운 물기가 더 빨리 마른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실제 수압식 세척기를 살펴본 결과, 설거지 과정이 1분 만에 종료됐다. 반면에 초음파는 다양한 모양의 식기를 물에 담그는 것만으로 세척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며, 수압식은 고정된 틀에 한정된 수량만 세척이 가능하다는 점이 단점이다. 어느 방식이 PC방에 더 적합할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으며, 상권과 PC방 먹거리 판매량 등 매장마다 상황이 다를 것으로 보인다.

가격대는 수압식이 조금 저렴한 편이다. 싱크대 개조가 요구되는 초음파와 달리 수압식은 정수기를 들여놓는 것처럼 싱크대 옆에 급수와 배수를 연결하는 형태로 설치된다. 또한 7~8개의 브랜드가 경쟁하는 초음파식 시장과 달리 수압식은 식당 수 만큼이나 많은 업체가 경쟁 중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높고 가격대가 저렴하다.

PC방에서 실제 사용하고 있는 수압식 식기세척기
PC방에서 실제 사용하고 있는 수압식 식기세척기

놓치기 쉬운 포인트
일회용품 사용이 금지되면서 수많은 식기세척기 관련 업체들이 PC방 업주들에게 영업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영업사원들은 단점을 감추고 장점을 극대화해 설명하지만, PC방 업주들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식당과 달리 PC방의 경우 주방 배수관이 식기세척기 도입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통 PC방 주방은 건축물 설계 단계에서 주방으로 고려된 공간에 들어서는 경우가 드물다. 대부분의 건축물은 배수로가 외벽 가까운 곳에 직결되어 있고, PC방의 주방은 건축물의 중앙에 위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PC방 주방에서 사용한 물을 배수관까지 연결하기 위해서는 펌프를 설치해야 하는데, 식기세척기에서 사용한 물은 이 펌프의 위치보다 높은 곳에서부터 내려와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상업용 식기세척기는 이 같은 PC방 환경을 고려해 설계되지 않았다. 때문에 식기세척기 하단부에 물건을 받쳐 배수관의 높이를 펌프보다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다회용 식기류는 단순히 옥석 고르기만 할 것이 아니라 보관까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같은 모양의 식기류를 대량 구매하는 것이 용기를 겹쳐 보관하기 용이하며 부피를 줄일 수 있는데, 주방이 협소한 경우 식기류의 보관 자체가 큰 고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냉장고나 다른 주방기기를 주방 밖으로 빼는 등의 재배치가 불가피한 곳도 있을 것이다. 결국 일회용품 사용규제는 주방 공간을 넓히거나 주방기기 배치의 변경이 요구됨으로써 많은 시간과 비용을 요구하게 되는 과잉규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초음파식 세척기의 가격대는 최대 500~600만 원대에 달하고, 컵과 다회용 식기류를 도입하기 위한 비용도 수백만 원이 지출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일회용품 사용규제 만으로 수천만 원에 달하는 지출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많은 어려움을 겪은 PC방 업주들에게는 큰 부담일 수밖에 없어 폐업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일회용품 사용규제의 시행 시점을 최대한 늦추거나 부담을 최종소비자와 나눌 수 있는 제도적 보안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모든 PC방에 존재하는 싱크대 밑 배수펌프가 관건이다
모든 PC방에 존재하는 싱크대 밑 배수펌프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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