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10월호(통권 383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PC방 업주들에게는 오는 11월 안에 끝내야 할 큰 숙제가 있다. 정부가 오는 11월 24일부터 일회용품 규제를 다시 시행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PC방에서는 그동안 먹거리 판매에 사용하던 일회용품을 다회용품으로 모두 교체해야 하고, 이로 인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설거지’ 업무에 대한 해결책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영업환경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중대 사안으로 떠오른 일회용품 사용금지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일회용품 사용금지의 정확한 내용은?
PC방 일회용품 사용금지 이슈는 지난 2019년에 처음 등장했다. 당시 환경부가 마련한 일회용품 줄이기 중장기 단계별 로드맵에 일회용품을 사용할 수 없는 업종으로 ‘식품접객업’이라고 포괄적으로 포함하면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는데, 정부가 이미 일회용품 사용이 금지된 업종들에도 한시적으로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코로나19가 감염병이라는 점에서 다회용 식기류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 특히 배달로 식사를 해결하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일회용품 사용을 무조건 막을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다소 누그러지면서 정부의 단계적 일상회복 조치 발표 이후 다시금 일회용품 사용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배달 음식 수요 증가로 일회용품 쓰레기가 크게 늘어나는 문제점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4월 다시금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하는 고시를 발표했다. 다만,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국민 사이에 불필요한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하자 이미 발표된 고시를 개정하는 대신 각 지자체에 일회용품 사용금지 업종에 대한 계도 활동에 전념할 것을 주문했다. 이미 법은 시행됐지만, 위반 업소에 과태료 등 행정처분은 내리지는 않겠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정부는 일회용품 사용금지 규제 강화의 내용을 담은 법률이 오는 11월 24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이후부터는 계도가 아닌 본격적으로 단속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때문에 휴게음식점업을 추가로 등록한 PC방은 오는 11월 24일부터 일회용품을 사용할 수 없다. 사용이 금지되는 품목은 △일회용 컵 △일회용 접시·용기 △일회용 나무젓가락 △일회용 이쑤시개(전분으로 제조된 것 제외) △일회용 수저·포크·나이프(합성수지 재질(PLA 포함)만 해당) △일회용 비닐식탁보(생분해성수지제품은 제외) △일회용 광고선전물(합성수지재질로 도포되거나 첩합된 것만 해당) △일회용 빨대·젓는막대(합성수지 재질(PLA 포함)만 해당) 등이다.

PC방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사용이 금지된 일회용품을 사용하다가 적발될 경우 휴게음식점업 면적이 33제곱미터부터 333제곱미터까지 1차 위반은 5만 원~50만 원, 2차 위반은 10만 원~100만 원, 3차 위반은 30만 원~2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일회용품 사용을 전면 중단하고 다회용품으로 모두 교체해야 하는데, PC방에서 많이 사용 중인 종이나 PET 재질의 음료 컵, 음식을 담는 종이 접시나 용기, 플라스틱 재질의 수저, 젓가락, 포크, 나이프까지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다만, 이 같은 과정이 결코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주들은 PC방에 적합한 다회용 식기류를 선택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은데, 고려해야 할 부분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다회용컵을 기준으로 하면 △고객이 떨어뜨려도 쉽게 파손되지 않는 재질 △뜨겁거나 차가움 방지 여부 △디자인 그림, 문구, 도포된 잉크 등이 쉽게 훼손되지 않는 내구성 △위생상 색소가 침투하거나 오랜 시간 음식물이 담겨 있어도 냄새가 나지 않는 제품을 선택해야 하며, 도난 등으로 소실되어도 부담이 적은 중저가를 선택해야 한다.

이는 음식을 담아내는 용기를 비롯해 수저, 젓가락, 포크, 나이프도 동일하다. 이를 종합하면 PC방 대표 먹거리 중 하나인 라면만 해도 그릇과 젓가락을 설거지해야 하고, 공기밥을 더하거나 김치와 단무지까지 제공하면 수저, 밥공기, 반찬 용기까지 그 수가 늘어난다. 여기에 음료라도 추가하게 되면 컵을 포함해 설거지 개수만 6개로 늘어난다. 만약 이 같은 고객이 10명이면 60개의 설거지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틀림없이 PC방 근무자의 업무부담을 크게 늘릴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MZ세대의 알바 기피 업종으로 분류되어 구인난이 심각한 상황인데, 설거지 업무까지 가중된다면 구인난에서 벗어날 길이 없어질지도 모른다. 결국 식기세척기를 도입하거나 설거지 전담 인력을 배치하는 등의 업무부담 해소 전략을 세우지 않는다면 PC방 알바 기피 현상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얼마 남지 않은 기간, 다양한 테스트 필요
이제 PC방 업주들은 11월 24일까지 이 같은 숙제를 모두 풀어야 할 상황에 놓였다. 다회용기는 브랜드, 재질, 기능, 용량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PC방에 적합한 제품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 결국에는 다양한 제품을 소량으로 구매해 앞으로 두 달 동안 매장에서 사용해보면서 최선의 제품을 선택하는 수밖에 없다.

일회용과 달리 부피가 큰 다회용 식기류를 주방에 어떻게 보관할 것인가도 문제다. 설거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덩치 큰 식기세척기를 도입했다면 공간을 확보하기가 더욱 어려운데, 이에 그릇을 수납하기 위한 선반 제작 등을 고민해야 한다. 이때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천장에서 내려오는 형태의 선반이나 그릇 진열장이 유리할 수 있다.

무엇보다 설거지 업무부담 해소가 가장 큰 숙제다. 현재는 먹거리를 서빙한 이후 수거할 때 일회용기들을 종류별로 분리하는 정도에서 대부분 마무리된다. 설거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부담스러울 정도의 양은 아니다. 하지만 일회용품 사용이 금지되면 식기세척기를 가동하는 것조차도 일이다. 먹거리 매출 비중이 높은 매장일수록 업무부담이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동원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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