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3월호(통권 400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에서 PC방 산업이 태동한지 20년이 훌쩍 넘은 가운데, 수많은 게임사와 다양한 게임들이 나타나고 사라졌다. 또한, 게임사들이 PC방을 상대로 돈을 벌어들이는 PC방 과금 역시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졌다가 사라지거나 바뀌었다.

PC방 프리미엄 혜택과 엮인 PC방 과금은 PC방 업계 내부에서도 바라보는 시각이 천양지차로 갈리는 논란거리였지만, 현재는 게임사가 PC방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매김했다. PC방이 등장한 이후 게임사들의 PC방 비즈니스 모델을 정리해봤다.

PC방 비즈니스 모델의 정의와 개념
PC방 비즈니스 모델은 한국 및 중국 등에만 있는 독특한 비즈니스 형태로, PC방에서 온라인게임을 이용할 경우, 해당 게임을 이용하는 대가를 개발사 또는 게임 배급사에게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초기에는 이용자가 온라인게임에 월정액 요금을 내지 않고도 PC방에서 게임을 할 수 있게 하는 대신, PC방이 이용자가 접속할 수 있는 권한에 대해 비용을 대신 지불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다 부분유료화(F2P) 온라인게임이 확산되면서 무료로 접속할 수 있는 게임에 대해서도 PC방 과금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무료로 접속할 수 있음에도 PC방이 요금을 지불하는 것에 대해서 초반에는 논란이 있었으나, 이후 PC방에서 부분유료화 온라인게임을 접속하면 일반적인 게임 접속 때에는 얻을 수 없는 특별 혜택이 주어지기 시작하면서 보편적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를 잡았다.

PC방에서 이렇게 추가적으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게임을 플레이할 때 한국의 과금 방식은 중국과 같은 국가들과 차이가 존재한다. 한국 PC방은 PC 이용요금 안에 PC방이 추가적으로 지불하는 비용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PC방 이용자가 게임사의 과금 게임을 플레이할 경우, 선불로 구매한 PC 이용시간이 빠르게 감소하는 형태가 대표적이다. 반면, 중국의 경우 이용자가 PC방 프리미엄 혜택을 받고자 한다면 PC방에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PC방의 등장과 ‘스타크래프트’
PC방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하기 전의 PC방은 사실 해외의 인터넷 카페와 다름없이 PC와 인터넷 환경을 제공하는 서비스였다. PC방의 법정 업종명인 인터넷컴퓨터게임시설제공업에서도 당시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 통용되는 PC방이라는 개념이 확실해진 것은 1998년에 ‘스타크래프트’가 등장하면서 PC방이 게임을 하는 공간으로 그 정체성을 공고히한 다음이다. 실제로 당대에는 ‘PC방’과 ‘게임방’이라는 단어가 병존하기도 했다.

당초 ‘스타크래프트’는 패키지를 판매하는 게임으로, 배틀넷이 지원하는 온라인 대전은 사실 부가적인 부분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온라인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되지만, 이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패키지를 구입해야만 했다. ‘스타크래프트’의 비즈니스 모델은 게임을 이용하는 PC마다 패키지를 판매하는 것이었다. 초반에는 불법복제도 횡행했지만, 소프트웨어 단속 등으로 인해 ‘스타크래프트’ 패키지는 PC방의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는 PC방이 CD 한 장으로 오랫동안 수익을 창출함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비용을 게임사에 지불하지는 않았고, 중고 패키지를 이용해도 정식 패키지를 이용한 것과 같았다. 이 때문에 어느 시점 이후에는 중고 패키지로 인해 PC방에서 ‘스타크래프트’로 인한 매출이 발생하지 않게 됐다. 이는 훗날 출시된 ‘워크래프트3’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 한계였다. 전통적인 패키지 판매 모델은 PC방이라는 환경과는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을 게임사들에게 각인시킨 사례가 된 것이다.

최초의 PC방 과금 ‘리니지’와 ‘바람의나라’
국내 최초의 MMORPG인 ‘바람의나라’는 1995년 12월에 첫선을 보인 뒤 1996년 4월 5일에 첫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때는 지금과 같이 인터넷망이 확산되기 전이라 PC통신을 통해 이용자가 서비스에 접속하는 시스템으로 구성되었으며, 종량제 시스템을 채택했다. 이후 월 49,500원의 정액제로 전환되었으나, 높은 서비스 이용요금과 함께 시간에 따라 과금되는 전화요금 및 PC통신 요금의 부담으로 인해 이용자 접근에 한계가 있었다.

‘리니지’는 처음부터 PC통신이 아닌 인터넷 접속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기획하고 1997년부터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지금처럼 인터넷망이 가정까지 도입되지 못한 상황이었다.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인터넷망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전화 모뎀을 통해 PC통신을 매개로 접속하거나, 당시에 인기를 끌기 시작한 PC방에서 베타 서비스로 접속해야 했다. ‘리니지’ 이용자들의 접속 환경을 조사해 보니 90% 이상이 PC방에서 접속한다는 것을 알게 된 엔씨소프트는 PC방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기획하게 된다.

이를 위해서 당시 PC방 비즈니스 모델 담당자는 전국의 PC방을 돌아다니며 매장 정보와 연락처를 확보하는 한편, PC방이 고정 IP 인터넷을 사용한다는 특성을 활용해 PC방의 IP 한 개당 10만 원의 월정액 상품을 만들어 상용화를 시작했다. ‘리니지’는 1998년 9월 상용화 이전에 사전가입 신청을 받았으나 PC방 업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하지만 상용화 이후 PC방 이용자들의 항의가 이어졌고, 전국 대다수의 PC방이 가입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IMF 시절은 PC방 창업이 성행하던 시기로 ‘스타크래프트’와 ‘리니지’는 PC방의 핵심 콘텐츠로 부상했고, 초기 ‘리니지’ 매출의 90% 이상을 PC방이 견인했다.

넥슨의 ‘바람의나라’도 비슷한 시기에 PC방 비즈니스 모델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넥슨 창업자인 김정주 대표는 “1997년에서 1998년 사이에 PC방 과금을 도입했고, 아마 우리가 처음 했을 것 같다”고 언급하기도 했지만 정확한 사실은 확인하기 어렵다.

부분유료화 온라인게임으로 PC방 과금 모델 확장
1999년에 들어서면서 주요 온라인게임들은 모두 PC방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하게 되었지만 부분유료화 열풍이 불면서 기존의 PC방 비즈니스 모델의 성장세는 감소했다. 부분유료화 온라인게임으로 다시 PC방 비즈니스 모델을 개척한 게임은 CCR의 ‘포트리스’였다. ‘포트리스’는 처음에는 무료로 서비스하겠다고 밝혔지만, 2001년부터 개인에게는 무료로 제공하고 PC방에는 유료로 제공하는 모델을 도입했다. PC방 업계와 게임사 사이에 벌어진 전면적인 갈등의 시작이었다.

이런 갈등에도 불구하고 ‘포트리스’는 PC방에서 상업적인 성공을 거뒀다. PC방에서 ‘포트리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집에서는 얻지 못하는 프리미엄 혜택을 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포트리스’의 PC방 비즈니스 모델은 이후 출시된 캐주얼 게임들의 PC방 비즈니스 모델의 기초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후 게임의 유행을 선도한 MMORPG들도 PC방에서 나오는 매출을 향상시키기 위해 PC방 전용 프리미엄 혜택을 서비스하는 계기가 됐다.

2002년부터 인기를 끌었던 캐주얼 게임 ‘크레이지 아케이드’는 6월에 상용화를 진행하며 PC방에서 게임을 할 때 더 빠르게 레벨업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게임에서 승리할 경우 경험치를 추가로 받을 수 있는 별도의 혜택을 제공했다. 2004년에 상용화에 돌입한 캐주얼 게임 ‘카트라이더’는 PC방에서 게임을 하면 전용 캐릭터와 아이템을 사용할 수 있으며, 보상이 2배가 되는 PC방 프리미엄 혜택을 선보였다. 이러한 혜택은 전국 PC방 중 80% 이상이 넥슨에 가맹하도록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캐주얼 게임들의 PC방 비즈니스 모델 실험을 통해 게임사들 PC방 매출은 크게 성장했다. 과거에는 PC방 업주가 정량시간을 구입하지 않으면 그 매장에서는 정액제 게임 접속이 불가능하다는 문법이었지만, 부분유료화 캐주얼 게임들의 흥행으로 인해 확립된 PC방 비즈니스 모델은 가맹 PC방이 아니라도 접속은 가능하나 프리미엄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문법으로 변경됐다. 그리고 PC방에서 추가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게임 내 혜택은 이용자들이 PC방을 계속 이용할 수 있게 만드는 강력한 유인책으로 작용했다.

PC방 프리미엄 혜택의 첨단 ‘LoL’
부분유료화 온라인게임들의 PC방 프리미엄 혜택을 중심으로 발전하던 PC방 비즈니스 모델은 2011년 12월 또 한 번 전환기를 맞이한다. 라이엇게임즈가 선보인 MOBA ‘리그오브레전드(LoL)’는 플레이어들이 팀을 나누어 하나의 맵에서 서로 경쟁하며 상대방 진영을 파괴하는 5:5 팀 게임이다. 기존의 케주얼 게임이나 MMORPG와 다른 PC방 프리미엄 혜택이 있어야 했다.

‘LoL’은 매 게임마다 플레이어들이 캐릭터를 새로 시작하기 때문에 동일한 규칙 내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는 특징으로 인해 ‘스타크래프트’의 뒤를 이를 이스포츠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LoL’은 다양한 캐릭터들을 판매하여 게임 내 전략적 다양성과 수익성을 함께 달성했고, 매주 10개 정도의 캐릭터를 돌아가며 무료로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캐릭터를 반드시 구매해야만 게임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게임 내에서 아이템을 파는 부분유료화의 주류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하기에는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제한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극복하기 위해 ‘LoL’은 한국에서 PC방 상용화를 진행하며 PC방에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이용자들은 게임 내 캐릭터를 구매하지 않고도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했고, 게임 내 보상도 20% 상향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인해 2012년 ‘LoL’의 PC방 매출은 1,000억 원을 경신하였으며, 2013년에는 매출 규모가 2,000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2024년에 바라본 ‘LoL’의 PC방 프리미엄 혜택은 일견 당연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게임 내 재화라고 할 수 있는 캐릭터를 모두 제공한다는 발상은 참신했다. PC방 비즈니스 모델을 운용하는 게임사가 PC방 이용자에 대한 혜택을 차별화하고, PC방에서 게임을 해야만 하는 이유를 제공하고 개선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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