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7월호(통권 344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1부 - 추억의 머드게임부터 살아있는 전설까지
PC방이 태동하고 게임이 유입되다(1998~2001)

<바람의나라>, <스타크래프트>, <리니지>, <포트리스2 블루>
PC방과 게임사의 관계 정립은 실패했지만(2001~2005)
<뮤>, <리니지2>, <카트라이더>,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스페셜포스>, <서든어택>,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영원할 것만 같던 찬란한 황금기(2005~2010)
<아바>, <아이온>, <피파온라인>

2부 - 황제의 철권통치와 그 너머의 가능성을 찾아서
풍요 속의 빈곤? 빈곤 속의 풍요?(2010~2015)

<리그오브레전드>, <사이퍼즈>, <디아블로3>, <블레이드앤소울>
PC방의 새로운 모험이 시작된다(2015~현재)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 <로스트아크>

 

2010~2015

풍요 속의 빈곤? 빈곤 속의 풍요?

신구 게임들의 조화도 잠시, PC방 인기 순위 고착화로 신작 게임이 숨 쉴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자 온라인게임 신작 출시가 급감했다. 여기에 양질의 신작은 더욱 희귀해졌다. 설상가상으로 스마트폰이 게임 플랫폼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PC방은 캐주얼 게이머에게 매력적인 게이밍 공간의 지위를 상실해갔다.

또한 급연법의 영향으로 성인 손님들이 크게 줄었고, 성인 게이머들이 몰려있던 MMORPG는 PC방에서 더 이상 최강의 인기 장르로 부르기 민망한 수준이 되어버렸다. 덕분에 PC방은 성인 손님 감소와 야간 매출 급감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됐다.

이 거대한 공백을 메우지 못하면 PC방 업종은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 위기 상황이었지만 의외의 신인이 나타나 대활약을 펼치게 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라이엇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드>가 그 주인공이다.

<리그오브레전드>와 라이엇게임즈는 PC방 데뷔 초까지만 해도 ‘듣보잡’ 신인에 불과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장을 선도했고, 파편적으로 분산되어 있던 PC방 게임 장르의 점유율을 AOS가 압도하는 결과를 낳았다.

놀라운 점은 ‘롤 대항마’, ‘포스트 롤’을 표방하며 나온 신작 AOS게임이 산더미처럼 많지만 단 하나의 작품도 주목할 만큼의 PC방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사이퍼즈> 정도만 ‘정통파 AOS’가 아닌 ‘액션 AOS’라는 실험에 성공해 아직도 15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정도다.

한편,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와 엔씨소프트는 각각 <디아블로3>와 <블레이드앤소울>을 내놓았다. 두 RPG는 여전히 ‘PC방 인기 게임’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진 않지만 PC방 주요 고객의 연령대인 10대와 20대 게이머들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얻어내는데 실패한 것처럼 보인다.

<리그오브레전드>
지난 2012년 낯선 미국 회사 하나가 이상한 게임 하나를 가져와 한국지사를 설립해 PC방에도 직접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라이엇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드>는 PC방 데뷔가 볼품없었던 게임들 중 순위를 메긴다면 아마 최상위권일 게임이다. 그러나 게임성이 진또배기라면 통할 수밖에 없는 법이다. 실제로 평단과 대중이 <리그오브레전드>의 재미를 알아차리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젊은 게이머들의 취향에도 딱 들어맞았다. 유료 아이템이 승부를 결정하지도 않았고, 지루한 레벨업 구간을 강요하지도 않았다. 이미 RTS의 세례를 받은 바 있는 PC방은 RTS의 후계 장르인 AOS에 금세 적응했다. <리그오브레전드>의 PC방 순위는 쭉쭉 올라갔고 어렵지 않게 선두권에 이름을 올렸다. 슈퍼루키가 등장하면 잠시 2위로 내려앉기도 했지만 이내 왕좌를 되찾았다. 그리고 오늘도 PC방 종합순위 1위 기록을 이어가는 중이다.

<사이퍼즈>
넥슨의 액션 AOS게임 <사이퍼즈>는 ‘안티 LOL 전선’을 형성한 AOS게임들 중 가장 성공적인 성적을 거뒀다. <사이퍼즈>는 백뷰 시점의 액션게임을 기반으로, 전체적인 게임 흐름에만 AOS의 문법을 차용했다. 따라하는 게임들과는 근본이 달랐고 출시일도 빨랐다. 국내 게이머들은 대세게임을 추종하는 경향이 강해서 신작 게임이 대체불가능한 재미를 선보이지 못하면 생존도 보장할 수 없다는 훌륭한 예시가 바로 <사이퍼즈>다.

<디아블로3>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야심차게 내놓은 <디아블로3>는 2012년 최대 기대작이었다. 액션 RPG의 상징과도 같은 작품이고 전작이 PC방에서 크게 흥행했던 만큼 기대감이 컸다. 오픈 초기에는 각종 오류와 게임 디자인이 혹평을 받았지만 확장팩 ‘영혼을 거두는 자’부터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현재는 새로운 시즌이 열릴 때만 PC방 순위가 치솟는 ‘연어게임’ 정도의 캐릭터를 구축하고 있다.

<블레이드앤소울>
엔씨소프트의 차세대 MMORPG <블레이드앤소울>도 나왔다. 퓨전 무협 세계관을 무대로 경공과 무공 시스템, 합격기로 풀어나가는 던전, 인상적인 시나리오와 비주얼은 PC방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데뷔와 동시에 종합 순위 1위를 찍었지만 시대는 MMORPG가 PC방에서 성공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었다. ‘백청산맥’ 업데이트는 지체됐고, 이후로도 계속되는 하향세를 막지 못하고 있다.

 

2015~현재

PC방의 새로운 모험이 시작된다

2015년 이후로는 PC방에서 국산 온라인게임 신작을 만나기가 극도로 어려워졌다. 게임 개발의 주류는 더 이상 온라인이 아닌 모바일이고, 외산 게임의 무덤이라 불렸던 PC방에서 국산 게임은 점차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 게이머들의 눈높이는 점점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갔고, 이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다면 국산 게임도 가차 없이 외면 받게 됐다.

주요 장르별로 살펴보면 AOS는 여전히 <리그오브레전드>가 꽉 잡고 있는 가운데, FPS에서는 <오버워치>가 돌풍을 일으켰다. 국산 FPS게임이 세계 시장에서 유행을 선도하며 한반도를 강타하기도 했다. 그 주인공은 ‘배틀로얄’이라는 코드로 글로벌 시장의 지축을 흔들어놓은 <배틀그라운드>다. 아울러 MMORPG라는 장르는 이미 생명력이 다했다는 식의 수명론이 틀렸음 증명한 <로스트아크>도 나왔다.

또한 예기치 못한 뜻밖의 게임이 간헐적으로 유행하는 경우가 종종 나오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몬스터헌터: 월드>, <레인보우식스: 시즈>, <에이펙스 레전드>, <도타2 오토체스> 등은 대표적인 ‘뜬금포 게임’이다. 유행이 금세 사그라들긴 하지만 게임 점유율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는 PC방 입장에서는 영민하게 반응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현재 PC방 점유율은 <리그오브레전드>가 40%를 차지하고 있다. 다시 말해 손님 10명 중 4명을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리그오브레전드>는 훌륭한 게임이고, PC방과 궁합이 좋은 게임이며, 어려운 시기를 날 때 도움이 된 게임인 것은 분명하지만 동시에 극복해야 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이런 문제의식과 맞물려 PC방이 관심을 가질 만한 사안들도 있다. PC방이 기존 온라인게임 외 게임 플랫폼을 소화할 수 있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스팀(Steam)으로 대표되는 ESD와 녹스로 대표되는 앱플레이어가 대표적이다.

특히 글로벌 PC게임 유통의 절대강자 스팀은 올해부터 PC방 진출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라 앞으로 귀추가 주목된다. PC방의 게임 콘텐츠는 소수의 특정 작품에 집중되는 경향을 띠었던 것이 사실이라, 스팀의 PC방 진출이 PC방 콘텐츠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오버워치>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FPS게임을 이렇게 잘 만들 줄 누가 알았을까? 빠른 속도감과 전략적인 스킬 사용을 중시한 하이퍼 FPS게임 <오버워치>는 출시 직후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꽤 오랫동안 PC방 종합 순위 1위를 유지했고, 덕분에 <리그오브레전드>나 <서든어택>은 부침을 겪어야 했다.

1등을 누가 하던 PC방 업주들은 상관이 없었다. PC 가동률이 오르고 있는데 1등이 누구면 어떻단 말인가? 또한 PC방 이용자층은 전통적으로 남초 현상이 심각했지만 <오버워치>는 여성 게이머들의 발길을 PC방으로 이끌었다. 마침 PC방 업계에서는 위생과 금연 등이 이슈였던 터라 시너지를 일으켰다. PC방은 성별을 불문한 게이밍 공간이 됐고, 신규 이용자층을 창출시켰다.

<배틀그라운드>
<배틀그라운드>는 최대 100명의 이용자가 고립된 섬에 떨어져 각종 무기와 차량 등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최후의 1인 혹은 1팀이 살아남을 때까지 생존 싸움을 벌이는 게임이다. 글로벌 게임시장에 몰아치고 있는 ‘배틀로얄 열풍’의 효시였고, 국내에서도 강렬한 개성을 어필하며 대세 게임의 자리에 등극한 작품이다.

<배틀그라운드> 특유의 부담스러운 PC 요구사양으로 업그레이드를 망설이던 업주들도 많았는데 게임이 한창 잘나가던 시기에 미리미리 최신 PC를 준비하지 않은 업주는 좋은 시절을 놓치고 말았다. 아울러 <배틀그라운드>는 PC방에 생소했던 스팀을 통해 해외에서 먼저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이런 게임 동향에 어두웠던 업주 역시 ‘배그 특수’를 놓치긴 마찬가지였다.

<로스트아크>
스마일게이트의 신작 MMORPG <로스트아크>는 혼자서 다수의 적을 쓸어버리는 박진감 넘치는 핵앤슬래시 전투로, 출시 이전부터 큰 주목을 받은 타이틀이다. 동서양을 아우르는 방대한 세계관 속 수많은 대륙과 섬을 무대로 짜임새 있는 전투 콘텐츠, 항해를 통한 탐험 콘텐츠와 레이드 등 블록버스터급 스케일을 자랑한다.

지난해 11월 출시되자마자 센세이셔널한 호응과 함께 PC방 인기 순위 3위에 올랐고, PC 온라인이라는 플랫폼과 MMORPG라는 장르의 경쟁력이 살아있음을 결과로 보여줬다. 비록 서버 관리 및 게임 운영 측면에서는 잡음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기본 짜임새가 탄탄한 만큼 반등의 여지는 충분하다.

마치며…
게임은 PC방이라는 업종을 촉발시켰고 PC방은 한국 게임산업을 발전시켰다. PC방과 게임업계는 화해와 반목을 거듭하면서 20년 넘는 세월을 함께 했고, 앞으로도 둘은 좋든 싫은 발 맞춰 걸어야 하는 운명이다.

온갖 어려움 속에서 둘은 살아남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녹록치 않다. 세파는 생존하고 발전할 자격을 확인하듯 끊임없이 덮쳐왔고 앞으로도 덮쳐올 것이다. 두 업계가 과거처럼 갈등하기 보다는 서로를 이해하며 함께 헤쳐나갈 방안을 모색하길 바래본다.

한편, 국내 게임시장의 지축이 모바일 플랫폼으로 이동하면서 PC방은 새롭게 변신해야 하는 입장이 됐으나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기껏해야 앱플레이어를 PC에 설치하는 정도인데 PC방에서 대박을 치는 모바일게임은 여전히 나타나지 않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외산 PC 게임들이 국내 게이머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면서 게임시장의 지형은 더욱 복잡해졌고, 게임이 다양해지자 게이머도 다양해졌다. 그러나 PC방은 이런 움직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PC방 게임 점유율은 <리그오브레전드>, <배틀그라운드>, <오버워치> TOP3가 여전히 60%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는 스팀의 PC방 진출이 가속화된다. 이를 계기로 PC방 단판형 팀전 게임에 매몰된 현 체제를 뛰어넘을지, 아니면 스팀이 헛바람만 잔뜩 잡다기 한국 PC방에서 다시 한 번 고배를 마시게 될지는 미지수다. 다만 게이머들이 스팀에 호응한다면 PC방도 재빠르게 발맞추는 정도의 민첩함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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