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6월 창간 특집호(통권 343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1부 - 추억의 머드게임부터 살아있는 전설까지
PC방이 태동하고 게임이 유입되다(1998~2001)
<바람의나라>, <스타크래프트>, <리니지>, <포트리스2 블루>
PC방과 게임사의 관계 정립은 실패했지만(2001~2005)
<뮤>, <리니지2>, <카트라이더>,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스페셜포스>, <서든어택>,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영원할 것만 같던 찬란한 황금기(2005~2010)
<아바>, <아이온>, <피파온라인>

2부 - 황제의 철권통치와 그 너머의 가능성을 찾아서
풍요 속의 빈곤? 빈곤 속의 풍요?(2010~2015)

<리그오브레전드>, <사이퍼즈>, <디아블로3>, <블레이드앤소울>
PC방의 새로운 모험이 시작된다(2015~현재)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 <로스트아크>

PC방이라는 업종이 탄생할 때만 해도 게임이라는 콘텐츠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금처럼 크지는 않았다. 다소 거창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오히려 PC와 통신을 경험할 수 있는 최첨단 정보기술의 장으로써의 역할이 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오락실이라고 불리던 아케이드 게임 센터들이 하나둘 사라지면서 생활밀착형 게이밍 업소의 위상을 계승하게 되었고, 현재는 PC방의 대표 콘텐츠로 자리하기에 이른다. 특히 온라인게임은 한국 게임산업의 발전을 이끌었던 견인차이자, PC방과 상생과 갈등을 반복하며 자라난 동반자라 할 수 있겠다.

지난 세월 동안 무수히 많은 PC방이 명멸했고, 이에 맞춰 셀 수 없는 게임들이 흥망을 거듭했다. PC방과 게임의 역사를 월간 아이러브PC방 20주년 특집호 6월호와 7월호로 나누어 간략하게 정리해보고, PC방에 중요한 족적을 남긴 시대적 게임과 특징들에 대해서도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1998~2001
PC방이 태동하고 게임이 유입되다

PC방이 본격적으로 생겨나기 시작한 시기는 1997년으로 알려져 있다. 이 당시만 하더라도 국내 게임 시장은 다양한 플랫폼이 공존하는 형태였다. 이중 크게 부각된 플랫폼은 콘솔, PC, 아케이드 등을 꼽을 수 있다. 온라인게임이라고 불릴 만한 게임은 <바람의나라> 정도였다. 하지만 PC방에서 게임이 주요 콘텐츠로 부각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스타크래프트>였다.

<스타크래프트>의 등장은 일대 변혁을 가져왔다. 그동안 시뮬레이션게임이라고 하면 캐주얼 게이머들이 접근하기에 다소 높은 장벽을 가지고 있었지만 <스타크래프트>는 그 장벽을 무너뜨리면서 코어 게이머 너머로 영역을 확장시켰다. 당시에는 네트워크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반드시 PC방이 필요했고, 이를 통해 많은 고객들이 PC방으로 유입됐다.

이 시기에 국내 온라인게임도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바람의나라>를 시작으로 기념비적인 타이틀인 <리니지>가 유저들에게 주목을 받으면서 온라인게임의 중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당시 기반이 약했던 온라인게임이 PC방에 자리 잡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로 보고 있다. 또한 전화선을 이용하는 PC통신이 아닌 인터넷전용선 시대로 완전히 이행하는 전환기였다.

<바람의나라>
게임사에서 극초기의 그래픽 온라인게임으로 평가받는 넥슨의 <바람의나라>는 국내 온라인게임의 시작을 알리는 타이틀로 그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바람의나라>가 출시되기 전에는 텍스트에 의존한 MUD 게임이 대세를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바람의나라>가 출시되면서 그 양상이 바뀌기 시작해 본격적인 MUG 시대를 열었고, 아직 현역으로서 ‘최장수 상용화 온라인게임’이라는 타이틀로 기네스북에서 빛나고 있다.

<스타크래프트>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으로 출시부터 현재까지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스테디셀러 타이틀이다. 당시만 해도 시뮬레이션게임은 열성적인 게이머들의 전유물로 치부하는 경향이 강했으나 <스타크래프트>는 이러한 편견들을 깬 것도 모자라 남학생들의 계급이자 공용어이자 문화의 반열에 올라섰다. 최근에는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로 재림해 그 위상을 뽐내고 있다.

<리니지>
MUG의 시대가 열린 이후 MMORPG라는 개념을 한국인들의 뇌리에 확실히 각인시킨 게임이 엔씨소프트의 <리니지>다. <리니지>는 만화가 신일숙의 동명 원작을 소재로, 왕위의 정당성을 혈통에 부여하는 고전적 세계관, 국내 게이머들이 공감하기 쉬웠던 무협지적 정서, 캐릭터의 강함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약육강식의 세상, 공성전으로 대표되는 이권 다툼 등 언급할 부분이 너무 많은 작품이다. 또한 이후 출시된 온라인게임들에 미친 막대한 영향과 게임 내 분쟁이 현실로 튀어나오는 사례 등 게임 외적으로도 항상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포트리스2 블루>
CCR의 <포트리스 블루>는 간단한 조작으로 탱크를 조종해 상대편을 물리치는 게임으로, PC방의 역사에 가장 강렬하게 남아 있는 탱크 슈팅게임일 것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캐주얼 게임이 PC방에서 얼마나 성공할 수 있는지 보여준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그렇다. 동시에 유료화 과정에서 PC방을 상대로 한 겁박과 차별, 소비자인 PC방 업주들에게 안하무인적인 태도로 일관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2001~2005
PC방과 게임사의 관계 정립은 실패했지만

이 시기는 굵직한 게임들이 등장한 이후 다음 세대의 온라인게임들이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온 때이자, 신생 게임사들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던 시기다. 온라임게임이라는 개념도 생소하고, 참고할만한 해외 PC방의 생리랄 것도 없는 상황이었다.

이 와중에 게임산업의 토대가 마련됐고 PC방은 게임사와의 관계 정립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수행할 차례였다. 불행하게도 성공적이지는 못했다. PC방이 업종 차원에서 제대로 반응하지 못한 것도 있지만 게임사들 역시 협상 파트너로서 PC방을 존중하진 않았다.

2001년에는 PC방과 게임사가 서로 대립하고 반목하게 될 기나긴 기간의 시작을 알린 총성이 울렸다. 바로 <포트리스2 블루>가 PC방 상용화를 기습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이것이 화근이 되어 <포트리스2 블루>는 당시까지만 해도 ‘국민게임’으로 불릴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으나 PC방 업주들의 집단행동에 덜미를 잡혀 호황이 끝장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초탄에 용기백배한 게임사들은 너도나도 숟가락을 높이 치켜들었다. <길드워>가 속칭 ‘끼워팔기’로 곤혹을 치렀으며, <카트라이더> 또한 새로운 과금 방식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PC방 업계와 충돌이 발생하는 등 거의 모든 게임사들은 PC방과 잡음을 일으켰다.

이처럼 PC방과 게임사의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지만 역설적으로 온라인게임 시장 자체는 파죽지세나 다름없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3D 게임이 전무했던 온라인게임 시장에 3D 그래픽을 구현한 작품들이 나오는가 하면, 기술적인 발전 외에도 다양한 장르와 참신한 기획을 자랑하는 작품들이 줄지어 데뷔했다.

2001년부터 정식 서비스에 들어간 3D 게임 <뮤>와 언리얼 엔진 2로 만들어진 대작 <리니지2>도 이 시기에 데뷔했고, MMORPG의 세대를 가르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는 그야말로 화룡점정이었다.

MMORPG의 놀라운 성장과 함께 캐주얼 게임도 전성기를 맞이했다. 특히 이 시기에 넥슨은 ‘국민게임’ <카트라이더>, 시대를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은 <던전앤파이터>와 <메이플스토리>로 선봉에 섰다. 시간이 흘러 현재까지 세 작품 모두 넥슨의 기둥으로 불리는 작품들이다.

FPS게임들도 대단했다. <스페셜포스>는 국내 개발 온라인 FPS게임으로 전성기를 구가했으며, 이 뒤를 이은 건 <서든어택>이었다. 두 게임의 경쟁은 게임사들의 FPS 개발 붐을 촉발시켰다.

<뮤>
3D 게임을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에 정착시킨 타이틀은 웹젠의 <뮤>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시장에 나온 3D 온라인게임은 한 손에 꼽을 정도였는데, 가장 큰 인기를 모았던 게임이 바로 <뮤>다. 3D 온라인게임의 출시는 당시로서는 매우 혁명적인 사건이었다. 특히 콘솔이나 PC 플랫폼에서나 사용했던 3D 그래픽 기술이 온라인으로 선보인 시기였기에 눈길을 사로잡았다.

<리니지2>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는 게임 및 PC방, IT 업계까지 충격을 선사한 작품이라 하겠다. 당시 <리니지2>는 국내에서 사용되지 않던 게임 엔진인 언리얼 2.0을 사용해 국내 온라인 게임의 3D 그래픽 기술을 한 차원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더욱이 흥행작 중의 흥행작이었던 전작의 후광까지 더해져 2003년 전후를 주름잡은 주인공이라 평가해도 무리가 아니다.

<카트라이더>
최근 ‘역주행 신화’를 써내려가는 <카트라이더>는 이미 ‘국민게임 신화’를 쓴 바 있는 역사적 작품이다. 로두마니스튜디오의 <크레이지아케이드 비앤비>의 캐릭터들이 등장해 레이싱을 펼치는 게임으로, 각종 무기를 사용해 상대방을 제압하거나 가장 빨리 레이싱 코스를 돌파한 유저가 승리하는 전형적인 아케이드 레이싱의 모습을 답습했다. 최근 PC방 성적을 보면 이 아케이드적 재미는 지금도 유효하다.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두 게임은 벨크스크롤 게임에 RPG적 요소를 더해 오락실에서 액션게임을 하는 재미와 온라인 RPG의 지속성을 모두 챙겼으며, 당대 10대 청소년들에게 큰 지지를 받은 게임이다. 2D 그래픽을 지적하는 여론도 있었으나 여전히 PC방 종합 순위 TOP10에 나란히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세계 시장에서의 성과도 대단해서 넥슨을 대표하는 캐쉬카우로 이름값을 톡톡히 한다.

<스페셜포스>
드래곤플라이가 개발하고 네오위즈가 서비스한 <스페셜포스>는 PC방에서 특히 많은 사랑을 받았다. 패키지게임으로 출시되던 해외 FPS게임과 비교해서는 부족한 면이 많은 게임이었지만 온라인 FPS게임이라는 점이 국내에서는 접근성의 우위로 작용했다. 또한 PC방에서 지배적 위치에 있던 FPS게임 <카운터스트라이크>가 PC방 업주들의 반감을 사며 고전하던 틈을 파고들어 친화적 정책을 홍보한 것도 흥행에 주효했다.

<서든어택>
게임하이가 개발하고 넷마블이 서비스했던 FPS게임 <서든어택>은 빠른 게임 진행과 직관적인 게임성 그리고 부지런한 업데이트로 많은 사랑을 받았고 현재도 매니아층이 공고하다. 2016년까지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장르 내에서 독보적 위치를 잃지 않았고, PC방 종합 순위에서도 괄목할 만한 1위 기록을 세운 바 있다. 또한 FPS게임들의 수명이 일반적으로 짧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지구력을 자랑한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수식어가 거추장스러운, 살아있는 전설이 특정 게임이라면 그 작품의 이름은 아마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일 확률이 높다. PC 패키지게임만을 취급했던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본격적인 MMORPG를 만들었고, 일약 전 세계급 게임사로 발돋움하게 된 계기이다. 단순히 게임을 넘어 세계적인 사회문화적 현상으로 받아들여졌고, 후대 MMORPG들은 이 게임의 그림자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과업 앞에서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2005~2010

영원할 것만 같던 찬란한 황금기

이 시기는 앞서 언급한 수작과 명작 그리고 걸작들이 차곡차곡 PC방에 쌓이면서 황금기라고 평가되는 시기다. 특정 게임이 점유율을 독식하지 못했기 때문에 PC 가동률이 안정적인 그래프를 그렸고, 흥행작들의 뜨거운 순위 경쟁이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고착화 현상도 두드러지지 못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스페셜포스>는 ‘건빵 PC'방이라는 프리미엄 서비스를 통해 PC방에서 완전히 인기 게임으로 순항했고, 뒤이어 등장한 <서든어택>까지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면서 FPS게임의 대중화를 이끌어냈다. 두 게임의 인기로 인해 많은 FPS게임들이 PC방에 얼굴을 내밀었고, 2007년에는 언리얼 엔진 3로 개발된 걸출한 신작 <아바>까지 데뷔했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전성기도 이 때다. ‘오리지널’, ‘불타는 성전’, ‘리치왕의 분노’로 이어지는 3연타석 홈런은 MMORPG의 홍수를 불러왔고, 여기에 <아이온>이라는 또 하나의 대작이 PC방 집객에 일조했다. <아이온>이 PC방을 휩쓸면서 ‘역시 엔씨소프트’라는 호평과 함께 주가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법이다. 이미 이 시기에는 곧 다가온 침체기의 맹아가 싹트고 있었다. 게임계가 호황을 누리면서 게임사들은 대작 게임을 잇달아 내놓았지만 흥행 실패를 거듭했고, 말기에는 신작 온라인게임 개발이 위축되는 경향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는 2019년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당연하게도 온라인게임의 침체는 PC방의 침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히 기존의 게임들 외에는 신작 게임이 발붙일 곳이 없었기에 게이머들은 게임에 대한 흥미를 점점 잃어갔으며 PC방을 찾는 고객들이 고정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게임사들이 신규 고객 창출에 고심하듯 PC방도 신규 고객 창출은 지상 과제가 되었다.

<아바>
언리얼 엔진 3로 개발한 <아바>는 그동안 서비스됐던 온라인 FPS게임의 그래픽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특히 타 게임들과 달리 캐주얼적인 면을 줄이고 현실감을 극대화해 헤비 게이머들에게 매력을 어필했다. 다만 게임 자체가 매우 무겁기 때문에 고사양 PC방에서만 소화할 수 있었고, PC방 일선에서 <아바>의 흥행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이온>
엔씨소프트가 <리니지>-<리니지2>에 이어 내놓은 신작 <아이온>은 MMORPG 혈통에서는 PC방에서 집권한 마지막 황제다. 혈통이 혈통이니 만큼 출시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고, 역시나 공개시범서비스부터 큰 반향을 일으켰다. 고품질 그래픽과 짜임새 있는 콘텐츠가 맞물려 완성형 MMORPG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었다. 상용화 서비스를 서둘러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PC방 종합 순위 1위를 손쉽게 차지했다.

<피파온라인>
네오위즈가 <피파 06>을 기반으로 개발한 온라인 축구게임 <피파온라인>은 플스방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위닝일레븐’ 지지층을 PC방이 압도할 수 있게 만들어준 작품이다. 여기에는 행운도 따랐다. 라이벌이라고 할 ‘위닝일레븐’ 시리즈가 이 시기에 크게 부실했고, 플스방도 급감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열풍까지 더해졌다. 후속작인 <피파온라인2>는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국내에서 제일 잘 나가는 스포츠 게임 자리에 올랐다. 그리고 <피파온라인3>, <피파온라인4>도 계속해서 흥행 골을 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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