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1월호(통권 398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올해 1분기경 거래 중인 은행 계좌에 갑자기 87만 원에서 300만 원 사이의 돈이 들어와도 놀랄 필요가 없다. 지난해 말 공개된 바 있는 은행권 ‘상생금융’의 일환으로, 차주들이 납부했던 이자 일부가 환급된 결과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과 12월 내내 은행권을 압박하면서 자영업자를 위한 지원 방안을 자체적으로 마련할 것을 채근했다. 대통령이 입에서 나온 ‘소상공인이 은행 종노릇’, ‘은행의 사회적 책임’, ‘횡재세 가능성’ 등의 이야기는, 은행이 관련 TF를 구성하고 종합 계획을 내놓도록 만들었다.

금융당국, 금융지주회사, 은행엽합회 산하 20개 은행장들은 공동의 사회적 역할을 확대하기로 합심한 결과물이라며 2조 원+α 규모의 민생지원 방안을 내놨다. 2조 원이라는 자금은 은행들이 이자장사로 지난해 3분기까지 거둔 순이익인 19조 원의 10%가량에 해당하며, 동시에 여야가 이구동성으로 입법 필요성을 언급했던 ‘횡재세’ 규모 수준이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제외한 18개 시중 은행은 격론 끝에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2조 원을 분담하기로 하고, 국책은행들은 +α에 해당하는 추가적 지원을 담당한다. 이번 자금은 이런 방식으로 진행된 은행권 상생금융 차원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은행연합회는 은행의 재정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영업·소상공인의 금리 부담을 최대한 낮춘다는 목표로, 일정 수준에서 ‘체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상생금융’은 공통 프로그램과 자율 프로그램으로 나뉘어 추진된다. 공통 프로그램은 당초 알려진 바와 같이 각 은행들이 개인사업자대출을 보유한 차주를 대상으로 이자 환급을 시행하는 내용이다  환급액은 대출금 2억 원을 한도로 1년 동안 4% 초과 이자 납부액의 90%(감면율)다.

환급 한도는 차주당 300만 원이지만 은행별로 자사 건전성, 부담 여력 등을 감안해 일부 지원기준을 자율적으로 조정 가능하다. 이 때문에 한도와 감면율이 세부적으로는 각각 달라질 수 있다.

이번 프로그램으로 부동산임대업 대출 차주를 제외한 약 187만 명의 개인사업자가 2조 원의 80%인 1조 6,000억 원의 지원을 받게 됐다. 이를 사업자 한 명이 받게 될 평균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85만 원이다.

다음으로 자율 프로그램은 1조 6,000억 원의 환급을 시행하고 남은 나머지 자금을 활용해 자영업·소상공인을 비롯한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전기료와 임대료 지원 등 환급이 아닌 방식으로 이뤄지고, 취약계층 지원 및 보증기관 또는 서민금융진흥원 출연 등 다양하게 활용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집행 시기는 올해 1분기다. 공통 프로그램은 이달 내로 각 은행이 집행계획을 수립해 이자 환급을 개시하고, 1분기 내로 최대한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의 분석에 따르면 3월 내로 전체의 50% 이상이 집행될 예정이다. 자율 프로그램은 1분기 중 집행계획 수립 후 연내 집행을 추진한다.

이번 상생금융에서 숙지할 부분은 지원 대상인 자영업·소상공인이 별도로 신청하는 등의 절차가 없다는 점이다. 이는 보이스피싱 등 각종 온라인 사기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각 은행이 자체적으로 지원 대상을 선정해 계좌로 환급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이자 환급 지원이 새출발기금의 채무조정 프로그램,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긴축 기조 등 정부정책과 상충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연체 가능성이 있거나 연체한 차주들의 채무를 조정하는 새출발기금과 이번 상생금융지원방안은 그 성격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금융위는 개인사업자의 세금 신고는 5월이며, 계획대로 1분기 내 환급이 집행되면 지난 1년 동안의 이자를 돌려받는 것이라 추가 소득으로 잡히지 않는다고 설명하면서 환급에 따른 ‘이자 폭탄’ 우려를 일축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상생금융은 자영업·소상공인들의 이자 환급을 통해 조금이나마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와 더불어 소비가 늘어나는 등의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코로나 기간 희생을 감내했던 자영업·소상공인을 뒤늦게라도 주목했다는 점에서 다행스러운 일이다.

금융위 김주현 위원장은 “지원액 2조 원은 지금까지 은행권의 민생경제를 지원하기 위한 사회적 기여에서 최대 규모다. 이는 모든 은행들이 진정성 있게 참여해 이루어낸 성과다. 은행마다 경영 여건이 상이해 과정상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은행권이 중지를 모은 것은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기업의 이익을 두고 정부가 나서서 강제적으로 환원한 형태나 다름이 없다는 점에서 시장경제 논리에 부합하지 않고, 앞으로도 정부가 금융권에 비슷한 방식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인식을 남긴다는 점에서는 비판의 여지가 있다.

아울러 지원 대상을 선정할 때 대출자 소득이나 자산이 빠진 점과 자영업·소상공인이 아니거나, 제2금융권 또는 제3금융권에서 대출받은 취약 차주들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취지에 어긋나고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는 등의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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