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10월호(통권 395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자영업자 10명 중 4명은 3년 내 폐업을 고려한다고 하니 2023년 대한민국은 자영업자로 살아가기가 정말 아찔한 시공간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자영업자 2023년 상반기 실적 및 하반기 전망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약 41%가 3년 내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 또한, 응답자의 60% 이상은 올 상반기 매출과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0% 감소했으며, 절반 이상은 하반기에도 실적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가장 부담스러웠다고 지목된 경영비용 증가 항목은 원자재·재료비(20.9%), 인건비(20.0%),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18.2%), 임차료(14.2%) 순이었다. 폐업을 고려하는 이유 역시 간단명료했다. 영업실적 지속 악화(29.4%), 자금사정 악화 및 대출 상환 부담(16.7%), 경기 회복 전망 불투명(14.2%) 등이다.

폐업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은 이런 살벌한 현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특별한 대안이 없음(22.3%) 등의 부정적 이유가 53.1%로, 실적이 좋아서 등 긍정적 이유 25.5%를 두 배 이상 상회했다.

이번 조사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자금사정 악화 및 대출 상환 부담’을 꼽은 비율이 16.7%로 증가한 점이다. 코로나 초기에 자영업·소상공인들은 집합금지 및 영업제한 조처로 가장 큰 희생을 치렀고, 생업 전선에서 후퇴하지 않으려 빚을 낸 경우가 많았다.

이를 방증하듯 지난해 말 전체 금융기관의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19조8,000억 원이라는 경악할 수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자영업자 대출 잔액이 1,033조7,000억 원으로 늘어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코로나 직전인 3년 전보다 약 50% 증가한 규모지만, 다섯 차례나 연기된 대출 상환유예는 지난달 종료됐다. 이제는 돈 갚을 일만 남았는데, 상환 여력이 있는 자영업자는 소수에 불과하다. 오히려 올해 초 대비 대출액이 늘었다는 응답률이 51.2%에 달했다.

지난달부터 각계각층에서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원금 만기 연장 및 이자 상환 유예 조치와 관련해 경고의 목소리, 대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자영업자의 연체율이 극도로 높아진 상황에서 하위 30% 영세사업자의 연체율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상환유예까지 종료되면 부실화 폭탄이 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와 금융권이 자영업·소상공인 대출 부실의 폭발을 방지하기 위해 선제적인 조치에 나서야 할 때다. 사정이 나은 자영업자와 취약 자영업자를 구분하고, 사업자별로 상환 능력을 점검해 추가 금융지원 여부를 결정하고, 코로나 기간 가장 큰 피해를 입었던 PC방 업종에 대한 보상적 차원의 금융지원도 요구된다.

PC방은 시설제공업이지만 1금융권의 시설담보 대출 등이 거의 불가능하고,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대출지원상품에서도 제외돼 고금리 사금융 대출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 요인에 따른 위험 부담이 막대하다. 자금 대출의 범위도 확대될 필요성이 있으며, 대환대출의 범위·한도 등의 확대 및 상환기간의 합리화를 통해 PC방 업주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방안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런 희망은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대기업 실적 악화와 부동산 및 소비 위축으로 올해 1분기에만 세금이 작년보다 24조 원 덜 걷혔다. 내수 활성화를 뒷받침해야 할 재정적 여력이 부족한 판국에 자영업자에 대한 금융지원이 확대될 공산은 작다.

지난달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중소벤처기업부는 손실보상금·재난지원금 지급이 96% 이상 완료됐다며 4분기부터는 과지급·오지급된 보상금에 대해서 환수하겠다고 발표할 정도다. 부당한 부분을 환수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백척간두에 선 소상공인들에 대한 충분한 지원이 이뤄졌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정부뿐만 아니라 금융권도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주길 바란다. 차주의 자금 사정을 잘 아는 것은 금융사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번 가을 자영업자 대출 대란설이 현실이 된다면 금융사의 재정건전성에도 악재로 작용할 것은 명약관화다.

PC방 업종은 업주들의 이런 사정을 정치권과 금융권에 알릴 전령이 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한국인터넷PC카페협동조합(이하 조합)은 지난달 열린 ‘소상공인 금융애로 간담회’에 달려갔다. 이번 간담회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자영업·소상공인의 자금 상황을 점검하고 정책자금 집행 현황을 검토해, 내년도 정책자금을 실효적으로 만들기 위한 사전 작업의 성격이다.

이날 자리에서는 PC방 환경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실행된 조처들로 최다 폐업률을 기록한 PC방 업종의 피해, 현재도 매출 회복률이 80%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 공공요금 인상 기조는 향후 2~3년 내 더 많은 사업장의 폐업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 등을 전달할 수 있었다.

또한, 조합은 국회의원회관에서 ‘소상공인 대출부담 완화방안 간담회’에도 얼굴을 내밀었다. 간담회는 소상공인의 대출 부담을 완화할 정책을 모색하고, 하반기 소상공인 금융실태조사를 토대로 진행됐다.

현재 정부의 금융정책은 높은 장벽을 넘어서야 혜택을 받을 수 있고, 버티기 위한 대출이 거듭되며 하락한 신용도, 폐업 시 들이닥치는 대출금 일시 상환 독촉, 임대차 상가의 원상복구 비용, 각종 계약의 위약금 등 폐업조차 하기 힘든 자영업자들의 현실 등을 말할 수 있었다.

우리가 말했으니 이제는 그들이 답할 차례다. 향후 소상공인 금융지원정책에는 회생의 기회가 제공되는 실효안 구상, 사업 생애 주기별 맞춤 지원 계획처럼 속 시원한 방안들이 나오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아이러브PC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