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8월호(통권 393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라이엇게임즈와 넥슨, 그리고 엔씨소프트,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넷마블, 카카오게임즈는 게임사다. 크래프톤과 펄어비스 역시 똑같은 게임사지만 그렇다고 앞서 언급한 게임사들과 동일선상에 놓기는 어렵다. PC방 퍼블리셔라는 명함이 없어서다.

그렇다면 라이엇게임즈와 넷마블은 동일하게 분류하면 되는 것일까? 이번에도 그렇지 않다. 라이엇게임즈는 PC방 퍼블리싱을 전문 업체에게 위탁하고 있지만 넷마블은 자체적인 역량으로 소화하고 있어서다.

오랜 세월 접해서 익숙한 게임사부터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회사까지… 게임 개발사와 유통사, 그리고 PC방 퍼블리셔의 역할과 면면을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낱낱이 훑어보자.

게임사가 하는 일이 뭔데?
게임사는 설립목적과 주요 업무를 기준으로 분류할 수 있다. 크게 개발사와 유통사로 나눌 수 있고, PC방이라는 특수한 환경과 PC방 프리미엄 혜택이라는 요소는 PC방 퍼블리셔라는 새로운 형태의 게임사를 잉태했다.

개발사는 말 그대로 게임 개발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로, 게임을 만드는 일이 주된 업무다. ‘게임사’로 불리는 대부분의 업체가 개발사이며, 개발사가 아닌 업체를 게임사라 부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특히 ‘스튜디오’라는 이름을 가진 개발사는 나머지 업무를 대부분 외부에 위탁할 정도로 개발에만 매진하는 회사라고 보면 틀림없다.

유통사는 개발사가 제작한 게임을 이용자들에게 서비스하기 위해 마케팅을 하거나, 운영 관리 등 게임 배급 전반에 관계하는 회사다. 넥슨이 세계 최초로 온라인게임을 전문적으로 배급한 게임사라는 타이틀을 보유 중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온라인게임을 직접 개발하지는 않지만 잠재력이 있는 온라인게임을 선별해 서비스하는 유통사로 유명하다.

대형 게임사일수록 개발과 유통을 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각 분야별 전문 자회사를 여럿 가지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이런 경우 지적재산권(IP)에 대한 권한이나 사업 영역을 정교하게 구분하고 게임 서비스를 전개해,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는 PC방 퍼블리셔를 게임사의 한 유형으로 꼽을 수 있다. 밀레니엄 시대를 앞두고 온라인게임이 범람하면서 게임사들은 최종 소비자인 게이머와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PC방에 영업을 해야 했다. 전문적으로 PC방 공략을 전담하는 PC방 퍼블리셔에 대한 수요가 생겨난 것이다.

PC방 퍼블리셔는 전국적 혹은 광역지자체별로 영업조직을 갖추고, PC방을 주기적으로 방문 관리하고, 통계와 데이터를 개발사와 유통사에 제공하고, PC방을 대상으로 하는 고객 센터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인다.

그림자에 숨은 PC방 퍼블리셔
라이엇게임즈는 게임 개발사이면서 유통사이고 동시에 PC방 퍼블리셔다. 라이엇게임즈의 개발사 및 유통사로서의 면모는 인지하기 쉽다. ‘리그오브레전드’와 ‘발로란트’를 개발하고 서비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이엇게임즈의 PC방 퍼블리셔로서의 면모를 알아채는 경우는 PC방 업주가 아니면 거의 없다. 이유는 PC방 퍼블리셔의 역할을 손오공IB라는 전문 대행 업체를 통해서 수행하고 있어서다. 2011년 말 한국 시장에 진출한 라이엇게임즈는 PC방 안착 도우미로 손오공IB의 손을 잡았고, 이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블리자드의 ‘워크래프트’,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시리즈의 PC방 공략에 앞장선 주인공은 다름 아닌 넷마블의 전신 CJ E&M이었다. 당시 CJ E&M은 넷마블이라는 게임 포털 운영과 함께 PC방 퍼블리셔 역할도 했다.

넷마블은 PC방 관리프로그램과 리서치를 서비스하는 자회사 미디어웹을 소유하고 있으며, 고객지원 활동으로 PC방 업계에서 위치가 확고했기 때문이다. 또한, 넷마블 스스로가 온라인게임 개발사이면서 유통사이자 PC방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기 때문에 PC방 시장을 공략하려는 업체들에게 최적의 파트너였다.

과거 PC방이 온라인게임 흥행에 열쇠를 쥐고 있던 시절, 외산 게임들의 한국 진출이 활발하던 시기에는 PC방 퍼블리셔가 한국 PC방에서 선보일 프리미엄 혜택을 설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스퀘어에닉스가 개발하고, 액토즈소프트가 유통하며, 웹젠이 PC방 퍼블리싱을 맡은 ‘파이널판타지14’의 PC방 혜택이 대표적이다.

이는 외국계 게임사들만의 풍조도 아니다. 카카오게임즈의 전신인 다음게임도 온라인게임 유통망 확대와 본격적인 게임포털로 거듭나기 위해 PC방 퍼블리셔 미디어웹을 총판 파트너사로 선정하고 ‘검은사막’을 PC방에 서비스했다.

흐르는 세월 속에 몸을 섞다
2015년 이후부터는 이런 PC방 퍼블리셔의 역할과 활동에도 변화의 흐름이 감지된다. 게임이 인기를 끌면 최종 소비자인 게이머들의 접속은 따 놓은 당상이기 때문에 PC방 퍼블리셔의 영업 자체가 무용하다는 인식이 생겨났다. ‘영맨’을 PC방에 백날 보낸 끝에 가맹점을 한곳 늘려봤자 게임을 이용하는 사람은 업주가 아닌 손님이기 때문이다.

이런 시각은 PC방 업주가 보기에도 일리가 있는 인식이다. 손님들이 자주 실행하는 게임은 PC방 업주가 알아서 가맹하기 때문이다. PC방 업주가 제아무리 싫어하는 게임이라도 손님들이 찾으면 PC방 업주로서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는 것은 수많은 사례를 통해서 증명됐다.

또한, 같은 시기 모바일게임의 부상도 이런 풍조가 빠르게 확산하는데 일조했다. 온라인게임과 PC방은 더 이상 게임사들이 주목하는 대상이 아니게 되었다. 게임사는 PC방 퍼블리셔의 영역을 빠르게 축소하거나, PC방 관련 플랫폼을 인수하는 것으로 시장에 대응했다.

대표적인 회사가 넥슨이다. 넥슨은 넷마블이 미디어웹을 인수했던 것처럼 엔미디어플랫폼을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로써 PC방 업계를 양분하는 관리프로그램과 통계는 거대 게임사의 손으로 넘어가게 됐다. 넥슨의 자회사 엔미디어플랫폼은 전국 PC방의 절반을 차지하는 관리프로그램 게토를 보유했고, 넥슨은 자체적으로 전국 대부분의 PC방을 가맹점으로 두고 있기 때문에 지역 총판이라는 개념은 구시대의 유물처럼 변했다.

이런 상황은 라이엇게임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PC방 점유율의 40%를 차지하는 ‘리그오브레전드’를 PC방에 제공하는 라이엇게임즈 입장에서는 자칭 PC방 전문가인 손오공IB의 역할이 필요치 않게 된 것이다. 2016 롤챔스 분할 중계 사건처럼 라이엇게임즈는 스스로의 역할과 영역을 날로 강화하고 있으며, PC방 퍼블리셔 손오공IB가 하는 일은 하루가 다르게 줄어들고 있다.

이제 라이엇게임즈는 손오공IB를 ‘PC방 영업 대행’이라고 칭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PC방에 게임을 가장 잘 팔고 있는 회사가 라이엇게임즈이니 딱히 대행할 것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 손오공IB가 라이엇게임즈로부터 얻는 수익이 거의 없다고 알려졌다.

PC방 퍼블리셔만이 체감하는 게임사
온라인게임마다, 게임사마다 PC방에서의 위상과 영업하는 형태가 천차만별이라 이제 PC방 업주들은 정량시간 충전을 위해 결제하는 회사만을 PC방 퍼블리셔 혹은 게임사라고 부르는 추세다. 온라인게임 개발과 유통은 PC방 업주들이 체감하기 어려운 반면, 정량시간 구매 영수증에 찍힌 금액은 아주 선명해 존재감을 유감없이 드러내기 때문이다.

올해 8월 기준 PC방 퍼블리셔로 존재감이 확실한 게임사는 라이엇게임즈, 넥슨, 블리자드, 카카오게임즈, 엔씨소프트, 웹젠 정도로 압축된다. 이중 라이엇게임즈, 블리자드, 엔씨소프트는 순혈주의 노선을 걷는 게임사로 분류할 수 있다. 반대로 넥슨, 웹젠, 카카오게임즈는 열려 있는 PC방 퍼블리셔다.

라이엇게임즈, 블리자드, 엔씨소프트가 운영하는 PC방 홈페이지에는 자신들이 개발 및 유통하는 게임이 아니면 이름을 올리지 않는다. 하지만 넥슨, 웹젠, 카카오게임즈는 모두 개발사이자 유통사지만 PC방 홈페이지에서는 타사의 게임의 이름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상기한 게임사 외에도 조커처럼 기능하는 PC방 퍼블리셔가 있다. 바로 네오위즈와 넷마블, 플레이위드, 스마일게이트다. 매장 가동률의 일익을 담당하지는 않지만 소소한 가동률을 보태줄 수 있는 게임사다.

한때 네오위즈와 넷마블은 PC방에서 정상급의 존재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는 PC방에서 이렇다 할 역할을 하는 게임을 보유하지 못한 까닭에 경력이 짧은 PC방 업주들은 이들이 가맹점을 모집하는 PC방 퍼블리셔라는 사실 자체를 모르기도 한다.

플레이위드는 인기 게임은 아니지만 충성도 높은 이용자들로 유명한 온라인게임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스마일게이트 역시 온라인게임 라인업은 게임 3종에 불과하나 세 타이틀 모두 PC방 점유율이 제법 높은 것이 특징이다.

저작권자 © 아이러브PC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