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5월호(통권 390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기자가 처음 기억하는 담배가격은 1,500원이었다. 이것이 언젠가 2,000원이 됐다가 지난 2015년 모든 담배값에 세금 2,000원이 붙으면서 4,000원이 됐다. 2014년 말경에는 미리 담배를 대량으로 사놓으려는 사람들과 해가 바뀐 뒤에 오른 가격에 판매하려는 사람들의 눈치싸움까지 이어졌지만, 지금은 일반 담배 한 갑이 4,500원인 것에 익숙해지고 말았다.

‘마지노선(Maginot Line)’은 더 이상 허용하면 안 되는 마지막 한계점을 일컫는다. 4월 중순 현재 시점에서 기자의 심리적 마지노선이라 하면 원달러 환율 1,300원, 휘발유 1리터에 1,600원, 500㎖ 콜라 한 병에 2,000원 등 다양하다.(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모두 ‘선을 넘었다’) 그런데 PC 하드웨어, 그중에서도 PC방에서 많이 활용하는 엔트리 라인업 제품들의 출시 가격대가 조금씩 오르면서 넘지 않길 바라던 선을 넘기고 있다.

엔트리 메인보드, 7만 원대가 국룰 아니었어?
PC방에서 가장 많이 쓰는 메인보드는 인텔 8~9세대 CPU용 LGA1151v2 소켓의 경우 H310 칩셋, 10~11세대 LGA1200 소켓의 경우 H510 칩셋 제품이었다. 두 모델 모두 해당 CPU 출시 당시의 소비자가격이 7만 원대였고, 동급이라 할 수 있는 AMD CPU용 A320, A520 메인보드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가격비교사이트를 찾아보면 낮게는 7만 원대에서 10만 원 이상으로 판매되고 있는 제품도 있지만, 이는 CPU의 세대교체로 인해 주력 판매 모델 자리를 내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텔과 AMD의 새로운 세대 CPU에 대응하는 메인보드 모두 가격대가 심상치 않다. 대부분의 PC방이 소량이 아니라 50개 이상, 많게는 200개를 구입하는 대량구매자인 만큼, 실제 구입 가격은 인터넷으로 찾을 수 있는 최저판매가격보다는 낮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인텔 12·13세대 CPU를 탑재하는 H610 칩셋 메인보드는 1년 전 출시 당시 10만 원에 가까운 가격이었고, 4월 말 현재도 8만 원대 후반으로 가격이 쉬 떨어지지 않고 있다.

DDR5로의 메모리 교체가 필수인 AMD AM5 소켓 메인보드도 마찬가지다. 라이젠 7000 시리즈 CPU는 지난해 9월 출시됐지만, 엔트리 라인업인 A620 칩셋 메인보드는 그로부터 8개월이나 지난 4월 초에서야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AMD는 AM5 소켓의 엔트리 메인보드 권장소비자가격을 당초 115달러(15만 원대)에서 대폭 낮춘 85달러(11만 원대)로 정하겠다고 언급했지만, 현재 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는 AM5 메인보드 가격은 소비자 최저가가 13만 원대다. PC방 메인보드 가격의 마지노선보다 2배 가까이 높은 것이다. DDR5 메모리 교체까지 더하면 기존 DDR4 메모리의 중고 매각으로 인한 상계를 감안해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같은 라인업 제품 가격을 비슷하게 감안하는 시대는 지났다
같은 라인업 제품 가격을 비슷하게 감안하는 시대는 지났다

PC방 이용료 빼고 다 오른다… ‘진퇴양난’
PC방에서 필요로 하는 성능의 하드웨어 가격은 메인보드뿐 아니라 CPU, 그래픽카드 등 주요 부품 모두가 상당히 올랐다. PC방 요금은 25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데, 업그레이드를 위한 부품 가격은 멈출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원재료, 생산단가, 유통비 등 다양한 요인이 있기 때문에 생산자, 공급자 등 어느 한쪽의 잘못으로 치부할 수는 없지만, 중간 유통 역할을 하는 PC방 업주들의 투자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물가가 오르면 시쳇말로 ‘내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을 하곤 한다. 수입이 없는 학생을 제외하면 일반적인 회사원이 기대할 수 있는 연봉 인상은 평균 5%가 채 못 된다. 지난 3월의 물가상승률이 4.2%였으니, 지난해보다 올해 5%를 더 받는다해도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상승률은 제로에 가깝다는 의미다.

PC방 요금이 20여 년째 제자리걸음인 것도 이 상황에 악재로 작용한다. 올들어 아이러브PC방이 ‘PC방 요금 현실화’를 연중 캠페인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업주들의 적극 참여가 없다면 실현이 어렵다. 게다가 아직도 시간당 500원 요금 행사로 자승자박을 자처하는 업주가 있고, 심지어 시간당 100원을 내세우는 곳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새로운 제품의 가격은 오르지 않았으면 하는 소비자들의 바람과는 관계없이 이미 오르고 있다. i5-11400F와 i5-13400F의 판매가격이 같기를 바라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고, GTX1060과 RTX3060의 가격 차이는 그래픽카드 채굴이 끝났음에도 소비자들이 이미 현실을 받아들였다.

지금 PC방 업주에게 남은 선택은 더욱 과감한 투자와 마케팅으로 역동적인 매출 그래프를 그리는 것, 혹은 제한된 투자와 효율적 운영으로 낮은 각도의 상향곡선을 유지하는 것 정도다. 10년 전과 지금의 PC방 운영 행태는 많이 달라졌지만, 이제는 각종 요인으로 하드웨어의 가격에 대한 심리적인 마지노선이 높아졌다는 점을 감안하고 심도 있는 고민으로 운영의 향방을 결정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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