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3월호(통권 388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콘텐츠 산업에서 원작의 인기를 뛰어넘어 호평을 받는 후속작은 그리 많지 않다. 게임에 비해 최신 기술이 그리 중요하지 않은 영화나 드라마 분야에서 특히 그런데, ‘트랜스포머’나 ‘왕좌의게임’ 등 원작이 대중의 폭발적인 관심을 얻었던 데 비해 후속작이 이어질수록 반응이 시들해진 경우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점차 안정화되면서 신작 게임 출시 소식이 잦아진 요즘, 게임에서도 원작의 명성을 이어갈 후속작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원작이 너무나 뛰어난 탓에 후속작이 빛을 보지 못하거나, 후속작이 기대에 미치지 않는 완성도로 출시돼 외면을 받은 사례도 많았기 때문에 신작 홍수에도 우려의 시각은 존재한다. 이에 PC방에서 흥행했던 게임들 가운데 후속작으로 출시된 게임들이 어떤 결과를 냈는지 그 면면을 살펴봤다.

원작을 이은 수많은 후속작들
패키지게임과 달리 온라인 게임에서는 후속작 출시에 맞춰 원작의 서비스가 그대로 이관되는 경우가 있다. PC방 주요 게임 중 신규 넘버링 타이틀로 출시되는 대표적인 게임은 바로 ‘피파온라인’ 시리즈다.

시리즈 첫 작품인 ‘피파온라인’은 지난 2006년 출시해 독일 월드컵의 인기를 등에 업고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듬해인 2007년에 출시된 ‘피파온라인2’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국내에서는 온라인 시리즈가 원작인 ‘피파’ 시리즈의 인기를 넘어서게 된다.

네오위즈에서 넥슨으로 서비스가 이관되면서 2012년 12월에는 ‘피파온라인3’가 출시됐다. 전작보다 높은 인기를 얻은 ‘피파온라인3’는 PC방 점유율에서 상위권을 유지하며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2018년 5월 서비스를 시작한 ‘피파온라인4’ 역시 전작의 인기를 이어갔는데, 서비스 4년 만인 지난 2022년 여름 PC방 점유율 20%를 돌파하면서 시리즈 중 최고 흥행기록을 세우기에 이른다.

특히 올해 1월 1일에는 점유율이 29.73%까지 치솟으며 부동의 1위 ‘리그오브레전드’와의 점유율 격차를 불과 0.16%p까지 좁히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처럼 ‘피파온라인’ 시리즈는 후속작이 출시될수록 인기가 점점 높아지며 대기만성형의 모습을 나타낸 몇 안 되는 게임이다.

FPS 장르에서도 후속작 출시에 따라 원작 서비스가 이관된 게임이 최근 있었다. 지난해 10월 출시한 ‘오버워치2’가 그 주인공으로, 출시와 함께 PC방 FPS 판도를 크게 흔들며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오버워치2’의 경우 PC방 점유율 1위를 기록하며 PC방에 돌풍을 일으켰던 원작에 비해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FPS 경쟁이 격화되면서 장르 3위까지 내려온 상황이다.

MMORPG 장르에서는 새로운 넘버링 타이틀을 부여하지 않고 확장팩 개념으로 서비스를 이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표적인 MMORPG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경우 지난 2005년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현재까지 △불타는 성전(2007) △리치 왕의 분노(2008) △대격변(2010) △판다리아의 안개(2012) △드레노어의 전쟁군주(2014) △군단(2016) △격전의 아제로스(2018) △어둠땅(2020) △용군단(2022) 등 9개의 확장팩을 출시하며 꾸준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전작만큼 잘 나간 후속작들
패키지게임의 경우 대개 원작의 세계관을 이은 후속작이 출시되는데, 원작 못지않은 활약을 펼친 후속작들이 꽤나 있다. PC방을 뜨겁게 달궜던 게임 중 후속작이 전작 못지않은 저력을 보여준 게임을 꼽자면 단연 ‘디아블로’ 시리즈일 것이다.

지난 1996년 출시한 ‘디아블로’는 매우 어둡고 소름 돋는 특징으로 마니아층을 깊이 형성하면서 성공의 발판을 마련했다. 게임 내 네임드 몬스터인 도살자가 내뱉은 “Hmm Fresh Meat”라는 대사는 다시 들어도 흠칫할 정도다.

원작 출시 4년 만인 지난 2000년에 출시된 ‘디아블로2’는 시리즈를 명작의 반열로 올린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당시 ‘디아블로2’는 전국적으로 PC방이 늘어나던 시기와 맞물리면서 큰 인기를 누렸고, 유저들이 밤을 지새우며 게임을 하게 만들기 일쑤여서 ‘악마의 게임’으로 불리는 등 이름을 떨쳤다. 유튜브 크리에이터 ‘슈카월드’가 대학 시절 학업을 등지고 ‘디아블로2’를 즐겼다는 일화는 매우 유명하기도 하다.

2012년 5월 팬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출시한 ‘디아블로3’ 역시 전작 못지않은 활약을 보여줬다. ‘디아블로3’는 출시와 함께 PC방 점유율 1위를 당당히 꿰찼으며, 당시 봄 비수기로 힘겨운 5월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석가탄신일 연휴와 맞물리면서 PC 가동률이 36.29%를 기록해 역대 5월 가동률 중 최고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같은 가동률 상승에는 ‘디아블로3’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디아블로’ 시리즈는 리메이크 작품 역시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난 2021년 9월 출시한 ‘디아블로2: 레저렉션’은 출시와 함께 PC방 점유율 2위까지 수직상승하며 명작의 이름이 아직 건재하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처럼 후속작이 출시될 때마다 큰 흥행을 거둔 덕에 오는 6월 6일 출시를 예고한 ‘디아블로4’에 PC방 업계의 관심과 기대감이 점점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원작에 가린 불운의 후속작들
PC방 최고 히트작을 거론하면서 ‘스타크래프트’를 빼놓을 순 없다. ‘스타크래프트’는 PC방 역사의 한줄기이자 대한민국이 이스포츠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게임이다. 출시 25주년을 맞이하고 있는 이 게임은 민속놀이라는 애칭과 함께 꾸준한 인기를 자랑하고 있으며, 리마스터 버전업을 거쳐 최근까지도 PC방 점유율 TOP10을 유지하면서 현역으로 활약하고 있다.

원작 출시 후 9년여 만인 지난 2007년 부산 광안리에서 최초 공개된 후속작 ‘스타크래프트2’는 ‘스타크래프트’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외국어 일색이었던 게임에서 “드디어 올 것이 왔군”이라는 한국어 음성의 인트로 영상이 공개됐기 때문이었다. 당시 블리자드는 신작 발표를 한국에서 진행한 이유로 “블리자드를 세계적인 게임 회사로 성장시켜 준 한국 게이머들에 대한 보답”이라고 밝힐 만큼 한국 시장에 많은 공을 들였다.

이후 2010년 출시한 ‘스타크래프트2’는 전 세계적으로 상당한 판매량을 기록했지만, 예상과 달리 한국에서의 판매량은 매우 저조했다. RTS 장르의 인기가 시들해진 영향도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국내 이스포츠 중계권을 둘러싼 이권 다툼이 팬들의 마음을 돌아서게 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여기에 더해 ‘리그오브레전드’라는 걸출한 신작이 등장하면서 ‘스타크래프트2’는 더 이상 원작의 명성을 따라갈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방학의 강자 ‘메이플스토리’도 스타크래프트와 유사하게 20주년을 바라보는 장수 게임이면서 PC방 점유율 TOP10을 유지 중인 현역이다. 그러나 후속작인 ‘메이플스토리2’ 역시 전작의 활약에 비해 매우 초라한 현실에 처해있다.

2015년 출시한 ‘메이플스토리2’는 당시 PC방 점유율 5위를 기록하며 성공적인 출발을 알렸다. 하지만 서비스 개시 3개월여 만에 사용량이 80%가량 감소하면서 점유율 20위를 장담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수 년 동안 지속적인 하락세를 겪은 이 게임은 현재 PC방 점유율 100위권 밖에 머무르고 있는 상태다. 이 같은 원인으로는 최적화 문제, 콘텐츠의 부재, 인챈트 강화 시스템의 부담 등이 지목됐으며, 출시 초기의 인기를 살리기 위한 운영진의 부단한 노력에도 반등은 요원해 보인다.

불운 중의 불운인 후속작을 꼽자면 ‘서든어택2’를 빼놓을 수 없지만, ‘서든어택2’ 스토리를 언급하는 것은 너무 잔인하다는 판단에 여기에서는 논하지 않기로 한다.

한편, 18년 이상 서비스를 이어오며 PC방과 인연이 깊었던 ‘카트라이더’가 이달 말일을 기점으로 서비스를 종료할 예정이다. ‘카트라이더’는 지난 1월 프리시즌을 시작한 후속작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로 바통을 넘겨 서비스를 이어나갈 계획인데, PC방 입장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함께 공존하는 상황이다.

프리시즌 당시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는 초반 인기몰이에 성공하며 상승세를 보였지만, 약 2주 만에 전작 ‘카트라이더’의 점유율을 밑돌게 됐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원작과 후속작 간 점유율 차이는 2배 가까이 벌어진 상태다. 하지만 원작과 후속작의 사용량을 더하면 지난해 같은 기간 ‘카트라이더’가 홀로 기록한 사용량을 훨씬 상회하는 수치가 나온다.

관건은 원작 유저들을 온전히 후속작으로 유입시킬 수 있냐는 것으로, 9일 정규시즌이 시작되면 상승세와 함께 상황이 바뀔 가능성은 열려있다. 이달 ‘카트라이더: 드리프트’가 원작에서 성공적으로 바통을 이어받아 새롭게 도약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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