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3월호(통권 388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최근 본지가 정부의 PC방 등록현황 자료를 모니터링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12월 강원도의 한 펜션이 PC방으로 등록한 사실을 확인했다. 현행법상 펜션도 부대시설로 PC방(인터넷컴퓨터게임시설제공업) 등록이 가능하지만, 문제는 해당 펜션의 홈페이지와 고객들의 이용 후기에는 객실(룸) 안에 게이밍 PC 5대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는 점이다. 이는 명백한 불법행위이자 숙박업소의 게이밍PC 시설 합법화 시도이며, 등록을 허가한 지자체의 실수다. 앞으로는 이 같은 숙박업소의 합법화 시도가 더욱 노골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문제를 진단해 본다.

게이밍PC를 내세운 숙박업소가 늘어나는 이유
숙박업소의 게이밍PC 시설 제공 문제는 꽤 오래된 얘기다. 역사를 되짚어보면 노하드솔루션이 탄생하면서 시작됐다. 국내에 노하드솔루션이 보급되기 시작한 시점은 2012년으로,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브랜드 ‘슈퍼피방’이 시초라 할 수 있다. 당연히 가장 먼저 상용화된 업종도 PC방이다. 다만, 이를 활용하는 업종이 PC방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사실 숙박업소 객실에는 수십 년 전부터 컴퓨터가 놓여 있었다. 정부에서도 객실 내 PC 설치를 적극 권장한 바 있다. 하지만 PC방 업계가 문제 삼지 않았던 이유는 말 그대로 PC만 설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일부 모텔에서는 PC방 바탕화면 런처를 그대로 사용하기도 했고, PC방과 유사하게 게임들을 미리 설치해 놓기도 했지만,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PC방이 신경 쓸 정도는 아니었다. 모텔 PC는 컴퓨터 바이러스의 온상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노하드솔루션 보급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PC방에서 먼저 상용화된 노하드솔루션이 점차 숙박업소로 번지기 시작했다. 숙박업소 본연의 업무에 매진하다 보니 PC까지 관리할 여력이 없던 숙박업소들이 PC방과 동일한 게이밍PC를 서비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모텔 시장도 PC방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PC방과 마찬가지로 경쟁 상대가 동종업이고, 출혈경쟁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이에 인기 있는 아이템들을 경쟁적으로 도입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특히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PC방을 대체하는 시설로 게임텔이 각광받았다는 점이 합법화의 주된 이유가 되고 있다. PC방이 집합금지와 영업제한 조치를 받던 상황에서 PC방에 대한 수요를 게이밍PC가 설치된 모텔이 흡수하고 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이는 정부가 단속을 시작한 원인으로 작용했지만, 객실 내 게이밍PC 시설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사실이 숙박업경영자들에게 퍼지는 계기가 됐으며, 게이밍PC 시설을 객실에서 서비스하려는 숙박업소들이 늘어나고 있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10만 업소-100만 객실, PC 한 대씩 들어가도 100만 대
숙박업소에서 게이밍PC 시설 제공의 합법화가 이뤄진다면 PC방 업계에 가해지는 충격은 대단히 심각하다. 정부 데이터에 따르면 국내에 허가를 받은 숙박업소는 모텔, 펜션, 게스트하우스, 호텔 등을 모두 포함해 약 26개 업종이 있고, 6만여 개의 사업체가 확인되고 있다. 하지만 허가를 받지 않고 영업하는 불법 업소가 문제다. 숙박 업계에서는 불법 업소 수가 합법적으로 허가를 받은 업소 규모와 비슷한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숙박 업계에서 풍문으로만 떠돌던 이야기는 2020년 1월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당시 강원도 동해시의 한 펜션에서 가스 폭발사고가 발생해 명절 연휴에 여행을 즐기던 일가족 7명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고가 발생한 펜션은 무허가 펜션이었고, 관리 소홀에 대한 비판에 직면한 동해시는 무허가 펜션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했는데,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동해시가 확인한 관내 숙박시설의 전체 규모는 312개, 허가를 받은 숙박시설은 156개(49%)에 불과했다. 숙박 업계에서 공공연하던 풍문이 실제로 확인된 첫 사례다.

이에 따라 전체 숙박업소의 규모는 10만 개를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1개 업소당 10개 객실을 평균으로 하면 국내에 최소 100만 개의 객실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2022 게임백서에 따르면 PC방의 평균 PC 보유 대수는 86.1대다. 현실적으로 전국에 약 6,500개 PC방이 영업 중이라면 전국 PC방의 PC 보유 대수는 56만 대 수준이다. 이는 PC방의 PC 보유 대수보다 숙박업소의 객실 수가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하며, 합법화를 통해 절반가량의 객실에 2대씩 게이밍PC가 설치되면 100만 대에 달하는 PC방의 강력한 경쟁 상대가 등장하게 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미 합법화 시도가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숙박업협회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객실의 게이밍PC 서비스 금지는 전근대적 규제라며 합법화를 요구하고 있고, 각각의 숙박업소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PC방 등록을 시도 중이다. 특히 게임텔을 중심으로 한 프랜차이즈 사업이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기업 단위의 합법화 시도가 있으며, 이미 강원도의 한 펜션은 PC방 등록에 성공하기도 했다. PC방 업계가 넋을 놓고 있는 사이 숙박업에서는 끊임없이 합법화 시도를 하고 있던 것이다.

핵심은 정부의 의지, 계도 아닌 단속 나서야
사실 게임텔에 대한 불법 여부는 이미 결론이 났다. 2021년 당시 게임텔 문제가 사회적으로 불거지고, 집합금지를 받고 있었던 PC방 업계가 강력한 단속을 요구하자 정부는 객실에 PC를 설치해 두는 것은 문제가 없다던 입장에서 선회해 게임물 제공은 불법이라는 사실을 대내외에 공표했다. 실제 숙박업협회 등에 게이밍PC 시설 제공은 불법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회원들에게 이를 홍보하도록 했으며 지자체와 합동단속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2023년에 접어든 현재까지 합법화 시도가 끊이지 않고 있는 이유는 논란이 불거졌던 2021년에만 소규모 단속을 진행하고, 이후 소홀해졌기 때문이다. 2022년 들어 단속 소식은 사라지고, 당장의 매출 상승 전략이 요구되는 숙박업소들에서는 경쟁적으로 게이밍PC를 메인 아이템으로 홍보할 정도로 과감해졌다. 단속이 소홀한 원인은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에 있다. 본지에서 취재를 진행한 결과, 게임위에는 숙박업소 단속과 관련한 담당자도 없고 매뉴얼도 없었다. 담당 인력이 없다 보니 당연히 예산도 없고 계획도 없는 상태다.

문제는 강원도의 한 펜션이 PC방으로 등록한 것과 같이 문화부나 게임위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객실 내 게이밍PC에 대한 합법화 시도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PC방 업계에서는 밀폐·밀실 구조일 수밖에 없는 숙박업소 객실에서 PC방 등록이 가능하다면, PC방 역시 숙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숙박협회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숙박업소에서의 게임물 제공을 원천 차단하는 것이 전근대적 규제라면, PC방에서도 숙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것 또한 전근대적 규제다. 양 업종이 상호 침범 가능하다면 PC방도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먼 미래에나 가능할 규제 완화에 대한 논의는 제쳐두고라도 정부는 특정 업종에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정하게 현행법을 집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 숙박업소에 대한 단속을 정례화하고, 계도 대신 실질적인 벌칙조항을 적용해야 한다. 현행법에서 무허가 PC방 영업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의 중형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관광산업이 활기를 띠기 시작한 지도 1년여가 지나고 있다. 이제는 정부가 숙박업 업주들의 어려움을 감안해 단속 대신 계도에만 집중해 온 패턴을 버리고, 불법 무허가 PC방 영업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해 노골적인 합법화 시도를 근절해야 할 것이다.

2021년 당시 게임텔을 단속하고 있는 게임위
2021년 당시 게임텔을 단속하고 있는 게임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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