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2월호(통권 387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인텔과 AMD의 차세대 보급형 프로세서가 모두 출시됐다. 인텔은 코어 13세대 i5-13400F, AMD는 라이젠5 7600이 그 주인공이다. AMD의 경우 이전 세대의 5600X를 이어 7600X가 바통을 넘겨받아야 했지만, 7600X의 발열 이슈와 전작 대비 높은 성능 향상 폭으로 7600이  PC방 주력 모델로 낙점됐다.

문제는 PC방의 하드웨어 세대교체는 제조사와 달리 매년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드웨어의 중요도는 성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프로세서, 그래픽카드가 1순위이고 CPU가 2순위다. PC방에서 교체 주기가 가장 짧은 것이 그래픽카드인 이유다. CPU는 세대가 바뀌면서 메인보드 교체 수요도 함께 발생하지만, PCIe 슬롯을 사용하는 그래픽카드는 상대적으로 범용성이 CPU보다 뛰어나다.

그렇다면 적절한 CPU 교체 시기는 언제일까? 인텔과 AMD는 1년여마다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는데, PC방에 적합한 8~10쓰레드 이상의 CPU는 가격이 만만치 않아 매년 교체할 수 없다. 2019년 출시된 인텔 i5-9400F를 사용하는 PC방이 적지 않지만,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손가락질할 사람은 많지 않다. 최신 하드웨어로의 업그레이드, 과연 최선의 선택일까 차악의 선택일까?

전 대세와 현 대세의 비교
PC방에서 주력으로 사용하는 CPU는 명확하다. 인텔은 X400F 모델, AMD는 X600 모델이다. 다만 인텔은 최신 제품이 i5-13400F로 같지만 AMD는 한 단계 낮춘 non-X 모델 라이젠5 7600이 대세가 된 것이 조금 다르다.

인텔과 AMD의 직전 세대 제품은 인텔 12세대 i5-12400F, AMD R5 5600X다. 12400F는 13400F와 같은 LGA1700 소켓으로, 14세대에서 소켓이 바뀔 예정이다. AMD는 수 년간 유지됐던 AM4 소켓이 이번 라파엘 프로세서에서 AM5로 바뀌며 많은 변화를 야기했다. 고로 현세대와 가급적 동등하게 비교하기 위해 인텔은 LGA1200 소켓의 i5-11400F, AMD는 AM4 소켓의 R5 5600X를 신작과의 비교 대상으로 설정해 봤다.

제품의 가격은 일부러 실제 판매가격 대신 출시 당시의 권장소비자가격(이하 MSRP)을 표기했다. 1월 말 현재 시점의 판매가격을 적용하면 11400F가 15만 원, 5600X가 20만 원으로 신제품 대비 가성비가 무조건 앞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4개 제품을 두 쌍이 아니라 개별 모델로 봐도 저마다의 장점이 있다. 11400F는 가장 저렴한 가격, 13400F는 16쓰레드로 최다 구성, 5600X는 AM4 소켓의 높은 호환성, 7600은 5GHz 이상의 최대 클럭 등이다. 1월 27일 가격비교사이트 기준으로 4개 제품 중 가장 인기가 높은 것은 5600X으로 전체 3위고, 13400F와 7600이 각 15위와 16위로 연달아 2위와 3위다. 11400F는 35위로 10400F(26위)보다 인기가 낮다.

상품 의견이 가장 많은 것은 라이젠5 2600, 이어 5600X가 인텔 i7-8700K를 누르고 약 1만2,080건으로 전체 2위다. 5600X는 최근까지도 누리꾼들의 상품 의견이 올라올 만큼 CPU 시장 전체에서도 선두권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11400F가 490여 건으로 62위, 13400F는 130여 건, 7600은 90여 건으로 100위 밖이다. 개인 소비자들로부터의 인기는 4개 제품 중 5600X가 확고한 1위다.

AMD CPU를 도입한 PC방 대부분이 5600X를 사용 중이다. 하지만 시장 전체에서 AMD 시스템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도 매우 낮다. 기자가 가본 PC방 30여 곳 중 AMD를 쓰는 곳은 한 곳에 불과했다.(라데온 그래픽카드를 쓰는 PC방은 안타깝게도 아직 한 곳도 못 봤다)

컴퓨터의 게임 성능을 결정짓는 하드웨어 중 CPU는 2위다. 1위는 그래픽카드, 3위는 메모리로, 이 순위는 컴퓨터 게임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인텔 i5-8400 CPU에 RTX3060의 조합이라면 CPU 교체로 병목현상을 해소할 수는 있지만, CPU와 VGA의 세대가 이만큼이나 차이가 나는 경우는 드물다.

기자가 2022년에 본 PC방 시스템 중 가장 오래된 것이 8400과 GTX1060 3GB의 조합이었는데, ‘배틀그라운드’를 제대로 플레이하기 어려울 정도로 성능이 나오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가장 먼저 머리를 스친 생각은 역시 ‘그래픽카드 교체’였다. 같은 상황에서 CPU를 먼저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성능 향상 폭에 있어 기회비용이 너무 커지기 때문이다.

CPU가 9400F 이후 모델이라면 고민은 더 커진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6코어 12쓰레드 구성의 시작인 10400F라면 CPU 업그레이드는 가급적 한두 세대 더 미뤄도 된다고 보고 있다. 라이젠 5800X3D처럼 3D 캐시 적층 기술로 값비싼 L3 캐시메모리를 96MB 집어넣은 CPU가 아니라면 CPU가 게임 프레임에 미치는 영향은 사실상 배제해도 무방하다.

i5-11400F CPU의 다이 아키텍처
i5-11400F CPU의 다이 아키텍처
R7 5800X3D CPU의 다이 아키텍처
R7 5800X3D CPU의 다이 아키텍처

어디는 6MB, 어디는 96MB, 캐시메모리?
이 시점에서 딜레마가 발생한다. 게임 성능 향상을 위해서는 어떤 경우라도 그래픽카드 업그레이드가 1순위인데, 그렇다고 ‘그래픽카드 교체’란 카드 한 장만으로는 극적인 시스템 성능 향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게임 플레이에서 프레임레이트를 높이는 것은 GPU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5800X3D가 게이밍 PC의 CPU로서 현재까지도 독보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은 높은 캐시메모리 덕분이다. 캐시메모리는 메모리 소자 중 가장 비싼 축에 속하는데, 이 중에서 L3 캐시메모리는 CPU가 데이터를 처리하며 발생하는 병목현상을 해소해주는 일등공신이다. HDD, SSD, NVMe, DDR 순서로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빨라지는데, L3 캐시메모리는 DDR5 메모리보다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처리한다. 물론 더 적게 탑재되는 L2 캐시메모리가 L3보다 더 빠르다.

R5 7600의 L2 캐시메모리는 6MB로 L3 메모리보다 적게 탑재돼 있다. 이유는 단 하나다. 속도가 빠른 만큼 비싸기 때문이다. 게이밍 CPU 강자인 5800X3D도 L2 캐시메모리는 4MB에 불과하다. 시판 중인 CPU 중 L3 캐시메모리를 100MB 이상 탑재한 것은 서버용 제품인 AMD의 스레드리퍼와 에픽(EPYC) 제품군 몇 종이 전부다.

캐시메모리가 CPU의 게이밍 성능을 크게 좌우하는 것은 아니다. 프로세서 성능은 코어의 성능에 달려 있고, 캐시메모리는 CPU의 연산능력을 제 속도로 공유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저장소 역할을 수행한다. 결국 속도, 용량과 함께 다다익선의 원리를 그대로 따라가는데, 다른 작업보다 게임 플레이에서 L3 캐시메모리의 역할이 좀 더 크다는 것을 5800X3D가 입증한 셈이다.

성능, 효율, 가격… 선택을 위한 선택
인텔과 AMD의 제품별 가격 책정 정책은 내부자가 아니라면 누구도 알 수 없다. 다만 본 기사에서 비교한 13400F의 L3 캐시는 20MB, R5 7600은 32MB다. 최대 클럭 역시 R5 7600이 더 빠르고, 패스마크의 CPU 벤치마크 점수는 13400F가 2만5,424점, R5 7600이 2만7,910점이다. 종합 점수로는 R5 7600이 13400F에 앞서는데, 그만큼 가격도 높다. 가격비교사이트 판매가격 기준 13400F는 24만 원대, R5 7600은 30만 원대다. 가격의 차이가 성능만큼 나는지는 사용자마다 기준이 조금씩 다른데, PC방을 운영하는 업주 입장에서는 개인 사용자처럼 성능만을 유일한 선택 기준으로 삼기 어렵기 때문에 많은 요건을 검토해야 한다.

인텔 9400F CPU를 사용하고 있는 PC방이 13400F로 업그레이드하기를 원할 때, 업주는 보유 중인 제품을 중고로 처분해 업그레이드 비용에 보태는 것을 시작으로 CPU, LGA1700 칩셋 메인보드, DDR4 메모리의 유지와 DDR5 메모리 필요 여부 등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한다. 메인보드 교체는 칩셋이 바뀌었기 때문에 필수고, 메모리는 기존 제품을 유지해 비용을 줄이거나 차세대 제품 구입으로 성능 향상을 노릴 수 있다.

AMD 라이젠 3000 시리즈 사용자라면 고민거리가 한가지 줄지만 비용은 더 많이 부담해야 한다. AM5 소켓 메인보드는 DDR4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PC방에서는 대량구매가 기본이기 때문에 CPU, 메인보드, 메모리 등을 일반 소비자가격보다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지만, 중요 하드웨어 대부분을 교체하는 만큼 인텔 시스템보다 업그레이드 비용이 더 많이 드는 것은 감안해야 한다.

최신 제품이 아닌 한 세대 이전 제품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선택도 있다. 어떤 면에서는 최신 제품을 구입하는 것보다 나을 수 있는데, 이번 업그레이드가 마지막이란 보장이 없다 하더라도 현재 필요한 비용의 일부를 1~2년 뒤로 미루는 셈이다. 다만 업주에 따라서는 차라리 한 번 큰 비용이 들 때 최신 제품으로 업그레이드해 마케팅 효과를 더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이런 고민은 CPU가 메인보드 칩셋의 차이로 인해 그래픽카드와 달리 단일 부품만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AMD는 라이젠 시리즈의 출시와 함께 AM4 칩셋을 상당히 오래 유지했지만, 인텔은 아직도 2개 세대마다 칩셋을 교체하며 메인보드의 동반 교체를 야기하고 있다. 최신 CPU가 같은 라인업의 전작보다 성능은 확실히 높지만, 그 향상 폭을 감안하기에 메인보드, DDR5 메모리 등의 세대교체에 드는 비용은 만만치 않다.

사실 기자 개인의 PC를 업그레이드하라고 하면 큰 고민 없이 이전 세대 제품을 선택할 것이다. 차세대 제품의 성능이 만족스럽지 못해서가 아니라, 소요 비용이 성능 향상 폭보다 더 크게 든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PC방에서 가장 많이 구동하는 ‘리그오브레전드’의 요구사양은 9400F, GTX1060 3GB로도 충분하다는 것이 문제다. AAA 게임도 돌릴 수 있는 최신 성능을 추구할 것인지, 업그레이드 비용을 최소화하고 스테디셀러의 고정팬들을 유지할 것인지는 업주가 판단할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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