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7월호(통권 380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발열 문제가 없다면 컴퓨팅 기술은 지금보다 최소 10년은 더 앞섰을 것이다. CPU는 트랜지스터 집적도와 더불어 발열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데, 프로세서 내에 아무리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적한다 해도 발열을 막을 수 없다면 제 성능을 내기도 전에 반도체가 견디지 못하고 타버릴 것이다.

아직까지 일반 PC에서 사용할 수 있는 냉각 방식은 공랭과 수랭 2가지뿐이다. 거의 모든 CPU 쿨러는 완제품인데, CPU와 쿨러 사이에 바르는 서멀컴파운드는 사용자가 직접 개입할 수 있는 유일한 냉각 솔루션이다. 이에 평소에는 존재감이 크지 않지만 생각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서멀컴파운드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물컹한 구리스의 존재 이유
서멀컴파운드가 실제로 가장 많이 불리는 이름은 ‘써멀구리스(thermal grease)’다. 열(thermal) 전달을 도와주는 윤활유(grease)란 뜻인데, 소재의 특성상 페이스트, 컴파운드, 매터리얼 등 다양한 명칭을 사용한다. GPU 제조사에서는 ‘TIM(Thermal Interface Material)’이라고도 부른다. 어느 말도 틀린 것이 아니기에 편한대로 부르면 된다.

CPU 위에 곧장 쿨러를 장착하지 않고 히트스프레더와 베이스 사이에 서멀컴파운드를 발라주는 이유는 단순하다. 두 접촉면 사이의 틈을 가급적 완전히 메워 열전도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손으로 CPU 위를 만져보면 매끈하고 평평하게느껴지지만, 사실은 가공 과정에서 생기는 미세한 틈새가 많다. 쿨러의 베이스도 마찬가지다. 두 접촉면을 그대로 붙여 장착해도 열이 전달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미세한 틈새로 인해 열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CPU와 쿨러 모두 제 역할을 할 수 없게 된다.

때문에 CPU의 반도체에서 발생해 히트스프레더로 전달된 열이 쿨러의 베이스를 통해 히트파이프, 히트싱크를 거쳐 외부로 발산되는 것을 원활하게 도와주는 것이 서멀컴파운드다. 서멀컴파운드는 실리콘 오일 기반에 산화알루미늄, 산화아연(ZnO) 등 열전도율이 높은 소재를 사용해 CPU의 열을 더 높은 효율로 쿨러 베이스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젤과 같은 반고체 상태의 서멀컴파운드는 영구적으로 제 역할을 할 수는 없다. PC가 작동할 때는 계속해서 고열에 노출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마르고 갈라지면서 히트스프레더와 베이스 사이의 틈이 점차 벌어지게 된다. 이를 보수하지 않고 방치하면 열 전달 효율이 떨어지면서 CPU에서 발생한 열을 제대로 발산하지 못하게 돼 시스템 성능이 떨어지거나 심하면 CPU가 손상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

서멀컴파운드는 한번 도포에 약 0.2~0.3g 정도면 된다. 양이 많으면 흘러넘치며 CPU 소켓 부분에 스며들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서멀컴파운드는 한번 도포에 약 0.2~0.3g 정도면 된다. 양이 많으면 흘러넘치며 CPU 소켓 부분에 스며들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오래 사용한 서멀컴파운드 상태는?
기자가 현재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CPU는 인텔 i5-9400F다. 처음 구입 당시 장착한 인텔 기본 쿨러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데, 서멀컴파운드는 쿨러의 베이스에 도포돼 있는 그대로 재도포를 하지 않았다. 사무용이기 때문에 스로틀링이 걸릴 만큼 무거운 작업을 할 일이 많지 않지만, 근 1년간 재장착을 하지 않아 서멀컴파운드가 출시 당시 그대로다.

CPU-Z의 벤치마크 테스트를 이용해 전 코어를 1시간 동안 100% 가동한 뒤, 모니터링 프로그램 ‘HWMonitor’를 이용해 CPU 온도를 측정했다. 일반적인 업무 당시 온도는 전 코어 평균 44도, 최고 56도였고, 6개 코어 중 가장 높은 온도는 58도였다. 100% 가동률을 1시간 동안 유지하니 69도까지 상승했고, 테스트 프로그램을 멈추니 곧장 40도까지 내려갔다.

문득 컴퓨터에 큰 관심이 없는 친구에게 연락해 같은 테스트를 요청했다. AMD 라이젠5 2600X CPU를 기본 쿨러와 함께 사용한 지 2년여가 지났고, 그 사이 서멀컴파운드를 재도포하지 않은 상태였다. 사실 재도포를 어떻게 하는지도 잘 모른다고 해서 오히려 좋은 테스트 대상이라 판단했다.

약 30분간 테스트를 하던 중 시스템이 느려졌다면서 테스트 결과를 보내왔다. 아이들 상태에서 평균 47도, 최대 51도 정도였던 CPU 온도는 CPU-Z 스트레스 테스트 시작 30분 동안 동작속도 저하와 복구를 반복했고, 최대 온도가 83도까지 도달해 테스트틀 멈췄다고 한다. 좀 더 진행했다면 친구에게 새 CPU와 메인보드를 장만해줘야 할 뻔했다.

PC 작동 중 CPU 온도는 60도까지는 무난하고, 60~70도 사이라도 성능이 저하될 정도는 아니다. 70도가 넘어 80도에 다다르면 CPU 성능 저하나 냉각 성능을 걱정해야 할 단계, 80도 이상에 90도까지 이른다면 냉각 시스템을 재점검해야 할 단계다.

다행히 서멀컴파운드의 재도포 권장 주기는 분기나 반기 정도로 짧지는 않다. 자주 방문하는 PC방에서 게임 도중 CPU 온도를 체크해도 70도를 넘지는 않았다. 대부분의 게임이 6쓰레드 이상을 사용하지 않기도 하고, 기본 쿨러보다는 성능이 나은 별도의 쿨러를 사용하기 때문에 온도 관리는 잘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CPU 온도 관리는 서멀컴파운드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PC 내부 먼지, 케이스 주변 환경 등 여러 요소를 복합적으로 감안해야 한다. 시스템책상 하단에 밀폐돼 있는 케이스는 상대적으로 찬 공기를 케이스 내부에 공급하는 것이 쉽지 않고, 외부에 노출된 케이스도 쿨러에 먼지가 많이 끼어 있으면 냉각 효율이 떨어진다. 때문에 최소 1년에 1회 정도는 케이스 내부와 쿨링팬의 먼지를 제거하고 서멀컴파운드를 재도포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

도포하는 양, ‘too much’만 피하면 된다
서멀컴파운드는 히트스프레더와 쿨러 베이스 사이의 틈을 메워주면 제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처음 계획은 저가형 제품과 고급형 제품을 히트스프레더에 도포하는 양으로도 비교분석을 하려 했으나, 일반적인 양보다 적게 바르면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없을 가능성이 있어 테스트에는 적합하지 않고, 너무 많으면 두 면이 밀착하면서 밀려나오는 서멀컴파운드가 CPU 측면과 메인보드에 묻을 수 있어 부적절하다.

서멀컴파운드를 도포하는 방식도 다양한데, 보통은 CPU의 핵심 칩이 히트스프레더의 중앙 부분에 있기 때문에 가운데에 작은 콩 모양으로 적정량을 올리고, 베이스로 지그시 누르며 자연히 퍼지도록 한다. 다만 사각형인 CPU 특성상 X자 모양으로 도포하면 누르는 과정에서 네모에 가깝게 퍼지기 때문에 최근에는 이 방식이 널리 이용되고 있다.

사실 서멀컴파운드 재도포 자체가 상당히 수고스러운 일이다. CPU 쿨러의 전원선 탈거, 쿨러 탈거, 컴파운드 닦아내기, 새 컴파운드 도포, 재결합 등 한 번 작업하는 데 약 10분가량 소요된다. 재도포를 결정한 것도 큰 결심인데 도포 방식까지 왈가왈부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이럴 때는 가장 일반적으로 CPU 중앙에 BB탄 1개 크기만큼 서멀컴파운드를 짜 올리는 것이 무난하다. 열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이 CPU 중앙의 프로세서 부분이니, 가급적 히트스프레더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쿨러의 베이스로 컴파운드를 넓게 퍼뜨리는 것으로 만족하면 된다.

저가형과 고급형, 성능 차이 있을까
이번 테스트를 위해 평소 CPU를 테스트할 때 늘 사용하는 제품, 그리고 가격비교사이트에서 판매 중인 가장 비싼 제품을 준비했다. 보급형은 써모랩 M2, 고급형은 써멀그리즐리 ‘크라이오넛 익스트림’이다. 고급형 제품은 용량 2g에 약 3만7,000원가량으로 무척 비싸다.

써모랩 M2. 주사기 타입에 2g 2,5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써모랩 M2. 주사기 타입에 2g 2,5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써멀그리즐리 크라이오넛 익스트림.
써멀그리즐리 크라이오넛 익스트림.

테스트 PC는 인텔 i5-12400F 프로세서, ASRock H610M-HDV/M.2 D4 메인보드, 시그마텍 에어킬러 S 쿨러를 사용했다. 저장장치는 웨스턴디지털 SN770 1TB, 파워서플라이는 마이크로닉스 캐슬론M 750W, 디스플레이는 큐닉스 QX327F 180 HDR 강화유리 제품이다.

두 제품 모두 사진처럼 사각형으로 펴 발랐다.
두 제품 모두 사진처럼 사각형으로 펴 발랐다.
양이 많으면 베이스 외부로 흘러나와 위험할 수 있다.
양이 많으면 베이스 외부로 흘러나와 위험할 수 있다.

M2와 크라이오넛을 같은 방식으로 도포한 뒤 CPU-Z 벤치마크의 스트레스 테스트, 프라임 95 오버클럭 안정화 테스트를 1시간 동안 진행했다. CPU-Z 테스트를 통해 3시간 이상 같은 상태를 유지해 봤으나 최대 온도의 변화는 크지 않았다. 두 제품의 온도 측정 결과는 그래프와 같이 나타났다.

같은 환경에서 써멀그리즐리 제품이 평균 5도가량의 차이를 보였고, 온도가 높게 측정된 프라임95 테스트에선 60분 가동 시 온도가 8도의 차이를 보였다. 테스트는 PC 케이스 없이 오픈된 상태에서 진행했는데, 밀폐된 PC 케이스를 이용하는 실제 사용환경에서는 온도가 2~3도가량 높게 측정될 수 있다.

사실 저렴한 제품의 테스트 결과도 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수치다. 브랜드와 모델을 막론하고 CPU 온도는 80도를 넘지 않으면 괜찮다는 것이 중론이다. 다만 가정에서 쓰는 PC보다 PC방의 시스템은 사용시간이 길고 하드웨어 로드율도 높아 가급적 온도를 평균치보다 낮추는 것을 권장한다. 아주 단순히 저렴한 서멀컴파운드로 1년에 한번 재도포해 주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2g짜리 제품으로 CPU 약 8~10개를 도포할 수 있으니 한번 작업에 3~4만 원이면 된다.

두 서멀컴파운드의 CPU 가동률 100% 테스트 결과
두 서멀컴파운드의 CPU 가동률 100% 테스트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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