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8월호(통권 381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그래픽카드 시장은 3강 체제로 서서히 전환될 것으로 보이지만, CPU 시장은 아직 인텔과 AMD의 양강 구도다. 엔터프라이즈 분야를 포함한 전체 점유율은 인텔이 앞서고 있고, 개인 컴퓨팅 분야에서는 라이젠 시리즈 이후 AMD가 파이를 조금씩 키워나가고 있다.

이런 두 업체의 차세대 제품이 곧 출시된다. 인텔은 13세대 프로세서 ‘랩터레이크’, AMD는 라이젠 5세대 프로세서 ‘라파엘’이 새로운 세대를 이끌 주역들의 코드네임이다. 특히 AMD는 이전 라이젠 시리즈에서 넘지 못했던 최대 클럭 5.0GHz의 벽을 뛰어넘었다. 인텔 역시 12세대에서 시도한 성능 코어와 효율 코어의 하이브리드 구조 완성도를 높여 나간다. 

PC방 시장은 인텔의 압승… 추격에 속도 내는 AMD
AMD CEO 리사 수 박사의 취임 이후 2017년 2월 라이젠 시리즈가 처음 출시되면서 AMD의 거센 추격이 시작됐다. 하지만 국내 PC방 시장에서는 5년이 지난 지금도 인텔 CPU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고, AMD CPU를 사용하고 있는 곳은 비교적 적다. 기자가 다녀봤던 PC방 중에서도 AMD 로고는 보기 어려웠다.

라이젠 3세대 R5 3600이 출시됐던 시점까지 개인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인텔과 AMD가 비교적 명확하게 나뉘는 편이었다. 각자의 사용 환경에서 코어 속도가 중요하다면 인텔, 멀티코어 성능이 중요하다면 AMD를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AMD CPU는 라이젠 시리즈의 인기에 맞춰 제품 가격대가 조금씩 상승하면서 가성비가 다소 하락해 얻었던 인기의 일부를 잃게 됐다. 반도체 부족 사태에서 데스크톱 CPU는 비교적 자유로웠음에도 불구하고, 라이젠 4세대 대표 모델인 R5 5600X의 가격은 2021년 말 30만 원대 초반까지 상승했다. 같은 기간 경쟁 모델인 인텔 i5-11400F의 가격대는 오히려 하락하며 현재 18만 원대까지 저렴해졌다. 오래전부터 내려오던 ‘성능의 인텔, 가성비의 AMD’ 공식이 깨진 것이다.

PC게임 플랫폼 스팀의 하드웨어 통계는 비교적 팽팽한 경쟁 구도를 보여준다. 지난 6월 스팀 이용자의 하드웨어 설문조사에 따르면 인텔과 AMD의 사용률 비중은 약 68.5%와 31.5%로 나타났다. 인텔은 2.3~2.69GHz 속도 제품의 사용량이 가장 많고, AMD는 3.3~3.69GHz 속도 제품을 가장 많이 쓴다.

사실 PC방에서 사용하는 CPU의 브랜드, 모델 등 자세한 통계는 아직 정리되어 있는 자료가 없다. PC방 리서치 서비스 게임트릭스가 하드웨어 통계를 잠시 제공했으나, 2017년 출시된 i5-7400 이후로는 집계되지 않고 있어 현재의 점유율을 가늠하기는 어렵다.

인텔과 AMD 모두에게 국내 PC방은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적어도 수십 개, 많게는 200개 이상의 대량구매가 많고 짧게는 1년, 길어야 2~3년 주기로 PC를 업그레이드하기 때문이다. 인텔은 P코어와 E코어로 시스템 성능 향상을 도모하는 12세대 앨더레이크 제품군의 판매량을 늘려야 하고, AMD는 라이젠 5000 시리즈를 비롯해 올해 출시될 라이젠 7000 시리즈의 도입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동작속도와 멀티코어 대결, 끝없는 상향평준화
인텔과 AMD 모두 이르면 3분기 중으로 신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하지만 PC방 주력 모델은 내년 초에나 출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당장 올여름 성수기를 대비해 PC를 교체한다면 인텔 i5-12400F, AMD 라이젠 5600X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두 제품 중 인텔 CPU는 성능과 별개로 업그레이드를 위해 넘어야 할 벽이 있는데, CPU 소켓이 달라진 탓에 메인보드를 함께 교체해야 한다는 점이다.

반면에 AMD 라이젠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은 작동 상의 문제가 없는 이상 기존 AM4 소켓 메인보드를 교체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첫 라이젠 시리즈 R5 1600X에서 5600X로 업그레이드한다 해도, 메인보드나 메모리를 교체할 필요 없이 CPU만 바꿔 장착하면 된다. 이 점은 AMD의 차세대 프로세서 라파엘이 핀의 위치를 메인보드와 맞바꾼 AM5 소켓 전까지 AMD 시스템의 최대 장점이었다.

현재 시점에서 최선의 선택이라 할 수 있는 인텔 i5-12400F와 AMD 라이젠 5600X. 두 제품 모두 6코어 12쓰레드로 동일하고, 최대 클럭과 설계전력 등이 비슷한 수준이다. 인텔은 12세대부터 P코어와 E코어를 구분한 하이브리드 코어를 탑재했지만, i5 라인업은 E코어 없이 기존의 구성이 그대로 적용돼 전작과의 성능 차이가 크지 않다. 아직 인텔 12세대 CPU가 PC방에 많이 도입되지 않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인텔 13세대 랩터레이크 vs AMD 라이젠 5세대 라파엘
인텔과 AMD의 신제품이 출시되면 PC 하드웨어 시장에 큰 변화가 찾아온다. 인텔은 소켓이 바뀌지 않아 600 시리즈 칩셋 메인보드를 그대로 사용해도 되지만, AMD는 AM5로 규격이 바뀌어 7000 시리즈를 사용하려면 메인보드까지 함께 교체해야 한다. 또한, AMD 라파엘 프로세서는 DDR5 메모리만을 지원해 RAM 교체도 필수적이다.

현재 DDR5-4800 8GB 제품은 5만 원대 중반으로 DDR4 제품 대비 70%가량 비싸다. DDR5 메모리는 전력관리 칩(PMIC)을 제품에 직접 탑재하는데,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인해 제품에 장착되는 칩의 수급이 원활치 않아 출시 초기부터 가격대가 높게 형성됐다. 게다가 인텔의 경우 저가형 모델인 H610 칩셋 메인보드가 기존 H510의 7만 원대 가격보다 비싼 10만 원대에 판매되면서 교체 수요가 더욱 적었다.

아직 반도체 수급이 정상화되지 않은 현재 시점에서 AMD 신제품은 인텔과 비슷한 위험을 안고 출시된다. 다양한 차세대 인터페이스 지원은 반갑지만 기존 AM4 칩셋과 달리 메인보드와 메모리를 모두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업그레이드 비용이 더 높아진다.

DDR5-4800 8GB 2개와 A620 칩셋 메인보드 가격은 낮게 잡아도 도합 20만 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R5 7600X의 출시 가격이 5600X와 같은 299달러로 가정한다면, 다른 하드웨어 교체 없이 CPU, RAM, 메인보드 등 3개를 교체하는데 PC 한 대에 60만 원 가까이 소요되는 것이다. 사용 중인 제품을 중고 시장에 매각하더라도 감가상각을 감안하면 1대 교체에 30만 원, 100대 교체에는 3,000만 원가량을 각오해야 한다.

성능을 비롯한 제품 자체에 대한 이슈를 제외한다 해도 인텔이 마냥 현재의 점유율에 만족할 수만은 없다. 무엇보다 같은 X400 라인업 제품의 11세대와 12세대 성능 차이는 10% 정도인데다가, 게임 성능에 미치는 영향은 그래픽카드 다음이다. 교체로 인한 추가비용을 감안하면 10~11세대 CPU 사용자들이 굳이 업그레이드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13세대 i5-13400F CPU는 12400F와 달리 E코어가 함께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동작 속도는 기본 2.1GHz, 부스트 4.9GHz에 L3 캐시메모리는 24MB가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전작과의 성능 차이가 11세대와 12세대의 차이보다는 클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 하더라도 여전히 CPU가 게임 성능에 미치는 영향은 그래픽카드보다 적다. PC방 평균 PC 사양을 대폭 향상시킨 ‘배틀그라운드’ 이후 고사양을 요구하는 인기 게임은 아직 나오지 않았고, ‘배틀그라운드’는 FHD 240Hz 모니터 환경이라면 6코어 CPU에 RTX3060 그래픽카드로 커버할 수 있다. i5-13400F가 PC방 시스템 성능을 극적으로 향상시키지 못한다면, 메인보드와 함께 추후 표준이 될 DDR5 메모리 구입까지 염두에 둘 필요성은 적어질 수밖에 없다.

‘수성의 인텔 vs 공략의 AMD’ 승자는?
사실 AMD 라파엘 프로세서가 공전의 대성공을 거둔다 해도 현재의 PC방 CPU 점유율을 뒤집는 것은 어렵다. AMD로서는 라데온 시리즈 그래픽카드와 더불어 경쟁사의 ‘압도적’인 비중을 조금이나마 줄여 경쟁 구도를 갖추는 것을 목표 삼아야 한다.

하지만 아직 양사의 신제품 가격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에서, 인텔과 AMD의 신제품은 모두 약점을 하나씩 안고 있다. 인텔 랩터레이크는 13400 라인업 제품의 E코어 탑재로 인한 판매가격 상승, AMD 라파엘은 DDR4 메모리 미지원으로 인해 CPU와 RAM, 메인보드를 모두 교체해야 한다는 점이다.

신제품이 PC방의 시스템 성능 향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 과감한 투자를 결정할 수 있다. 공교롭게도 성능 향상 폭은 인텔 i5-13400은 E코어 탑재, AMD 7600X는 최대 클럭 5.0GHz 돌파 등으로 두 제품군 모두 예상치를 넘을 수 있다. 직전 세대보다는 2~3세대 이전 세대 사용자들에게는 군침이 당길 만한 조건이다.

결국 관건은 가격이다. 공통적으로는 양사의 신제품 출시 가격과 더불어 향후 5년을 내다보고 구입해야 할 DDR5 메모리의 가격 안정, 그리고 개별적으로는 각사의 새로운 칩셋 메인보드의 가격 하락이 교체 수요를 이끌어내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코로나19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전 세계의 산업들은 점차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다. 신제품 가격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 PC 하드웨어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겸하고 있는 PC방 시장이 좀 더 적극성을 띨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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