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끝나도 끝난 게 아냐”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야 하는 PC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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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끝나도 끝난 게 아냐”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야 하는 PC방
  • 승인 2021.03.28 11:05
  • 문승현 기자
  • press@ilovepcb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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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刊 아이러브PC방 3월호(통권 364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난달 말부터 초미의 관심 속에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시기상조이긴 하지만 코로나19 종식에 대한 기대감이 감돌고 있다. 종식까지는 아니더라도 대유행이 가파른 감소세로 접어들거나 완연한 소강세가 시작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물러간다고 해서 다시 그 이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며, PC방 역시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경험하면서 아웃도어 중심의 활동적인 여가 대신 재택 중심의 여가 선용이 늘어났고, PC방을 즐겨찾던 이용자들도 이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2021년의 PC방 이용자들이 2019년의 이용자들과 달라졌다면 PC방 업주들도 이런 변화를 정확히 감지하고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PC방 업주들의 우려가 현실로…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 여름 PC방을 이용하기 어려워진 게이머들은 아예 PC를 구매하기 시작했다. 이에 PC 판매량이 크게 증가했고 온라인게임들의 동접자가 크게 늘며 게임사는 때 아닌 호황을 맞았다.

이 소식은 PC방 업주들에게 공포로 다가왔다. 모바일게임이 부상하면서 온라인게임이 위축된 전례가 있고, 이는 PC방에 악재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온라인게임 이용자들의 집에 PC가 구비된다면 PC방의 가동률이 줄어드는 결과는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코로나19가 종식되고 PC방 이용에 아무런 제약이 없어진다고 해도 PC 가동률 회복은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의미로, 차별화된 게이밍 환경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PC방은 한동안 고전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예측과 궤를 같이하는 연구 결과가 나와 PC방 업주들의 모골을 송연하게 만들고 있다.

게임문화 전체가 이미 변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연세대학교 게임문화연구센터 및 산학협력단과 공동으로 진행한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게임 가치의 재발견’이라는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재택, 격리시간 증가는 기존에 게임을 접하지 않았던 이들도 게임을 접하는 계기가 됐다. 게임이용 시간의 증가와 같은 양적 측면 이상으로 ‘게임이용자 저변의 확대’라는 측면에서도 변화의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기존에는 핵심 이용자층으로 보지 않았던 여성, 노년, 라이트게이머 등이 일상으로서의 게임 전반에 편입되면서, 대중문화로서의 게임 이용 경험은 시간이 갈수록 게임산업 및 문화에서 더 중요한 위치를 점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게임 이용시간이 증가하고, 게임 이용인구도 늘어났는데 정작 PC방 가동률은 떨어지는 최악의 결과가 예상되고 있다. 이에 PC방은 한층 다채로워진 게임 이용자층을 폭넓게 공략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시점이다.

연구책임자인 연세대학교 윤태진 교수는 “기존의 게임문화가 소수 하드코어 게이머의 성향에 따라 좌우되는 경향이 있었다면, 코로나19 이후에는 얕고 넓게 게임을 즐기는 라이트 게이머의 게임 경험이 보다 더 중요해졌다”라며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적인 생활의 일부로 스며든 게임은 이제 특별한 무엇이 아니며, 일상 곳곳에 흩어져 있고 누구나 어디서나 접근 가능한, 삶의 당연한 일부로 자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PC방 손님들은 뭐하고 있었을까?
지난 1년 동안 PC방은 거의 혼수상태로 시간을 흘려보내느라 주변을 살펴볼 여유가 없었다. 괴멸적인 타격에 전율하느라 코로나19가 우리 손님들에게도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곱씹어 생각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제는 PC방을 사교의 장이자 게이밍 공간으로 이용했던 기존의 주요 고객층 10~20대 남성들은 이 시기를 어떻게 보냈고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살펴야한다.

해당 연구는 ‘PC방 게이머’를 일상생활에서 PC방을 빼놓고 이해하기 어려운 청소년 집단으로 정의한다. 대부분 고등학교나 대학교 학생으로, 게임 시간이 긴 하드코어 게이머이기도 하지만 일부는 게임 자체보다는 PC방을 중심으로 한 여가활동이나 친교에 더 관심이 많은 이들이다. PC방은 단순히 온라인게임을 위한 장소가 아니라 고유한 문화적 의미를 지니는 장소라는 사실을 고려할 때 PC방 이용 제한이 이들에게 미친 영향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많은 수의 응답자가 게임을 주로 즐기는 곳으로 ‘본인의 집’을 꼽은 사실은 코로나 전후로 다르지 않았지만 70%대의 응답률에서 9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PC방 의존도는 급격하게 하락했다. PC방을 가장 전형적인 PC 게임 플레이 장소로 꼽은 응답자는 코로나19 이전의 24.7%에서 9.5%로 떨어졌고, 2순위로 꼽은 응답자 수를 합쳐도 70.2%에서 52.4%로 떨어졌다.

연령별 차이도 일부 발견됐다. 30세 미만은 여전히 절반 이상이 PC방을 2순위 게임 장소로 꼽은 반면 40대 이상은 4분의 1만이 PC방을 2순위로 꼽았다. PC방이 폐쇄되거나 선호도가 떨어지면서 중년 이상의 경우 제 3의 게임 장소를 찾아 플레이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PC방 문화로부터의 이탈
한국 사회에서는 학생에게 게임이 좋지 않다는 인식이 팽배하고, PC방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인식이 만들어지고, 학생 PC방 게이머는 ‘자제력이 약한 하드게이머’로 표상된다. 이웅혁·김미숙(2013)은 청소년의 과도한 인터넷 사용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다면서,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셧다운제도 등을 도입할 것이 아니라 청소년들이 주로 온라인게임 접속을 하는 PC방을 살펴야 한다고 지적한다. 청소년들은 자주, 그리고 쉽게 PC방에 갈 수 있으며 무분별하게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환경에 놓인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시각에서 코로나19로 인해 PC방 이용에 제약이 생겼을 때, 학생 PC방 게이머들은 ‘PC방이 재개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하드게이머’로 인식되기 쉽다. 학생 PC방 게이머는 더욱 목을 맬 것이라는 예측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연구 결과 이 같은 일반적 인식은 사실과 거리가 있었다. 이들은 코로나 초기에는 불편함을 호소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각자의 방식으로 이를 받아들였고 게임과 거리가 멀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이들의 공통점은 진성 게이머가 아니라 게임을 사회적 관계를 맺는 도구로 이용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딱히 게임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 역시 관계적 원인이 컸다. 코로나 상황에서 친구들이 게임을 하지 않다 보니 굳이 게임을 혼자 즐기고 싶지 않고, 혼자 게임을 하더라도 예전에 누리던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PC방 게이머들의 게임 문화가 관계 중심적으로 구성되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려우며, PC방에서의 사교 기회와 게임 플레이 기회가 함께 줄어든 결과”라고 풀이했다.

PC방 게임의 대체 경험들
또한 주목할 부분은 게임과 멀어졌다는 응답과 다르게 이전에는 전혀 하지 않았던 모바일게임 및 싱글플레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이들은 “친구들과 함께 하는 게임이 아니라 자신이 재미있고 쉬는 느낌을 받는다”라고 답했다.

이들이 PC방 게임을 이용하던 동기, 즉 사회적 도구로의 게임이 대체되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했던 게임은 만나서 함께 할 수 있는 다른 게임 매체나 여타의 놀이 문화로 대체되는 양상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코로나19 이후에도 굳이 PC방 게임을 다시 하기 보다는 지금의 놀이 문화를 어느 정도 유지할 생각이 있다고 답한 점이다. 이들에게 PC방 게임은 사회적 기능을 했던 도구이지, 그 자체로 대체 불가능할 재미를 느낀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PC방 업주 입장에서는 계속해서 우울한 내용으로 점철된 결과지만 반가운 내용도 있다. 혼자 하던 게임 중 PC방에서 밖에 하지 못했던 게임은 PC방 영업이 재개되자 다시 플레이를 시작하는 경우도 있었다. 다시 말해 고유한 효용과 매력을 제공할 수만 있다면 PC 가동률 회복은 물론 신규 고객 창출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PC방 게이머 정체성의 정체
한편, 코로나 이후 PC방을 찾는 빈도는 감소했지만 PC방 게이머들이 스스로 가지고 있던 ‘게이머 정체성’에는 큰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게임은 이 정체성의 중심에 위치하지 않았다. PC방이란 친구들과 어울려 놀러가기에 적당한 장소였고 선택 가능한 많은 옵션 중 하나일 뿐이었다.

게임이 게이머 정체성의 큰 부분이 아니라면 이들을 게이머라고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의문에 이들 PC방 게이머는 스스로를 분명하게 게이머로 간주했다. 또래 집단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게임을 취미로 공유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었다. 이들을 ‘게임이 취미’가 아니라 ‘여러 취미 중 하나가 게임’인 사람들로 규정된다. 게임에서 오는 긍정적 요소들을 잘 인식하고 있고, 게임은 즐길 만한 오락거리로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게임의 부정적 요소에 관한 경계를 긋는 것이다.

이러한 게이머 정체성은 응답자들이 이미 게임에서 나오는 휴식으로의 긍정성과 관계적 측면에서의 긍정성, 그리고 과몰입으로 인한 부정성을 인지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따라서 PC방 게이머는 하드게이머라는 일반적 인식과 달리,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게임의 긍정적인 측면들을 활용하고, 코로나19 상황에서 다른 것으로 대체하며 새로운 형태의 게임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무섭고 두려워도 인정해야
PC방 업주가 반드시 직시할 점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게임문화에서 PC방이 차지해왔던 위상과 중요성이 감소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PC방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거기서 게임을 하면서 다시 교류가 강화/확대되는 구조에도 균열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물리적으로는 ‘혼자 잠깐’ 즐기는 게임의 비중이 커지고, 사회적으로는 ‘기존 친구들을 게임공간에서 만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오랫동안 PC방이 점했던 ‘청소년 놀이문화의 물리적·심리적 핵심 공간’으로서의 지위는 서서히 약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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