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1월호(통권 398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8GB 메모리로도 충분했던 시대는 지난 2017년 ‘배틀그라운드’가 출시되면서 종말을 맞았다. 최적화에 대한 원망이 다소 있긴 했지만 원활한 게임 구동을 위해 대부분의 PC방은 메모리를 16GB로 늘렸고, 이후로 수년간 PC방 PC 메모리 적정 용량은 16GB로 굳어져 있었다. ‘디아블로4’가 출시되며 32GB 증량에 대한 수요가 잠깐 있었지만, 게임이 크게 흥행하지 못해 다시 잠잠해졌다.

메모리는 게임 플레이 중 빠르게 불러와야 할 데이터를 잠시 보관해 두는 임시 저장장치다. PC방 PC는 가정용처럼 게임 하나만 구동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백그라운드 시스템을 상시 구동한다. 때문에 메모리 용량이 적거나 필요 용량에 너무 근접하면 말 그대로 ‘여유롭지 못한’ 시스템이 된다. 이번 시간에는 메모리 16GB와 32GB의 차이가 게이밍 성능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테스트해봤다.

많을수록 높을수록 좋은 건 사실이나…
PC 하드웨어의 동작속도는 CPU가 가장 빠르고 GPU, 메모리가 그 뒤를 잇는다. 게임을 구동하면 저장장치를 포함해 모든 부품이 작동하는데, 각 하드웨어마다 동작 속도가 달라 원활한 구동을 위해선 하드웨어 간의 협업이 필요하다. CPU가 필요한 데이터를 저장장치에서 끌어올 때, 메모리라는 중간 저장공간을 거쳐 속도를 맞춘다. 이 용량이 크면 더 많은 데이터를 미리 불러올 수 있어 로딩 시간에서 이점을 보는 것이다.

단순한 접근 방식으로, 메모리는 용량이 크면 클수록,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하지만 현재로선 CPU가 지원하는 최대 클럭의 제품을 16GB(8×2) 또는 32GB(16×2)로 구성하는 것이 최선이라 할 수 있다. 적게는 수십 대 많게는 수백 대의 시스템을 맞춰야 하는 PC방은 하드웨어 품질을 한 단계만 높여도 상당한 비용이 추가되는데, 가성비를 우선한다면 브랜드나 세부 스펙을 따질 필요 없이 가격비교사이트 인기 순위를 참고하면 된다.

커머셜 CPU 대부분 듀얼채널을 지원해 풀뱅크는 효율이 떨어진다 
커머셜 CPU 대부분 듀얼채널을 지원해 풀뱅크는 효율이 떨어진다 

플랫폼, 클럭, 용량 모두 다르지만…
사실 몇 개월 전부터 시스템 테스트에 팀그룹의 DDR5-4800 ELITE PLUS 8GB 모델을 2개 사용해 왔다. DDR5 튜닝 메모리 중에선 7000MHz 속도를 지원하는 모델도 많이 출시돼 있다. 하지만 인텔 12·13세대 CPU가 메모리 클럭을 4800MHz까지 지원하기도 하고, DDR4 제품과 같은 맥락으로 PC방의 주된 사양이 될 DDR5 메모리 클럭은 6400MHz로 추정하고 있다. 때문에 ‘시금치’라 불리는 삼성전자의 DDR5-6400 메모리가 출시되기 전까지는 보편적 시스템에서 5600MHz 이상의 제품을 추천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PC방의 시스템은 일반적인 사양과 더불어 ‘프리미엄 존’이란 이름으로 고사양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한다. 실제로 많은 PC방들이 다수의 좌석과 구분되는 소수의 고사양 시스템 좌석을 제공하고 있는데, 현재 시점에서 32GB 메모리는 이런 프리미엄 존에나 적용할 용량이라 할 수 있다.

하드웨어 선택에 있어 성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가성비’다. 얼마 전 출시 시기가 예고된 인텔 애로우레이크, AMD 라데온 그래나이트리지 등 차차세대 CPU에서는 6400MHz 클럭을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DDR5 메모리는 동작 클럭은 빠르지만, 아직 램타이밍이 DDR4보다 느리고, 고사양 메인보드가 아니면 제 속도도 지원하지 않아 DDR4보다 가성비가 낮은 것이 현실이다.

이에 이번 테스트는 오로지 용량에만 초점을 두고 진행했다. 컴퓨터 하드웨어는 대대로 다다익선이라 했다. 숫자가 높으면 거의 무조건 좋다고 봐도 되는데, 이번 경우는 그 효율에 큰 기대를 하기 어려울 뿐이다.

테스트 시스템은 △CPU 인텔 i5-13400F △쿨러 써멀라이트 피어리스 어쌔신 120 ARGB △메인보드 바이오스타 H610MHD D5 △그래픽카드 이도디스플레이 RTX3060 △SSD 웨스턴디지털 SN770 1TB △PSU 마이크로닉스 캐슬론M 브론즈 750W △큐닉스 QX327F 180 강화유리 모니터 등이다.

팀그룹 DDR5-4800 16GB ELITE PLUS (8×2)
팀그룹 DDR5-4800 16GB ELITE PLUS (8×2)
PNY XLR8 DDR5-6400 CL32 MAKO RGB (16×2)
PNY XLR8 DDR5-6400 CL32 MAKO RGB (16×2)

시스템 종합 성능은 오십보백보
메모리 용량의 차이를 벤치마크 프로그램으로 테스트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테스트에 사용한 두 세트는 용량은 물론 동작 속도에도 차이가 있지만 CPU-Z, 3DMark, Cinebench 등 대부분의 벤치마크 프로그램은 CPU와 GPU의 성능을 중점 체크하기 때문이다. 다만 CPU와 그래픽카드 간의 세대 차이가 i5-9400F와 RTX4060 만큼 난다면 메모리 동작 클럭으로 인해 성능 차이가 벌어질 수는 있다.

3DMark의 파이어스트라이크 테스트 점수는 32GB 19,209점, 16GB 19,753점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진 않았다. 16GB 세트의 점수가 약간 더 높게 측정됐는데, 각 세 번씩 진행한 테스트 점수 모두 점수 차이가 500점 이하였다. 타임스파이 테스트 역시 32GB 9,308점, 16GB 9,201점으로 1% 내외의 차이만 보였다.

게임 프레임, 최저치 높아지며 10% 향상
최근 다시 플레이하고 있는 ‘쉐도우 오브 툼레이더’의 벤치마크 테스트 결과에서 본격적인 차이가 드러났다. ‘높음’ 옵션으로 진행한 결과 두 세트 모두 평균 프레임레이트는 32GB 139FPS, 16GB 136FPS로 큰 차이가 없었다.

성능 차이는 렌더링에서 드러났다. CPU 렌더링 성능에서 32GB는 최소 225, 최대 601, 평균 332를 기록했고, 16GB는 최소 170, 최대 543, 평균 278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작업을 더 넓은 공간에서 수행하는 데 따른 차이로, 여기에 4800MHz와 5600MHz의 클럭 차이까지 더해져 나타난 결과다. 테스트 진행 중 프레임레이트의 변화도 32GB 쪽이 좀 더 안정적이었다.

32GB 테스트 결과
32GB 테스트 결과
16GB 테스트 결과
16GB 테스트 결과

여러 프로그램 동시에 구동하니 차이 벌어져
‘배틀그라운드’와 프랩스를 이용해 프레임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래픽 옵션은 국민옵션이다. 한 번은 다른 프로그램 구동 없이 게임만 실행했고, 다른 한 번은 ‘스타크래프트’ 싱글 모드를 실행해 코어 2개를 차지한 채로 실행했다. 이는 관리프로그램과 웹브라우저를 비롯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동시에 실행하는 PC방 환경을 가정하기 위함이다.

게임만 실행했을 때의 프레임레이트는 32GB 최소 98FPS, 최대 153FPS, 평균 125.2FPS를 기록했고, 16GB 최소 73FPS, 최대 153FPS, 평균 106.4FPS를 기록했다. 두 시스템의 최대치는 큰 차이가 없었으나 평균 프레임 차이가 15% 정도로 나타났다. 32GB 세트의 경우 처음 진행한 리플레이 구간보다 오브젝트의 변화가 더욱 많은 장면에서 테스트를 진행하니 최소 78FPS, 최대 160FPS, 평균 112.6FPS를 기록했다. 같은 상황에서는 메모리 용량이 더 클 때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 양이 더 많은 것이 유리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스타’를 실행해 동작 코어 숫자를 늘리고 같은 구간을 테스트하니, 32GB는 최소 75FPS, 최대 129FPS, 평균 105.2FPS로 16GB의 단독 실행과 비슷한 수치가 측정됐다. 16GB의 경우 프레임레이트가 많이 하락해 최소 43FPS, 최대 134FPS, 평균 90.4FPS로 측정됐다. 실제로 PC방에서 한 게임을 더블 클라이언트로 실행하지 않는 이상 2개의 게임을 함께 구동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다른 프로그램이 함께 가동 중일 때도 메모리 용량이 성능 회복에 도움을 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해 6월 출시된 ‘디아블로4’, 그리고 지난 12월 서비스를 시작한 ‘쓰론앤리버티(TL)’가 높은 메모리 용량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PC방 시장도 2017년 8→16 업그레이드에 이어 16→32 업그레이드 수요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었다. 이 두 게임이 크게 흥행했다면 말이다. 테스트 결과 32GB 메모리는 성능 향상에 의외의 도움이 되긴 하나, 그 성능이 8GB 2개를 매각하고 16GB 2개를 구입해 장착하는 비용만큼 향상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물론 일반 좌석과 다른 프리미엄 존을 홍보할 때는 16보다 32란 숫자가 더 큰 도움이 되긴 한다. 다만 PC방에서 AAA 게임이 흥행하기 전까지, 그리고 ‘리그오브레전드’의 아성을 넘보는 고사양 온라인게임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PC방 전 좌석에 32GB 메모리를 장착하는 것은 비용 대비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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