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10월호(통권 395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코로나가 맹위를 떨치던 2021년 8월 강동구 상일동역에 바로 앞에 PC방 하나가 문을 열었다. 이 시국에 무슨 PC방이냐 할 수도 있지만 OX PC방 상일동점은 PC방 업주가 쌓은 7년의 내공을 모조리 쏟아부은 매장이다.

PC방 이름을 내건 ‘배틀그라운드’ 팀도 꾸려봤고, 코로나 기간에는 음식 배달을 통해 수익도 내봤고, 경기도 구리시에서 잘나가는 PC방도 운영해봤다. 여기에 거르고 걸러 또 거른 입지, 역병이 돌아도 PC방을 성공적으로 운영해본 경험 등으로 착실하게 준비하고 기획한 아이템 집약체였다.

오픈 후 2년을 넘긴 2023년 9월 OX PC방 우영화 사장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이 매장 오픈하면서 가장 잘한 일은 초음파식기세척기를 들인 것”이라고….

부지런한 PC방 업주는 매일 바쁘다
5호선 상일동역 코앞에 자리 잡은 OX PC방은 PC 123대 규모의 지하 매장이다. 표면적으로는 유동인구가 많은 역세권에 위치했다고 볼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매장 주변에는 사람이 몰릴만한 유흥시설이 전혀 없고, 오직 아파트로 가득 차 있어 한적한 주거단지 동네상권에 가깝다.

PC 이용료는 1,000원당 40분으로, 시간으로 환산하면 1,500원이다. PC 사양은 CPU 인텔 i5, 그래픽카드 지포스 RTX3060 수준이다. 좌석 일부는 프리미엄 존으로 운영해 시간당 200원이 추가되는데, i7 CPU에 그래픽카드는 지포스 RTX3080으로 구성했다. 모니터는 벤큐 240MHz 제품을 사용 중이다.

이런 상권, 이런 사양의 매장에 가을 비수기가 한창인 목요일 오전 9시에 찾아갔는데, 손님은 10명 전후였다. PC방 전문가를 자처하는 업주라면 여기까지만 봐도 OX PC방의 특징과 분위기를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그러나 OX PC방 상일동점의 캐릭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업주의 부지런함이 매장에 독특한 입체감을 불어넣는다.

계단을 내려가 출입문을 열고 매장에 들어서면 카운터 맞은편에 다채로운 키보드와 마우스 등 게이밍 기어가 진열되어 있다. 선호하는 게이밍 기어 제품이 있다면 사용해보라고 손님들에게 보내는 신호다. 게이밍 기어 대여 서비스는 점장과 알바들이 꼽는 매우 성가신 일 중 하나다.

게이머들의 브랜드 취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우 사장은 관련 커뮤니티를 매일 같이 모니터링하면서 대여진열대를 채운 제품들을 교체하고 있다. 또한, ‘카운터스크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 프로선수들이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 VAXEE와 협업해 오프라인 체험 공간의 역할도 겸하고 있다.

매장 외부로 음식을 배달하는 서비스는 이제 한물간 과거형 아이템으로 볼 수 있지만 OX PC방 상일동점에서는 현재진행형이다. 우 사장은 매장 전체 면적 대비 널찍한 주방을 소개하면서 애초에 배달을 염두에 두고 기획한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튀김기와 덕트, 밥솥과 각종 조리기계가 들어찬 공간이었지만 비좁은 인상이 전혀 없었다.

다만 ‘매장이 우선, 배달은 다음’이라는 원칙을 철통처럼 지키고 있다. PC방과 배달을 겸하는 것이 처음도 아니라서 시행착오를 두 번 겪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매장을 이용하는 손님이 한창 몰릴 시간대에 배달 주문이 들어오면 망설이지 않고 즉각 취소시킬 정도라고 한다.

아까운 시간과 일손을 줄여야 한다
게이밍 기어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지 않은 PC방 업주는 기어에 열심인 손님들과 요즘 잘나가는 주변기기를 주제로 대화하며 시간을 보낼 일이 없다. 게이밍 기어 커뮤니티에 새롭게 입고된 대여 가능 제품을 알리고 홍보할 일이 없다. 당연하게도 해당 소식을 듣고 멀리서 찾아오는 게이머 손님을 맞이할 일도 없다.

음식 조리 역시 마찬가지다. 매출이 높은 PC방일수록 PC 요금과 먹거리 비율이 5:5라는 점은 누구나 알지만, 각종 조리 기기를 갖추는 등의 역량 보강에 실제로 나서는 매장은 소수에 불과하다. 이렇다 보니 PC 이용이 아니라 식사를 위해 매장을 찾아오는 손님이 늘고 매출이 증가하는 경험을 할 수가 없다.

반면에 잃는 것도 있다. 바로 PC방 업주의 시간이다. 업주의 개인적 시간이야 ‘알바 땜빵’을 위해 포기하는 것이 PC방 업종의 저주받은 숙명이고, 우영화 사장 역시 지난 6년 동안 맘 편하게 쉬지 못하고 ‘5분대기조’ 신세로 마음을 졸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또한, 근무 시간을 때우는 차원이 아니라 실제 업무가 늘어나 마음에 여유가 사라진다고 덧붙였다.

우영화 사장은 “하루에 15시간씩 서서 덮밥을 만들고, 돈까스를 서빙하고, 책상 청소하는 것도 힘들지만 잠깐 앉아서 숨 좀 돌리려 하면 PC가 말썽을 일으켜 재차 일어나야 하는 것이 PC방 일”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나머지 9시간 동안은 업주가 고용한 알바생이 똑같이 고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빙로봇도 그래서 들여놨다. 시각적으로 쾌적한 매장을 갖고 싶어 널찍하게 설계한 매장이었지만, 로봇이 활보할 수 있는 환경인 점을 이용해 서빙 같은 단순 업무를 줄이려는 생각이었다. 일일 15,000보에 달했던 걸음은 로봇 도입 이후 3,500보로 크게 줄었고, 욱신거렸던 요통도 완화됐다. 우수한 모델을 물색하고 사용하다 보니 벌써 3번째 교체다.

업주도 업주지만 알바생들도 호응했다. 음식을 서빙하고 카드를 들고 카운터로 와서 결제하고 다시 카드를 전달하고 또 카운터로 복귀하는 번거로움이 줄어서다. 알바생이 느끼는 고충은 실제로 매장에서 근무하는 PC방 업주가 아니면 공감할 수 없고, 알바 구직 시장에서 PC방이 외면받는 이유 역시 일하는 업주가 아니면 체감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우 사장은 “도입 초기에는 손님들이 불편해해서 안착할 수 없다는 얘기가 많아 걱정했지만, 지금은 손님들이 음료 하나 주문하고 카드를 로봇에 실어 다시 카운터로 보내는 손길이 매우 익숙하다”며 “로봇 제어 앱이 발전하는 속도를 체감할 정도다. 어떤 아이템이든 적극적으로 사용해보고 직접 판단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전했다.

초음파식기세척기는 사람보다 낫다
재밌게도 우 사장이 꼽은 OX PC방 상일동점의 마스코트는 초음파식기세척기였다. 가장 지치는 업무에서 해방된다는 이유에서다. 손님들이야 게이밍 기어 브랜드 VAXEE, 웰돈카츠 배달 돈까스, LG 클로이 서빙로봇에 눈길이 끌릴 수 있지만 정작 PC방에서 일하는 근무자들에게는 전혀 관심의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

우 사장은 “음식 배달 PC방을 운영하면서 가장 소모적이라고 생각했던 업무가 설거지였다. 매장의 사장인 나도 끝없는 설거지 때문에 정신적으로 지치는데 알바생에게도 근무 중에 심적 여유를 없애버리는, 똑같이 지치는 일이다. PC방은 음식 조리를 고려하면 알바생 1인만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2년 전 우연히 초음파식기세척기의 존재를 알게 돼 설거지 업무나 줄여볼 요량으로 매장 오픈과 동시에 설치했다. 현재는 초음파식기세척기가 없다면 PC방을 그만둘 생각이라고 한다. 적당히 쌓인 컵과 그릇들을 무신경하게 던져두면 작동 5분 만에 깨끗하게 만들어주고, 이후 물로 한번 헹궈 선반에 수납하면 끝이라 딱히 신경 쓸 일도 없다고….

또한, 수도·전기요금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사용하는 물과 전기가 적은 것도 장점이다. 한 달 내내 사용하는 세제는 가격이 35,000원에 불과할 정도로 저렴하다. 우 사장은 “내가 손수 설거지한 결과와 초음파식기세척기의 설거지 결과를 비교했는데 완패했다. 알바생들도 도전했는데 전부 다 줄줄이 패배자가 됐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어서 환경부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본격적으로 규제하는 친환경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향후 PC방이 소화해야 할 설거지 양은 분명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초음파식기세척기는 설거지에 소모되어야 할 시간을 아껴주고, 근무시간에 마음의 여유를 되찾아준다고 총평했다.

다만, 작동시 다소 소음이 있는 편이었다. 초음파로 세척하는 작동 원리상 고막을 때리는 불쾌한 고주파음은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주방 밖으로 멀리 퍼져나가지는 않으나, 극도로 정숙한 분위기를 추구하는 매장이라면 귀에 거슬릴 수 있는 수준이다. 1회 세척 작동 시간이 5분으로 짧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우 사장은 “수요일, 목요일 근무할 평일 알바를 세 달째 구하고 있지만 연락이 없다. 성일동 근처에 거주하는 PC방 알바 희망자가 있다면 이 기사를 보고 지원해줬으면 좋겠다. OX PC방 상일동점은 과중한 업무가 없다”는 너스레로 끝인사를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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