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10월호(통권 395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올해 시월 구일은 오백일흔일곱 번째 한글날이다. 원래의 이름은 ‘가갸날’이었으나 일천구백이십팔 년 지금의 ‘한글날’로 명칭이 바뀌었다고 한다. 근대의 첫 한글날 기념식은 십일월 사일이었으나,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되며 음력 구월 상순에 책이 발간된 것이 밝혀져 음력 일천사백사십육 년 구월 십일을 양력으로 변환한 시월 구일이 한글날이 됐다. 그리고 일천구백사십구 년부터 일천구백구십 년까지는 공휴일로 지정됐다가, 일천구백구십일 년부터 이십이 년간 공휴일이 해제됐었고, 이천십삼 년부터 다시 공휴일이 됐다.

한글날을 기념할 만한 방법을 고민하다가, 문득 외래어가 난무하는 컴퓨터 부품 분야의 현재 시세를 외국어 사용을 최소화하고 우리말로 서술해보면 어떨지 싶었다. 십분가량 고민해본 뒤 ‘아, 이건 어렵겠는데’ 싶었다가 그래도 한 번쯤 해봐야겠다는 의욕이 생겼다.

누리망을 검색해 보니 ‘컴퓨터’를 ‘셈틀’로 표기하자는 과거 사료가 있어 이렇게 정하고, ‘셈틀방’ 셈틀의 주요 부품들의 가격 추이를 살펴봤다. 그리고 향후 본 기사를 일반적인 언어로 바꾼 기사도 함께 수록할 예정이니, 적절한 외래어 사용이 내용 전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하다.

자료: 전남세계놀이마당?(전남글로벌게임센터)
자료: 전남세계놀이마당?(전남글로벌게임센터)

두뇌 하나였던 중앙처리장치, 이제는 수십 개
셈틀은 연산의 핵심을 담당하는 중앙처리장치와 영상연산장치, 저장장치와 보조기억장치, 이 부품들을 탑재하는 주기판, 전력을 공급하는 전원공급장치 등으로 구성된다. 부품들을 탑재하는 상자와 각종 입출력장치 등을 포함해 셈틀을 제대로 구동하기 위해선 십 수가지 부품을 조합해야 한다.

중앙처리장치는 과거 연산을 담당하는 두뇌가 한 개였지만 지금은 이 두뇌가 적게는 두 개, 많게는 스물네 개까지 집적된다. 좌뇌와 우뇌로 구분하면 미국의 중앙처리장치 제조업체가 만든 i5-13400(이건 도저히 어쩔 수 없으니)의 두뇌는 성능 담당 여섯 개와 효율 담당 네 개를 포함해 총 열여섯 개의 두뇌가 동시에 연산을 수행한다.

셈틀방에서 주로 사용하는 사백 번대의 제품 가격은 과거와 현재가 비슷하다. i5-2500의 동작속도 향상 지원 제품은 출고가격이 미화 이백십육 불이었다. 현재 최신 제품인 i5-13400의 내장 영상연상장치 미포함(이하 미포함) 제품의 출고가는 일백구십육 불로, 과거보다 오히려 저렴해졌다.

대체로 보급형 제품군의 가격은 의외로 변동 폭이 컸다. 육 세대 제품 i5-6400과 십 세대 i5-10400 내장 영상연산장치 포함 제품은 일백팔십이 불로 같았는데, i5-10400의 미포함 제품은 일백오십칠 불로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다만 십이 세대부터 효율 담당 두뇌가 보급형 제품군에도 포함되면서 i5-12400 포함 제품은 일백구십이 불, 미포함 제품은 일백육십칠 불로 약간 비싸졌다. 십삼 세대에선 가격이 좀 더 올라 같은 제품군 가격은 각각 이백이십일 불, 일백구십육 불이다.

셈틀방 주인들이 이 글을 읽고 있을 시월 중순 경에는 십사 세대 신제품 출시 소식이 들릴텐데, 구월 말 현재 시점에서 출고가격은 아직 알 수 없다. 십이에서 십사 세대 중앙처리장치를 장착할 수 있는 주기판의 규격은 같지만, 십이 세대를 사용하는 셈틀방에서 십사 세대로 교체할 일은 없기 때문에 주기판의 종류와 셈틀 교체 계획에는 큰 교차점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영상연산장치의 발달로 전자오락 문화도 심화
전자오락을 즐길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각종 연산의 빠른 처리를 통해 유려한 그림들을 빠르게 볼 수 있는지 여부다. 이를 결정하는 것이 영상연산장치다. 과거에는 하나의 두뇌가 동작속도 주파수 수치를 수십 정도 내는 것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수천에서 많게는 만 단위의 두뇌가 힘을 합쳐 높게는 이천육백 이상의 주파수로 동작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셈틀용 영상연산장치 시장은 미국의 두 회사가 양분하고 있는데, 말이 양분이지 비중은 팔대 이 이상으로 차이가 난다. 한글날 특집으로 쓰고 있는 이번 기사에서 제품 명칭을 어떻게 표현할지 오랫동안 고민했지만, 결국 고유의 제품 이름은 그대로 쓸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셈틀방의 영상연산장치는 하한선이 이공육공, 표준이 삼공육공이다. 가장 근래 제품인 사공육공을 도입한 셈틀방도 조금씩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셈틀방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전자오락 상위 스무 개를 살펴보면 삼공육공으로도 충분히 돌리고 남는다. 다만 영상출력장치의 가로 해상도가 일천구백이십인 경우의 얘기로, 만약 이천오백육십 이상의 가로 해상도라면 사공육공 이상의 영상연산장치를 필요로 한다.

십수 년 전 셈틀방 영상연산장치의 표준은 칠육공이었다. 당시 유행하던 전자오락 상위 스무 개 중 높은 성능을 요구하는 것은 대부분 다중접속역할수행 놀이였는데, 이들 역시 칠육공이면 무리 없이 돌릴 수 있었다. 당시 칠육공의 소비자 판매가격은 삼십만 원대 중반이었는데, 이는 현재의 삼공육공 최저가 삼십오만 원대와 큰 차이가 없다.

지난 이천이십 년 발발한 중국발 전염병에 더해 가상화폐 채굴 사태까지 겹치며, 영상연산장치의 판매가격이 한때는 평소의 두세 배 넘게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거래량이 많은 가상화폐가 증명 방식을 전환하면서 영상연산장치 채굴 효율이 폭락해 현재는 정상가격을 되찾았다. 다만 전 세계 유수의 정보통신 기업들이 인공지능 연구를 위해 고성능 영상연산장치를 사들이고 있어 한 차례 정도는 가격 상승이 더 있을 여지도 남아 있다.

(아래는 위와 똑같은 내용을 한글에 연연하지 않고 평소대로 작성한 원고다. 때로는 적절한 외래어의 사용이 글의 길이를 줄이고 내용 전달도 좀 더 수월하다)

코어 하나였던 CPU, 이제는 수십 개
컴퓨터는 연산의 핵심을 담당하는 CPU와 그래픽카드, RAM과 저장장치, 이 부품들을 탑재하는 메인보드, 전력을 공급하는 파워서플라이 등으로 구성된다. 케이스와 각종 입출력장치 등을 포함해 컴퓨터를 제대로 구동하기 위해선 십 수가지 부품을 조합해야 한다.

CPU는 과거 연산을 담당하는 코어가 한 개였지만 지금은 적게는 2개, 많게는 24개까지 집적된다. 좌뇌와 우뇌로 구분하면 인텔 코어 i5-13400의 코어는 P코어 6개와 E코어 4개를 포함해 16쓰레드가 동시에 연산을 수행한다.

PC방에서 주로 사용하는 X400 시리즈 제품 가격은 과거와 현재가 비슷하다. i5-2500K는 MSRP가 216달러였고, 최신 제품인 i5-13400F는 196달러로 과거보다 오히려 저렴해졌다.

대체로 보급형 제품군의 가격은 의외로 변동 폭이 컸다. i5-6400과 i5-10400의 가격은 182달러로 같았는데, i5-10400F는 157달러로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다만 12세대부터 E코어가 보급형 제품군에도 포함되면서 i5-12400은 192달러, 12400F는 167달러로 약간 비싸졌다. 13세대에선 가격이 좀 더 올라 같은 라인업 제품 가격이 각 221달러, 196달러다.

PC방 업주들이 이 글을 읽고 있을 10월 중순경에는 14세대 신제품 출시 소식이 들릴텐데, 9월 말 현재 시점에서 MSRP는 아직 알 수 없다. 인텔 12~14세대 CPU의 소켓은 LGA1700으로 규격은 같지만, 12세대 CPU를 사용하는 PC방이 14세대로 교체할 일은 없다. 때문에 메인보드와 PC 업그레이드 계획에 큰 교차점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카드 발달로 게임 문화도 심화
PC 게임을 즐길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각종 연산의 빠른 처리를 통해 그래픽 소스를 고주사율로 볼 수 있는지 여부다. 이를 결정하는 것이 그래픽카드다. 과거에는 GPU 코어 하나가 동작 클럭을 수십MHz 정도 내는 것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많게는 만 단위의 코어가 2,600MHz 이상의 속도로 동작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PC용 그래픽카드 시장은 엔비디아와 AMD가 양분하고 있는데, 말이 양분이 비중은 8:2 이상이다. 엔비디아를 기준으로 PC방 그래픽카드는 하한선이 RTX2060, 표준이 RTX3060이다. 신제품인 RTX4060을 도입한 PC방도 조금씩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PC방 인기 게임 차트 TOP20을 살펴보면 RTX3060으로도 충분하다. 다만 모니터 해상도가 FHD일 때 얘기로, 만약 QHD 해상도 이상이라면 RTX4060 이상이 필요하다.

십수 년 전 PC방 그래픽카드 표준은 GTX760이었다. 당시의 PC방 게임 TOP20 중 고사양을 요구하는 것은 대부분 MMORPG였는데, 이들 역시 GTX760으로 무리 없이 돌릴 수 있었다. 당시 GTX760의 가격은 30만 원대 중반이었는데, 이는 현재의 RTX3060 최저가 35만 원대와 큰 차이가 없다.

지난 2020년 발발한 코로나19에 더해 코인 채굴 사태까지 겹치며, 그래픽카드 가격이 한 때는 평소의 2~3배 이상으로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이더리움이 채굴 방식을 지분증명으로 전환하면서 그래픽카드 채굴 효율이 폭락해, 현재는 정상가를 되찾았다. 다만 전 세계의 IT 기업들이 AI 연구를 위해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사들이고 있어, 한 차례 정도는 가격 상승이 더 있을 여지도 남아 있다.

저작권자 © 아이러브PC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