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1월호(통권 386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기자는 ‘스타크래프트: 브루드워’가 출시된 1998년 말경부터 25년째 꾸준히 PC방을 다니고 있다. 야간정액도 없이 시간당 2,000원을 지불하던 때부터 ‘라그나로크’, ‘팡야’, ‘디제이맥스 온라인’,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배틀그라운드’ 등 수많은 게임들을 섭렵했다. 이렇게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해준 PC방은 지금의 게임문화가 자리를 잡게 해준 일등공신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변화가 없는 PC방은 도태될 수밖에 없고, PC방 업주는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기존의 매장을 ‘새로고침’하는 방법은 인테리어를 새롭게 바꾸는 리모델링, PC 성능을 끌어올리는 업그레이드, 게이밍 기어의 전면 교체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대부분의 방법은 적지 않은 투자가 필요해 큰 결심을 하지 않으면 실천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소소하게 한두 가지만 바꾸는 것만으로는 리프레시 효과가 약하다. 제목처럼 1보 전진이 무척 어려운 이유다.

2보 전진? 잘못 후퇴하다가는…
PC방의 가장 큰 경쟁력 중 하나는 하드웨어 스펙인데, PC 사양 업그레이드는 한두 걸음만 소폭으로 나아가기가 무척 어렵다. PC 하드웨어 중 가장 저렴한 케이스를 교체한다 해도 100대 기준 300만 원 전후가 소요된다. 나아가 CPU, 그래픽카드 등 메인 하드웨어를 교체하게 되면 뒤에 0 하나가 더 붙는 수준으로 규모가 커져 어지간한 마음가짐으로는 시도조차 어렵다.

기자가 방문했던 PC방 중 매장 공간 대비 PC의 대수가 다소 적어 보이는 곳이 있었다. 해당 PC방은 현재도 운영을 하고 있지만, 주중 저녁이나 주말 오후 시간에 방문했을 때도 손님의 숫자가 그리 많지 않았다. PC 사양은 인텔 i5-9400F, 엔비디아 지포스 RTX1060 3GB 기반으로 평균보다 다소 낮았는데, ‘배틀그라운드’를 FHD 144Hz 모니터에서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국민옵션보다 한 단계를 낮춰야 했다.

사실 PC 스펙이 업계 평균보다 낮다면 해법은 명확하다. 최우선으로 PC 성능을 향상시켜야 한다. 매장이 아무리 청결하다 해도, 음식이 정말 맛있다 해도, 심지어 입지가 좋은 상권이라 해도 PC방이 PC방답기 위해서는 PC 스펙을 최소한 평균 이상으로 갖춰야 한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물론 2017년 ‘배틀그라운드’, 2018년 ‘로스트아크’ 이후 PC방 점유율 상위권에 신작 게임의 등장이 없고 변화도 적은 것은 사실이다. 이처럼 히트작이 수년째 나오지 않고 있는 점이 업그레이드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 중 하나인데, 상술한 평균 이하의 스펙이라 해도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를 즐기기에는 큰 무리가 없는 것이 맹점이다. 오랜 시간 ‘LoL’의 점유율이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어 사실상 PC 업그레이드로 인한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 장점인 동시에 단점도 됐다.

지난 12월 20일 기준 PC방 사용량 상위 10개 게임의 점유율 합산은 86.38%, 20개 게임 합산은 92.17%다. 사실상 LoL을 포함해 상위 10개 게임에만 집중하면 되는 셈이다. 하지만 PC방이란 공간의 특성상 0.1%의 점유율이라도 붙잡아야 하고, 상위 10개 게임을 제대로 구동할 수 있다면 하위 게임들도 대부분 문제없이 돌릴 수 있다.

여기서 생기는 딜레마는 PC 스펙의 기준을 상한선과 하한선 중 어디에 맞추는지에 따라 생긴다. 대부분, 아니, 거의 모든 PC방은 하한선에 기준을 두고 PC를 세팅한다. 상한선이라면 인텔 i5-12900, 엔비디아 지포스 RTX3080 이상을 조합해야 하는데, 현재의 시장 상황에서는 복권이라도 당첨되지 않는 한 무리다. 게다가 PC 스펙을 필요 이상으로 높이게 되면 PC방의 운영자금이 하드웨어에 묶이게 되면서 유동성도 떨어져 효율이 무척 낮아진다.

작은 것들을 위한 힘
큰돈을 들이지 않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법은 어렵지만 그렇다고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이미 단골이 된 손님을 위해 제공할 수 있는 작은 것들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온·오프라인을 통해 자주 소개한 바 있는 RGB LED 컬러 교체처럼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매장의 분위기를 바꿔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정말 적은 비용으로 손님을 끌어모을 수 있는 방법도 있다. 프랜차이즈나 개인 매장을 막론하고 적지 않은 곳에서 소소한 이벤트를 꾸준히 진행하는데, SNS나 커뮤니티를 통해 매장 홍보를 하고 이를 인증하면 음료나 시간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식이다. 당장 눈에 띄는 매출 상승효과는 기대하기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매장 이름을 알리기 좋은 방법이다.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점은 이런 전략들을 구사하는 것이 하드웨어 업그레이드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키보드 교체 등 소소한 변화에 1이 들고 PC 사양 업그레이드에 10이 든다고 가정할 때, 10을 장만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1, 1, 1의 변화만을 추구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렇게 되면 추후 업그레이드를 위한 유동성이 시나브로 떨어지면서 결과적으로 경쟁력 하락을 야기할 수 있다.

20년 넘게 지속돼 온 PC방 산업이지만 아직도 극복해야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상술한 신작 게임의 부재 외에도 시도 때도 없이 밀고 들어오는 시간당 500원 요금의 치킨게임, 아직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코로나19 사태, 플랫폼의 다양화로 인한 PC 게임 시장의 정체 등 대부분의 문제는 PC방 사장이 직접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다.

PC방은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함께 즐기는’ 게임 문화를 만들어 왔다. 지금 당장은 앞이 잘 보이지 않을지라도 지금까지 겪어왔던 파도처럼 낮을 때에 이어 높을 때도 온다. 기자처럼 혼자서, 혹은 친구들과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서 PC방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PC방 업주뿐 아니라 게임 업계, 하드웨어 업계, 정부와 국회 등 여러 분야의 협조를 끌어내야 한다. 어쩌면 현재 상황에서 뒤로 밀려나지 않고 버티는 것이 결과적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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