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10월호(통권 383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2년의 마지막을 뜨겁게 달굴 하드웨어 전쟁이 시작됐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연 AMD는 9월 27일 라이젠 7000 라파엘 프로세서를 선보였고, 인텔도 13세대 랩터레이크 프로세서를 10월 말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래픽카드는 엔비디아가 10월 12일 RTX40 시리즈의 상위 라인업을 먼저 시장에 내놓고, AMD 역시 연내에 라데온 RX7000 시리즈를 공개하겠다고 언급했다.

언제나 PC 성능에 집중해야 하는 PC방도 과도기를 겪고 있다. 잇따른 금리 인상으로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면서, 국내 제조가 불가능한 프로세서 제품군의 가격이 오르고 있다. 게다가 고성능 제품군을 먼저 출시하는 추세 때문에 보급형이나 저가형 제품군은 아직 시장에 나오지 않고 있어 비용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9월 초에 방문했던 경기도의 한 PC방은 여전히 i5-8500 프로세서와 GTX1060 3GB 그래픽카드 조합 PC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주변 PC방이나 시장 전체에서 경쟁에 밀릴 수밖에 없는 사양이다. 이에 프로세서의 세대교체가 시작된 현재 시점에서 PC방의 시스템 사양에 따라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짚어봤다.

투자는 불가피, 문제는 ‘언제 해야 할까’
컴퓨터란 아이템의 특성상 한 번의 투자로 5년을 버티기는 어렵다. 과거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던 일부 PC방은 1년 주기로 새로운 CPU가 출시될 때마다 전 좌석을 신제품으로 교체하기도 했다.

2017년 출시된 i5-8400 커피레이크 프로세서가 6코어 6쓰레드 구성으로 바뀐 이후 6쓰레드 이상의 고사양을 요구하는 게임이 적어 8~12쓰레드 구성의 상위 모델로 교체해야 할 필요성은 적어졌다. 2020년 출시된 i5-10400 코멧레이크S 프로세서부터는 X400 라인업이 6코어 12쓰레드 구성을 가지게 되면서 CPU 업그레이드 역시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 됐다.

다만 게임 시장도 느리지만 조금씩 바뀌고 있어 앞으로 코어를 더 많이 활용하는 게임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최소한 코어당 동작 클럭이 4.0GHz 이상을 내고 있는 시점에서 4코어 활용 게임이 2코어만 쓰도록 다운그레이드가 되진 않는다는 의미다. 세상의 컴퓨터 가운데 가장 많은 게임을 구동하는 것이 PC방 컴퓨터이니만큼, 성능 향상의 추세에 맞춰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문제다.''

저렴한 시스템, 교체 최소화하고 기존 제품 최대한 활용
비교적 최근에 그래픽카드를 포함한 하드웨어 업그레이드를 진행한 PC방에 해당하는 단계다. 저지선을 RTX2060 그래픽카드로 가정할 때, 전 좌석에 RTX2060 이상을 사용하고 있는 곳에서는 소모품 교체를 제외하면 하드웨어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고 차차세대 제품의 출시를 기다리는 것이 좀 더 현명할 수 있다.

의외의 소모품은 쿨링팬과 파워서플라이다. 특히 쿨링팬은 PC 부품 중 소음을 가장 크게 내는 원인으로, 오랜 사용으로 베어링이나 블레이드가 손상되면 균형이 무너지면서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점점 크게 내 사용자의 불편을 초래한다. 책상 상단에 배치된 강화유리 케이스라면 RGB LED 적용 제품을, 시스템책상 내부에 배치해 밖에서 보이지 않는 케이스라면 LED가 없는 제품으로 교체해 소음을 줄일 필요가 있다.

사실 이 단계에서는 CPU와 그래픽카드 구입을 염두에 두지 않았기 때문에 비교적 비용이 덜 드는 부분에서 리프레시 효과를 노리는 것이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최근 사용자가 늘고 있는 넌클릭 스위치 게이밍 키보드, 혹은 이어패드 부분이 낡은 헤드셋 등을 교체하는 것은 PC 하드웨어보다 적은 비용으로도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낡고 헤져 검은 가루가 떨어지는 헤드셋을 보고 달가워할 손님은 이 세상에 없다. 작동에는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눈에 보이는 부분에 대한 평가는 성능보다 위생이 먼저라는 점을 알아두자.

적절한 시스템, 향후 3년 바라보면 정답 나온다
PC방에서 가장 많이 진행하는 부분 업그레이드는 그래픽카드 교체다. 게임 성능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영향이 덜한 CPU와 메인보드, 메모리는 그대로 유지한 채 그래픽카드만 상위 모델로 교체해 투자 대비 큰 효과를 노리는 전략이다. 다만 CPU가 너무 오래돼 AMD 라이젠5 7600X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새로운 AM5 소켓 적용으로 메모리는 물론 메인보드까지 모두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업그레이드 시기를 상당히 늦춰야 한다.

아직 i5-8500 CPU와 GTX1060 3GB 그래픽카드 조합을 사용하는 PC방이 의외로 많은데, PC방 점유율이 절반에 가까운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는 FHD 165Hz 환경에서도 충분히 구동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로스트아크’, ‘배틀그라운드’, ‘오버워치’ 등 상당한 사양이 요구되는 게임의 수요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게임에서 평균 프레임레이트를 100 이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PC방 컴퓨터는 CPU보다 그래픽카드가 더 중요하다. 현재 사용 중인 CPU가 6쓰레드 이하라면 교체가 필요하지만, 코어 숫자에 관계 없이 6쓰레드 이상이라면 한 세대 정도는 더 사용해도 큰 무리는 없다. 2세대 이전의 구형 CPU를 교체하면 메인보드도 함께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더 커지는데, 그래픽카드는 메인보드가 PCIe 3.0 ×16 이상을 지원하면 메인보드 종류에 관계 없이 교체할 수 있어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다.

단적인 예시로 인텔 i5-9400 이상, 혹은 이후 출시된 CPU는 현 세대나 차세대 CPU로의 교체에 큰 의미가 없다. 다만 그래픽카드가 GTX1070 이하일 경우 적어도 RTX 시리즈로 업그레이드하면 의미 있는 성능 향상을 경험할 수 있다. 메모리의 경우 2017년 ‘배틀그라운드’의 출시를 기점으로 대부분 16GB(8×2)를 사용하고 있어 용량을 늘리거나 더 빠른 속도의 제품으로 교체할 필요는 없고, 8GB(4×2) 구성이라면 16GB 듀얼 메모리 구성으로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

그래픽카드는 현재 PC방의 권장사양인 RTX3060이 가장 적합하다. 순수 성능만으로 본다면 RTX3060Ti가 좀 더 유리하지만 성능 차이 대비 가격 격차가 약 10만 원으로, 100대 기준으로는 1,000만 원을 더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효과가 적다. 아직 QHD 해상도가 보편화되지 않은 점이 오히려 다행이라 할 수 있는데, 2560×1440 해상도가 지금의 FHD처럼 보급됐다면, PC방 그래픽카드의 기준은 RTX3070 이상이 됐을 것이다.

절륜한 시스템, ‘무적전설’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사실 PC를 비롯한 IT 제품은 예외 없이 ‘비싼 게 좋은 것’이란 공식이 빗겨나가지 않는다. 싸고 좋은 제품은 존재하지 않고, ‘저렴하지만 상대적으로 나쁘지 않은 수준’이 아니라면 전자제품의 성능은 99% 고가의 제품이 성능도 좋다. 프로세서처럼 국내 기술로 제작할 수 없는 핵심 부품들은 더욱 그렇다.

PC에서 가장 큰 비용을 요구하는 것은 역시 그래픽카드다. 채굴 이슈가 사그라들면서 그래픽카드 가격이 원래의 권장소비자가격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엔비디아 RTX40 시리즈의 가격이 상당히 높게 책정됐고, PC방에서 주로 사용하게 될 RTX4060의 출시는 내년으로 미뤄져 그 시기와 가격을 섣불리 예상하기 어렵다.

게다가 AMD에 이어 인텔도 13세대 CPU의 정보를 공개했는데, 권장가 대비 국내 출시가격은 예상하기 쉽지 않다. AMD 7600X는 권장가 299달러(약 43만 원)에 출시 초기 가격이 47만 원대다. i5-13400F의 권장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는데, i5-13600K가 전작 12600K보다 30달러 오른 것을 감안하면 13400F는 199달러(약 28만 원대), 국내 출시가격 30만 원대 중반 정도로 예상할 수 있다. 12400F가 권장가 179달러에 국내 출시 당시 21만 원대에 판매됐던 점을 감안하면 가격 부담이 좀 더 커질 듯하다.

그래픽카드는 생각보다 선택의 폭이 넓다. AMD 라데온 시리즈까지 선택지에 포함시킨다는 가정 하에, 현재 PC방 권장사양인 RTX3060과 비교해 한 대당 40~50만 원으로 예산을 잡고 기존 보유 제품의 매각으로 인한 상계까지 계산하면 된다. 현재 시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그래픽카드 중 길게는 5년까지 바라볼 수 있는 제품은 RTX3070Ti, 좀 더 욕심을 낸다면 RTX3080을 염두에 두면 된다.

다만 주의해야 할 것은 이더리움의 지분증명 전환으로 그래픽카드 채굴이 불가능해지면서 중고 시장에 채굴장에서 24시간 고생하던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24시간 혹사당한 그래픽카드는 GPU보다 메모리, 쿨링 시스템 등에 문제가 있을 확률이 높아 가격이 평균 중고 가격 대비 저렴하더라도 구입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높아지는 환율에 머리가 아프지만 아직 출시되지 않은 차세대 제품들은 배제하고, 연내에 진행하는 업그레이드로 5년을 버틸 수 있는 하드웨어 중 가격 대비 가장 효율적인 조합은 i5-12400F CPU, 그리고 지포스 RTX3080이다. 12400F는 신품으로, RTX3080은 가급적 중고 제품으로 구입하는 것이 비용을 조금이나마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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