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10월호(통권 383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국에서 PC방으로 성공한 일명 ‘선수’들은 요즘 해외 진출을 활발하게 모색하고 있다. 특히 중국처럼 이미 PC방이 보편화된 국가보다는 아직 개척이 필요한 나라에 한국형 PC방을 보급함으로써 기회를 창출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국가들의 대부분은 동남아시아인데, 비교적 접근성 높고 인프라가 조성되어 가고 있는 데다가 빠른 경제 성장으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필리핀과 베트남 등이 손꼽히고 있다. 이에 얼마 전 필리핀 마닐라에 새롭게 오픈한 한국형 PC방을 통해 가능성을 타진해봤다.

필리핀 마닐라의 한국형 PC방 ‘K인터넷카페’
필리핀 마닐라의 한국형 PC방 ‘K인터넷카페’

모바일 게임이 대세인 동남아 국가들
흔히 한국은 온라인게임을 중심으로 한 PC게임이 강세고, 일본은 콘솔의 비중이 높으며, 북미나 유럽은 패키지 게임 선호도가 높다고 알려져 있다. 이처럼 국가나 대륙별로 선호하는 게임 플랫폼에 차이가 있는데, 동남아의 경우 PC나 콘솔이 아닌 모바일게임의 비중이 가장 높은 상황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표한 2022년 필리핀 게임시장 규모에 따르면 플랫폼별 시장규모는 모바일게임 4억1,800만 달러, PC 게임 1억4,100만 달러, 콘솔 게임 1억7,200만 달러로, 전체 7억3,200만달러(한화 약 8,930억 원) 수준이다. PC와 콘솔을 모두 합쳐도 모바일게임 시장 규모의 절반 정도다.

이처럼 모바일게임의 비중이 높은 이유는 인프라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모바일 디바이스의 보유량은 높은 반면, PC 보급률과 인터넷 공급망 부족이 PC 게임 플랫폼의 저변이 확대되지 않는 이유로 꼽힌다. 결국 동남아에서 한국형 PC방의 가능성은 평소 PC 사용률이 높은 계층이 밀집되어 있는 상권에서나 답을 찾을 수 있는 상황이다.

필리핀 마닐라의 파사이 지역에서 최근 오픈한 ‘K인터넷카페’는 바로 이 같은 전략이 그대로 적용된 한국형 PC방이다. 마닐라 파사이 지역은 한국 기업의 주재원들이 거주하고 있는 부촌으로 꼽히며, 서울 강남과 같이 필리핀 내에서도 고소득 계층의 거주 지역으로 유명하다. ‘K인터넷카페’는 이 지역에서 가능성을 확신했다.

입간판이 없는 상가 건물
입간판이 없는 상가 건물

한국인 비중이 높은 K인터넷카페의 전략
K인터넷카페의 상권 자체가 매우 독특하다. 부촌의 중심 상가에 위치해 있으며, 건물 외벽에는 흔한 입간판 하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졌는지, 수시로 이용하는 한국인이 많고, 필리핀에서도 고소득층으로 꼽히는 현지인들의 방문도 적지 않다. 부촌이다 보니 운전기사가 딸린 차량을 이용해 방문하는 현지인이 대부분이다. 한국인과 현지인의 고객 비율은 8:2 수준이다.

기본적인 인테리어도 한국형 PC방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현지인들은 독특하고 이색적으로 느낄 수 있는 벚꽃을 베이스로 했는데, 벚꽃의 시그니처인 핑크빛 계열의 포인트 컬러를 활용해 모던과 유니크한 콘셉트를 구현했다. 다만, 현지 인테리어 업체에서 공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마감이나 완성도는 다소 떨어진다.

시간당 이용요금은 150 페소, 한화로 약 3,600원 정도다. 한국에서도 탑클래스 수준의 요금이지만, 지역적인 특성상 이를 부담스러워하는 이용자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오히려 요금 자체가 프리미엄의 특별한 공간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느낌이다. PC 사양 등 게이밍 환경도 한국 PC방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게토 프로그램을 사용하면서 한국 IP에 접근하는 VPN을 통해 국내 서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본적인 서비스도 한국과 동일하다. 먹거리는 현지식과 한국식을 섞어 판매하고 있는데, 봉지라면이나 스낵류 등을 한국 제품들로 구성했다. 우리나라와 같이 인건비 부담은 크지 않다.

직원 1인당 월 2만 페소(한화 약 50만 원) 정도로, 현재 K인터넷카페에는 8명의 종업원이 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주방장을 따로 고용할 정도지만 초창기 우리나라와 같이 아직 PC방에서 식사를 한다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들로 인해 먹거리 매출 비중이 크지 않다. 앞으로 PC방에서도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는 소비자 인식이 확대되면 K인터넷카페도 한국 PC방과 같이 먹거리 매출 비중이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벚꽃을 시그니처로 사용한 인테리어
벚꽃을 시그니처로 사용한 인테리어

확실한 영업전략과 상권이 맞아떨어져야
PC 게임의 시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은 동남아 시장에서 한국형 PC방의 가능성을 가늠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현지인이 전부인 상권에서 비중이 높지 않은 PC 게임 시설을 제공한다면 국내에서 VR방과 같은 전철을 밟을지도 모른다. 독특하고 이색적인 일회성 경험에 그칠 뿐 지속적인 고객 유치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K인터넷카페는 이 같은 단점을 상쇄하는 상권에 입점해 한국인과 현지인 모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영업전략으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가능성은 매우 긍정적이다. 이를 발판으로 제2, 제3의 상권을 개척해나간다면 동남아에 한국형 PC방의 저변이 확대되는 날도 머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식 먹거리 메뉴
한국식 먹거리 메뉴
한국 PC방의 주방과 다르지 않다
한국 PC방의 주방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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