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9월호(통권 382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최근 주요 온라인 게임들의 이스포츠 대회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렸던 지년 2년간 온라인 개최로 만족해야 했던 이스포츠는 거리두기 종료 이후 관객들을 동원한 오프라인 대회를 다시금 열게 되면서 대회뿐만 아니라 게임의 흥행에도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중이다.

온라인 게임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PC방에서도 이스포츠 대회는 큰 관심사 중 하나다. 잘 치러진 게임대회 덕에 주요 게임들의 점유율이 상승함은 물론, 예선전 등이 PC방에서 치러지고 있어 홍보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이에 최근 개최된 주요 게임대회를 통해 PC방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봤다.

이스포츠로 기사회생한 ‘배틀그라운드’
최근 대형 이스포츠 대회를 개최한 게임 중 PC방에서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한 게임은 ‘배틀그라운드’다. 크래프톤은 지난 7월 20일부터 8월 28일까지 6주간 ‘2022 펍지 위클리 시리즈(이하 PWS): 페이즈 2’를 진행했는데, 대회 시작을 전후로 ‘배틀그라운드’의 PC방 점유율과 사용량이 눈에 띄게 변한 것이다.

PC방 전문 리서치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지난 7월 13일 ‘배틀그라운드’의 PC방 점유율은 3.05%로 전체 순위에서 7위를 기록했다. 이는 ‘배틀그라운드’의 PC방 점유율 집계를 시작한 2017년 7월 이후 5년 만에 가장 낮은 기록이었으며, 특히 지속적인 하락세를 거듭하던 차에 제작소 콘텐츠 확률 오류까지 겹쳐지면서 점유율 반등이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과거 PC방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강력함을 과시했던 시절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하지만 일주일 후인 7월 20일 PWS: 페이즈 2 대회가 개막하면서 분위기가 서서히 반전되기 시작했다. ‘배틀그라운드’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자연히 게임 접속도 늘어났다. 실제 PWS: 페이즈 2 대회 기간 ‘배틀그라운드’의 PC방 사용량은 급격히 증가했고, 점유율 순위도 단숨에 TOP5로 복귀했다. 대회 직전의 크고 작은 이슈를 날려 보내며 PC방 성적을 정상 궤도에 다시 안착시킨 것이다.

이번 ‘배틀그라운드’의 경우 이스포츠 대회 개최가 PC방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 대표적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게임의 콘텐츠 업데이트가 혹평을 받거나 논란을 일으킬 경우 게임 사용량이 급감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이렇게 이탈한 이용자들은 동일 장르의 다른 게임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아 점유율을 다시 회복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배틀그라운드’는 무료 서비스 전환을 기점으로 PC방 프리미엄 혜택이 더 이상 큰 매력으로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PC방 사용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던 상황이었다. PWS: 2 개최 이후로도 ‘배틀그라운드’는 전 세계 4개 권역에서 치러지는 ‘펍지 콘티넨탈 시리즈7: 아시아’ 개최를 9월에 진행하며, 이후에는 ‘펍지 글로벌 챔피언십 2022’도 남아있기 때문에 당분간 PC방 사용량과 점유율이 순항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고 인기 대회인데 효과는 영…
반대로 PC방 점유율 1위 게임인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에서는 ‘배틀그라운드’에서 나타났던 현상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 나타났다.

‘LoL’의 이스포츠 ‘2022 LoL 챔피언스 코리아 서머(이하 LCK 서머)’ 정규시즌은 지난 6월 15일부터 시작해 약 두 달간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8월 28일 결승전을 성황리에 완료했다. 강원도 강릉 아레나에서 진행된 이날 결승전은 1만2,000석의 티켓이 모두 매진되면서 ‘LoL’의 대중적 인기를 다시 한번 실감케 했다.

하지만 올해 LCK 서머는 유독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시즌이었다. 정규시즌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심심찮게 발생한 버그로 인해 재경기를 하거나, 버그 발생으로 심판진에 재경기를 요청했음에도 석연찮은 이유로 경기를 속행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심지어 결승전에서는 네트워크 문제로 방송사고가 발생해 1시간 가까이 방송이 지연되기도 했다. 올해 LCK 서머의 매끄럽지 않은 경기 운영은 ‘LoL’ 팬들에게 불쾌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예상치 못한 LCK 서머의 이슈들로 인해 PC방에서의 ‘LoL’ 성적 역시 드라마틱한 결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정규시즌 시작 전인 6월 8일 ‘LoL’의 사용량은 약 130만 시간을 기록했는데, 정규시즌이 개막한 6월 15일에도 큰 변화가 없었다. 3주차에 접어들면서 PC방 사용량이 크게 증가해 LCK 효과가 나타나는 듯했으나, 5주차 이후부터는 사용량이 급감하고 급증하는 이른바 널뛰기 현상이 나타났다.

해당 기간 동안 ‘LoL’의 PC방 성적이 이처럼 들쑥날쑥했던 것은 LCK의 흥행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인다. 매끄럽지 못한 운영으로 경기를 관람하던 팬들의 관심이 크게 떨어졌고, 결과적으로 PC방의 ‘LoL’ 사용량 저하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큰 논란을 야기했던 LCK 심판진은 한국e스포츠협회(KeSPA) 심판위에 회부돼 심의가 진행됐는데, 심판의 오심은 없었다고 판단하면서도 특정 팀 경기에 배정하지 않는 처분을 내리는 등 징계 절차에서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LCK는 PC방의 여름 성수기 내내 진행된 대회였던 만큼 ‘LoL’의 사용량이 여느 때보다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스포츠 경기 운영이 원활하지 않으면 해당 게임의 사용량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례를 만들며 아쉬움을 남겼다.

PC방에서 진행한 이스포츠, 효과는?
대형 게임사에서 주최한 프로 이스포츠 대회는 해당 게임의 사용량에 영향을 미치며 PC방 점유율에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아마추어들이 출전하는 이스포츠 대회의 경우 실제 경기가 진행되는 PC방에 어떠한 효과가 있을까?

PC방과 이스포츠 경기 개최에 대한 연관성을 살펴보기 위해 최근 PC방에서 경기가 치러진 이스포츠 대회를 살펴봤다. 가장 최근 치러진 아마추어 경기 중 문화체육부가 주최하고 KeSPA가 주관한 ‘제 14회 대통령배 아마추어 e스포츠대회(이하 KeG)’가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약 한 달간 진행됐는데, 예선과 본선 경기장으로 일부 PC방이 이스포츠시설로서 역할을 했다.

KeG는 지난 2007년 시작된 전국단위 정식 아마추어 이스포츠 대회로, 올해는 세종시를 제외한 전국 16개 광역시·도가 참여했다. 정식종목으로 ‘LoL’과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카트라이더’가 진행됐으며, 시범종목에는 ‘이터널 리턴’(일반 부문)과 ‘카트라이더’(장애인 부문)로 경기를 치렀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제외하면 모두 PC방에서 쟁쟁한 점유율을 자랑하는 게임이다.

KeG 경기가 치러진 PC방 관계자는 이스포츠 경기 진행이 PC방 운영에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에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고 답했다. 그는 “매주 혹은 매달 주기적으로 경기가 개최된다면 이스포츠를 진행하는 PC방이라는 입소문이 퍼져 지역에서 제일가는 PC방이라는 홍보 효과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일 년에 한 번, 혹은 뜨문뜨문 열리는 대회는 오히려 단골손님에게 불편함을 끼칠 수 있고, 매장 운영에도 집중하기 어려워  단점이 더 많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KeSPA에 따르면 이번 대회를 치른 PC방은 정식 이스포츠시설로 지정된 PC방도 있지만, 상당수의 PC방이 이스포츠시설로 지정되지 않은 PC방이었다. 이는 실제 대회 진행에 필요한 PC방이 이스포츠시설로 지정된 PC방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으로, 이스포츠 대회를 자주 개최할 수 있다면 보다 많은 PC방을 이스포츠시설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최근 오픈하는 PC방들을 살펴보면 실제 이스포츠 대회를 진행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시설을 갖춘 곳이 많다. 이는 단순히 보여지는 효과뿐만 아니라 단골손님들 간의 대회 등 자체 게임대회를 수시로 진행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최근에는 다양한 게임대회 플랫폼이 서비스되고 있고 심지어 게임사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대진표 시스템도 있어 즉흥적인 게임대회 개최는 물론, 지역 최강자를 가리는 중·장기적인 게임대회 기획도 충분히 시도해볼 만하다.

PC방 업계 양대 단체에서도 PC방 활성화를 위해 게임대회 개최를 적극 검토하고 있어 업주들이 주도적으로 나서 지역단위, 나아가 전국단위의 게임대회를 주기적으로 개최할 수 있다면 PC방 업계의 위상은 물론 매장의 경쟁력 제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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