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7월호(통권 380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가 발생하자 정부에서 처음으로 내놓은 방역정책은 자영업·소상공인들의 삶의 터전에 대한 집합금지와 영업제한이었다. 이에 대부분의 자영업 종사자들은 가게 문을 닫거나 영업시간을 단축해야만 했다. PC방 역시 문을 열었다 닫는 것을 반복했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자영업·소상공인이 짊어져야 했다. 여기에 금세 끝날 것 같던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전국 자영업·소상공인들이 들불처럼 일어났다.

자영업·소상공인들은 정부와 국회를 돌며 방역규제 완화를 요구하면서 1인 차량 시위, 합동분향소 설치, 천막농성 등 투쟁을 이어갔다. 이에 정부는 자영업·소상공인을 달래기 위해 소상공인 재난지원금 지급, 손실보상, 단계적 일상회복 조치를 고민했고, 정부 차원에서 각계각층의 유력인사들을 초청해 설립한 일상회복지원위원회에 자영업자 대표로 PC카페조합 김기홍 이사장을 민간위원으로 위촉했다.

그동안 전국의 자영업·소상공인 대부분은 PC방 업계 만큼이나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하나로 규합되지 못했지만, 코로나19라는 공통 현안에서만큼은 합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최근의 PC방 업계는 모처럼 단합되었던 소상공인들의 연대 분위기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영업제한 해제로 24시간 영업이 재개된 후 PC방 업계의 고질적인 과열경쟁이 보란 듯이 다시 살아난 것이다. 곳곳에서 요금인하 경쟁이 발생하는가 하면, 심지어 경쟁 PC방의 네트워크를 마비시켜 영업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게 하는 디도스 공격까지 횡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같은 행위들이 과연 당사자들에게 득이 될까. 현재 PC방 업계가 처한 대외 요인들의 불안정함은 아니라는 답을 내놓고 있다. 당장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았다. 매일 1만 명 전후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고, 위중증환자 수도 100여 명을 오르내린다. 사망자 감소세도 주춤하다. 새 정부는 두 번 다시 영업제한은 없을 것이라 못 박았지만, 과학방역이라며 밀집도를 제한하는 새로운 형태의 규제 카드를 예고했다. 영업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출입자 수를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적잖이 의존했던 채굴도 사실상 끝났다. 이더리움 가격은 최고점 대비 4분의 1토막이 났고, 여름철 냉방과 전기요금을 고려하면 채산성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위기다. 만약 코로나19가 예상치를 벗어나 다시금 대유행으로 번진다면 떨어지는 매출을 보전할 방법이 없어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운영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불러온 고유가 현상은 전기요금 인상을 비롯해 급격한 물가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고, 최저임금까지 크게 올랐다. 운영비와 인건비가 끝을 모르고 뛰어오르고 있는데, 경쟁 PC방에 신경 쓸 겨를이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이외에도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널렸다. PC텔은 이제 단순히 모텔 업계에서만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 펜션, 리조트, 게스트하우스, 파티룸까지 확산됐다. 정부의 관리부담이 늘어나고 단속에 저항하며 합법화 목소리가 등장하기 전에 처벌 사례를 늘려 업계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 지피방 역시도 입법이 필요한 사안이다. 형사처벌 기준을 마련해 제도적으로 근절하지 않으면 PC방의 경쟁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될 수밖에 없다.

PC방 업계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현안들도 많다. 당장 손실보상 소급적용은 국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다양한 소상공인 피해 지원책들은 상위 단체인 소상공인연합회를 통해 정부와 논의해야 한다. 새 정부 들어 일상회복지원위원회를 해산했기 때문에 PC카페조합 김기홍 이사장이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의견을 전달하는 창구도 축소됐다. 또한 게임시장 활성화를 위한 이스포츠 대회, 오프라인 PC방 게임대회 지원, 온라인게임 PC방 프리미엄 혜택 강화, PC방 전용 이벤트 지원 등도 타 단체나 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사안들이다.

이 같은 현안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든 PC방 업주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나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는 PC방 업주들의 상당수는 바로 옆 경쟁 PC방에 더 집중하고 있으며, 공멸을 자초하는 디도스 공격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안타까운 국면에 놓인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갈 길이 멀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이웃 PC방과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도 협·단체에 힘을 실어주고, 공통 현안에는 협력과 연대로 함께 대응해야 업계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현재 PC방 업계에는 그 어느 때보다 현안 해결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PC카페조합의 초대 이사장은 국회에 진출해 있으며, PC카페조합 김기홍 이사장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전국 자영업·소상공인을 대표해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대외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 여기에 더해 인문협 9기 집행부는 40대 중심으로 재편됐고, 신임 김종우 중앙회장은 PC카페조합과의 협력과 연대를 강조하며 화합 무드를 조성하는데 적극적이다.

이제 협·단체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면 당장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많은 현안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게 됐다. 실제로 모든 PC방 업주들이 의기투합한다면 정부, 국회, 기업을 움직이게 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PC방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제도적으로 걷어 낸다면 인건비 지원, 공공지원금 사용처 합류, 다양한 규제 완화를 통해 업종 자체의 위상을 끌어올릴 수 있다. 이를 위해 가장 우선해야 하는 것이 ‘동업자 정신’ 발휘다. 불필요한 출혈경쟁, 끝이 분명한 디도스 공격은 이제 그만 멈추고, 업종의 공통 현안 해결을 위해 협력과 연대를 도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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