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 TSMC가 반도체 가격 인상을 통보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당장 다음 분기인 2021년 10월부터 7nm를 비롯해 대부분 공정의 반도체 가격을 최대 20% 인상한다는 소식에 TSMC의 주가도 2% 이상 상승하며 요동치고 있다.

중국 경제일보, 대만 자유시보 등 외신들은 TSMC가 2021년 4분기부터는 웨이퍼 가격을 최소 10% 인상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자유시보는 7nm, 12nm, 28nm, 40nm 등의 공정으로 생산된 웨이퍼 가격은 이미 20% 상승분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세부 제조공정에 따른 가격 인상률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앞서 UMC 등 다른 파운드리 기업들은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에 올해 초부터 가격을 10% 이상 인상한 바 있지만, 당시 TSMC는 가격 인상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지난 7월 TSMC CEO C.C.웨이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가격 전략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에 대해 “회사의 가격 정책은 전략적이고, 기회주의적인 접근 방식은 취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반도체 공급망의 불균형에 더해 장기적으로 수요가 증가하며, 2022년까지도 공급 부족 현상에 시달릴 것이란 업계의 관측이 TSMC의 이번 가격 인상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TSMC가 미국, 일본 등에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약 110조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하면서, 공장이 가동되기 전까지 발생할 수 있는 수익성 악화도 염두에 둔 것으로 예상된다.

TSMC는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에 대해 코로나19 사태가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됐고, 더 많은 분야에서 반도체를 더 많이 필요로 하게 된 것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TSMC의 가격 인상은 PC 하드웨어 제조사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AMD, 엔비디아 등 그래픽카드 제조사들이 TSMC의 반도체를 사용하고 있어 권장소비자가격(이하 MSRP)의 상승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채굴업자들이 그래픽카드를 독점하다시피 매입하며, 그래픽카드의 시장 가격은 MSRP의 2배 이상으로 치솟은 상태다.

현재 생산 중인 엔비디아 RTX3000 시리즈, AMD RX6000 시리즈에 더해 제조공정이 한 층 더 미세화되는 양사의 차세대 그래픽카드 역시 가격 인상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PC방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그래픽카드 가격은 한동안 내려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을 비롯한 팹리스 기업은 1억 단위의 대량 주문으로 단가를 맞출 수 있고, 삼성전자에서 TSMC로 생산을 옮겼던 엔비디아는 인상 가격에 따라 RTX3000 시리즈의 생산을 다시 삼성전자로 갈아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TSMC의 가격 인상까지 악재가 겹치며 그래픽카드의 가격 안정화는 한 걸음 더 멀어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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