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아마추어 이스포츠 주도해 나가야

코로나 사태로 크게 위축됐던 이스포츠는 올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재도약을 위해 분주한 나날을 보냈다.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 채택과 2개의 금메달은 이런 분위기를 더욱 북돋워 주기도 했는데, 이스포츠의 요람이라 할 수 있는 PC방 업계는 정작 이런 분위기에 편승하지 못했다.

지난 한 해 동안 PC방에서는 다양한 이스포츠 대회들이 치러졌다. 이런 대회들 중에는 독특한 시도와 참신한 기획 그리고 발전된 모습으로 ‘PC방 이스포츠의’ 가능성을 보여준 대회들도 있었지만, PC방은 게임사나 이스포츠 단체가 주관하는 대회에 공간만 제공하는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에 2023년에 PC방에서 열린 주요 이스포츠 대회의 면모를 살펴보며, 앞으로 PC방 업계가 풀뿌리 이스포츠, 아마추어 이스포츠를 주도해나가는데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살펴봤다.

대한민국 풀뿌리 이스포츠의 원조? ‘이스포츠 동호인 대회’
2023년 PC방에서 진행된 이스포츠 대회 중 가장 규모가 크면서도 ‘PC방 이스포츠’라는 취지에 가장 부합하는 대회는 이스포츠협회가 주관하는 ‘이스포츠 동호인 대회’다.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뉘어 연 2회로 치러지는 ‘이스포츠 동호인 대회’는 규모면에서 여타 PC방 대회들이 범접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2023 이스포츠 동호인 대회’는 이스포츠협회가 공인 이스포츠 시설로 지정한 전국 93개 PC방에서 정식 종목(FC 온라인,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이터널 리턴)과 자유 종목(리그오브레전드, 발로란트, 배틀그라운드, 스타크래프트2, 오디션, 하스스톤)에 총 819명이 참가해 자웅을 겨뤘다.

또한, 올해부터는 ‘시즌’과 ‘플레이오프’로 대회를 개편(전반기 시즌 4~6월, 전반기 플레이오프 7월, 후반기 시즌 8~10월, 후반기 플레이오프 11월)해 봄부터 가을까지 꾸준히 대회를 이어갔다. 아울러 대회가 진행되는 PC방에는 정식으로 심판을 파견하고, 각종 홍보물을 지원하고, 참가 선수들에게는 상금과 기념품, 쿠폰 등 다양한 부상을 제공하며 제법 그럴듯한 모양새를 갖춰가고 있다.

다만 대회 운영 전반에서 PC방 입장의 반영되지 않고, 업주들은 대회를 소화해내는데 급급하다는 지적은 올해도 유효했다. 또한, 올해부터는 정식 종목이 개인전 위주로 바뀌며 대회 진행 자체는 수월해졌지만,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참가자가 감소하는 문제를 드러냈다. PC방 지원 및 홍보 예산 확대 등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PC방 역할에 가능성을 타진한 ‘스타크래프트 PC방 토너먼트’
‘스타크래프트 PC방 토너먼트’는 대한민국 이스포츠의 요람이자 게임 문화 공간인 PC방을 배경으로 하는 총상금 약 1,830만 원 규모의 대회로, 지난 11월 18일부터 12월 2일까지 진행됐다. 눈에 띄는 부분은 PC방이라는 인프라를 이용하기만 했던 기존의 PC방 대회들과 달랐다는 점이다.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라는 굵직한 타이틀에 기대도 충분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대회에 참가할 PC방과 선수 모집에만 한 달이라는 기간을 투입했고, 이들에게 제공할 여러 혜택을 마련했다. 대회의 한 축을 맡아야 할 PC방이 적극적인 자세로 동참하지 않으면 대회의 성공은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우선 홍보 채널을 통해 참가 PC방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등 PC방 업주들의 동기부여에 초점을 맞췄다. 또한, 선수가 등록된 모든 파트너 PC방에 블리자드 게임 이용 100 시간을 무료로 제공하고, 선수 성적 포인트에 따라 소속 PC방에도 도합 400만 원의 상금을 지급했다.

IGR 포인트제도 역시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IGR 포인트는 대회 참가를 신청한 선수당 1PT, 16강 진출 5PT, 8강 진출 10 PT, 본선(4강) 진출 15PT, 우승 30PT로 책정된다. PC방 업주에게는 IGR 포인트 1등 200만 원, 2위 100만 원, 3·4위는 50만 원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PC방 업주들은 모집한 팀의 수에 비례해 관련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앞서 언급한 동기부여와 연결되는 요인이다.

일회성으로 끝나긴 아쉬워 ‘카카오배그 PC방 사장님 대회’
지난 5월 열린 ‘카카오 배틀그라운드 PC방 사장님 대회’는 여러 측면에서 PC방 업주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대회였다. 본격적인 PC방 이스포츠라고 하기에는 그 규모와 형식에 차이가 있지만, PC방 업주들이 직접 참가자가 되어 게임 대회의 매력을 생생하게 느껴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했다.

대회를 주관한 한국인터넷PC카페협동조합은 기존의 PC방 이스포츠 대회들이 드러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PC방이 주도하는 이스포츠를 모색해야 한다는 목표로 이 대회를 기획했다. PC방 업주들이 직접 참가자의 입장을 체험하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비전을 갖춘 PC방 이스포츠 대회를 구상하겠다는 전략도 세웠다.

한국인터넷PC카페협동조합 관계자는 “우리 PC방 업계는 게임산업과 이스포츠산업의 중심에 있는 업종이다. 이스포츠라는 단어가 보다 친숙해지는 인식전환의 과정에서 이번 PC방 사장님 대회 경험은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PC방 이스포츠, 이제 본격화해야 할 때
이 외에도 아이러브PC방이 타이틀 스폰서로 참여한 ‘아이러브PC방 TFT PC방 토너먼트’를 비롯해 각 게임사에서 진행한 스팟성 게임대회, 개별 또는 몇몇 PC방이 연합해 개최하는 게임대회, 학교나 회사 또는 동호회 등에서 주최하는 게임대회 유치 등 다양한 형태의 게임대회들이 PC방에서 열렸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PC방 업계가 주도하는, PC방 산업에 이미 조성되어 있는 거대한 인프라를 제대로 활용하는 이스포츠는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한 상태다. 이제 그동안 차곡차곡 쌓아온 PC방 게임대회의 발자취를 더듬어 성공과 실패 사례를 취합하고, 잠재된 PC방 업주들의 역량을 총동원해 아마추어 이스포츠를 주도해 나가야 한다. 지금이 바로 적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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