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11월호(통권 396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모르긴 몰라도 ‘중요한 것은 개성’이란 말은 19세기에도 있었을 법하다. 다른 모든 것이 평범하고 별다를 게 없다 해도, 자신만의 독창성을 내세울 수 있는 포인트가 하나라도 있다면 그것만으로 전체가 특별해질 수 있다. 물론 어떤 일이든 본질을 잃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독특한 것만을 추구하다 원래의 목적을 잃게 되면 ‘특별함’이 아니라 ‘괴랄함’이 되니 주의해야 한다.

PC방의 경우 인테리어로 실내 공간의 독창성을 뽐낼 수 있다. 20년 전 시장 초창기에는 인터넷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매력적이었지만, 지금은 높은 PC 사양은 기본이며 맛있는 음식과 음료, 트렌디한 인테리어 등 여러 요소들이 조합돼야 ‘소문난 PC방’이 될 수 있다. PC방의 본질은 게임인데, 그렇다면 키보드, 마우스, 헤드셋 등 게이밍 기어로는 그 PC방 만의 개성을 뽐낼 수 없을까?

누가 뭐라 해도 전통의 정답은 ‘높은 숫자’
사실 가장 쉬우면서도 어려운 것이 높은 숫자를 유지하는 일이다. 새로 출시된 CPU와 그래픽카드를 구비하고 메모리 용량을 늘리는 등 가장 직관적으로 성능을 가늠할 수 있는 숫자에 집중하는 것이다. 다만 PC방 운영에 필요한 경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투자비용 대비 효과가 수학처럼 반듯하게 도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장 망설여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PC방 시스템의 비중은 CPU보다 그래픽카드가 더 크다. 대부분의 온라인게임들이 6쓰레드 이상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직 2019년에 출시된 인텔 i5-9400F(6코어 6쓰레드)를 사용하고 있는 PC방이 적지 않다. 12세대부터는 P코어와 E코어가 구분되면서 종합 성능 향상이 기대됐으나, 윈도우11의 스레드 디렉터 기능이 검증되지 않았고 윈도우11 자체도 PC방에는 적절치 않다.

i9이라면 확실히 시선을 끌 순 있지만, 비싸다
i9이라면 확실히 시선을 끌 순 있지만, 비싸다

G102는 그렇다 치고, 다른 ‘게이밍 기어’는?
PC 성능을 좌우하는 주요 부품만으로는 차별화를 꾀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그보다 비용은 적게 들면서 눈에 보이는 효과는 좀 더 큰 곳으로 눈을 돌려보자. 현재 PC방의 마우스는 로지텍 G102가 필수를 넘어 기본으로 자리를 잡았고, 키보드 역시 광축 제품이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오히려 10여 년 전의 PC방이 게이밍 기어에 대한 자유도는 더 높았던 듯하다.

풀사이즈, 텐키리스, 미니 등 폼팩터는 차치하고, 키보드는 브랜드와 스위치의 종류, 마우스는 브랜드와 유·무선 여부 등으로 다양화를 꾀할 수 있다. 전 좌석에 고가의 제품을 배치하기는 부담스러우니 PC방의 인기 게임 커뮤니티를 조사해 특정 게임과 궁합이 잘 맞는 키보드·마우스 등을 세팅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키보드의 경우 의외의 특별함을 추구한다면 투명하거나 도자기 소재의 키캡, 특이한 형태의 스위치 등을 조합한 제품으로 독특한 타건감을 제공할 수 있다.

오랜 논쟁이 되고 있는 무선 마우스 역시 일부 PC방에서 시범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유선과 무선으로 구분한다면 무선 제품은 도입 초기부터 값비싼 모델보다는 저렴하면서 게임 플레이에 적합한 중저가형 제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아직 무선 제품의 도난에 대해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것은 문제다. 대형 마트나 서점에서 이용하는 자성을 이용한 시스템을 떠올릴 수 있는데, 이 시스템은 제품마다 부착되는 태그에 주기적으로 자성을 띠게 해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마우스에 도입하기는 어렵다. 향후 획기적인 도난 방지 시스템이 마련된다면 PC방에 마우스는 물론 키보드와 헤드셋까지 무선 제품 도입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도자기 키캡은 써보고 싶은 제품 중 하나다
도자기 키캡은 써보고 싶은 제품 중 하나다

크기, 주사율, 해상도… ‘모니터’로는 안 될까
‘거의 모든’ PC방의 모니터 해상도는 1920×1080 FHD다. 주사율은 240Hz도 흔하게 볼 수 있을 만큼 높아졌는데, 해상도만큼은 일반 가정 PC에도 비중이 높아진 QHD 해상도를 PC방에서 보기가 어렵다. 그래픽카드의 성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만큼, 단지 1.7배의 향상일 뿐인데도 요구 성능이 매우 높은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모든 게임을 QHD 해상도로 구동한다고 해서 RTX4080 수준의 고성능 그래픽카드가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RTX3070 그래픽카드로도 ‘배틀그라운드’를 QHD 해상도로 즐기는 데 큰 무리는 없다. 물론 평균 프레임레이트가 다소 떨어지긴 하지만, 성능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게임에 대해선 높은 해상도가 의외의 마케팅 포인트가 될 수 있다.

QHD도 아직 멀었는데 4K의 대중화는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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