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8월호(통권 393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4년 1월 1일부터 최저임금이 시급 9,860원으로 적용될 전망이다. 고용노동부장관이 재심의를 요청할 생각이 없다고 천명하고, 이달 5일 고시만 남았으니 올해보다 2.5% 오르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지난 수년 동안 최저임금은 가파르게 상승했지만, 결코 변하지 않은 부분도 있다. 바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 자영업·소상공인의 의견을 상세히 전달할 파이프라인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결국 PC방 업주를 비롯해 다양한 업종의 자영업·소상공인들은 올해도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벙어리 신세를 면치 못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달 19일 밤샘 회의 끝에 장장 110일에 걸친 심의를 마치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의결했다. 사용자위원 측의 9,860원과 근로자위원 측의 1만 원 사이에서 공익위원들이 사용자 측에 몰표를 던진 결과였다.

9,860원이라는 결과를 두고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 반발하고 있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근로자위원들은 즉각 “소득 불평등이 더욱 가속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유감을 표했고, 사용자위원들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회의장을 떠나버렸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올해도 최저임금 1만 원에 도달하지 못했다. 최저임금 인상률에 분노하고 규탄한다”고 밝혔고,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어 실질임금 삭감이나 마찬가지”라고 성명을 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기업들이 내수 침체에 따른 판매 부진과 재고 누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가중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성명서를 통해 이번 결과는 최선이 아니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노사 양측 모두의 관심은 인상률보다 다른 곳에 가 있는 인상도 있다. 양대 노총은 공익위원의 자격 문제, 노동자위원에 대한 강제 해촉과 재위촉 거부 등을 집중적으로 거론하면서 정부가 최저임금위원회의 의사결정에 개입해 공정성과 중립성을 훼손했다고 질타하고 있다.

경총은 성명을 내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했고, 고율로 인상될 경우 초래될 각종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최저임금 인상을 막을 수 없다면 등폭이라도 최소화하는 것이 차선이라는 입장이다.

PC방 업주를 비롯한 자영업·소상공인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최저임금 결정에 목소리를 낼 진영은 노사 양측 모두가 아니었던 셈이다. 심의가 끝나자 최저임금 결정 과정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 역시 올해도 되풀이됐다.

PC방 업계 출신의 최승재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동결 아닌 인상된 것에 아쉬움을 표하는 한편, 결정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용자위원과 근로자위원 모두 서로의 주장만 내세우다 기한을 넘겨서야 공익위원의 절충으로 결정되는 행태, 교수와 연구원들로 구성된 위원들은 현장과 동떨어진 결정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지적한 것이다.

최 의원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10원, 20원에 벌벌 떨면서 그 무게를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을 때, 이 무게를 체감할 수 없는 위원들이 중요한 결정을 하는 상황은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21대 국회 전반기에 발의되기도 했지만,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돌이켜 보면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자영업·소상공인의 목소리가 배제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다. 주휴수당과 4대 보험 등을 고려하면 PC방 업주가 체감하는 인건비는 시간당 1만3,000원이다. 이처럼 과도한 인건비로 이미 어깨가 무거운데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 새로운 항목들이 생겨나는 운영 비용 등을 감안하면 내년도 최저임금 9,860원은 PC방 업주에게 뼈아프게 다가온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자영업·소상공인의 의견이 묵살된 채 기계적인 최저임금 인상을 거듭하면 폐업 도미노 현상이 나타나 총체적 비극이 벌어질 수 있으며, 고용이 없는 자영업자만 증가할 뿐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실제로 최근 6년 동안 최저임금이 50% 가까이 증가하는 동안 고용 없는 1인 자영업자가 28만 명 늘어났다.

그동안 자영업·소상공인은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벙어리 신세였지만 이제는 매장에서 외톨이 신세도 겸하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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