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8월호(통권 393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3년 현재 대한민국 PC방의 평균 PC 대수가 100대를 넘어섰다. 다시 말해 PC 100대가 우리나라 PC방의 평균인 것이다. ‘100’이라는 숫자가 내뿜는 위압감을 기념해 PC방 PC 대수 변화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봤다.

규격 외 괴물의 이름이었던 ‘백대’
PC 대수로 말하는 PC방의 규모는 언제나 증가하는 추세였기 때문에 평균 PC 100대는 누구나 쉽게 예측할 수 있는 결과였다. 하지만 PC 100대 규모의 PC방이 2000년대 시작과 함께 처음으로 업계에 데뷔했을 때만 해도 놀라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당시에는 이 정도가 대형도 아닌 초대형 매장이었다.

미디어웹이 제공하는 PC방 전문 리서치 게임트릭스도 이 시절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게임트릭스가 분류하는 PC방 매장 규모 분류 방식에서도 당시의 시각을 엿볼 수 있다. PC 대수 30~39는 초소형, 40~49와 50~59는 소형, 60~69와 70~79는 중형, 80~89와 90~99는 대형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리고 100부터는 취급이 달라진다. 게임트릭스는 여기서부터는 10대 단위로 세분화하지 않고 그저 ‘100대 이상’이라고 표기한다. 당시에는 100대가 초대형 매장의 기준이었다. 매장 한 곳의 PC가 100대를 넘어가면 규격 외의 희귀 케이스라 굳이 세밀하게 나눌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과거 PC방이 급속도로 늘어나던 시기에는 “근처에 100대짜리 매장이 개업했다”라며 긴장감을 드러내는 PC방 업주들의 게시물도 흔하게 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이런 게시물은 찾을 수 없다. 근처에 신규 매장이 생겨서 걱정하는 PC방 업주가 이미 100대 매장이다.

지난 5월까지만 해도 전국 PC방의 평균 PC 대수는 99.7대였는데, 6월에 드디어 100.05대로 올라섰다. 평균 100대 시대의 개막이었다. 전국적으로 PC방 수가 빠르게 줄어드는 상황에서 나온 100이라는 결과는 100대 이하 규모의 매장이 더 빠르게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사라진 내막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100대 이하 매장들 위주로 폐업한 경우와 동시에, 확장 공사나 이전을 통해 스스로 덩치를 키운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코로나19, 의외로 소형 학살자 아니다
코로나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2020년부터 2022년까지 PC방 업주들 사이에서는 역병이 덩치 작은 매장에 치명적으로 작용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실제로 중소형 매장들이 부지기수로 폐업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코로나는 비단 소형 PC방에만 치명적인 것은 아님이 통계로 확인됐다. 지난 10년간 전국 PC방의 평균 PC 대수는 매년 1~2대씩 늘어나는 양상을 띠었으며, 코로나 기간(2020년부터 2022년까지)에 특별히 두드러지는 등폭이 나타나지는 않았다.

등폭은 오히려 3대에 육박하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의 기간이 눈에 띈다. 이 시기는 ‘오버워치’와 ‘배틀그라운드’의 영향으로 PC방의 고급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넓고 쾌적한 매장 환경 구축이 유행하던 시기다. 또한, 고급화의 일환으로 PC방이 취급하는 먹거리 상품의 수준이 완전히 달라졌던 시기이기도 하다.

이런 먹거리 유행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수준 높은 주방 환경을 갖춰야 했고, 레스토랑급 주방을 구현할 수 없던 매장은 매출감소라는 준엄한 심판을 피할 길이 없었다. 전통적인 PC방 주방에서 레스토랑 주방을 갖추는 최우선 과제는 결국 공간을 확보할 수 있냐는 문제로 귀결된다.

등폭이 3대에 달하는 시기는 또 있다. 일명 ‘금연법’ 문제로 PC방 업계가 몸살을 앓았던 2013년부터 2015년까지다. 이 전까지만 해도 MMORPG들이 PC방에서 인기 게임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었다. 또한, MMORPG를 즐기는 손님들은 성인/미성년자, 장타/뜨내기, 야간/주간, 흡연/비흡연 등 다양한 측면에서 최근 PC방 이용자들과 전혀 다른 계층이다.

금연법은 PC방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게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MMORPG 성인 손님의 급감, 한번 자리에 앉으면 일어설 줄 몰랐던 장타 손님의 뜨내기화, 흡연과 게임을 동시에 즐기는 손님의 멸종으로 이어졌다. 특히 흡연실을 매장에 설치할 공간적 여력이 없었던 중소형 매장에는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

규모가 게임이라면 초대형은 리그오브레전드
초소형(30~39대), 소형(40~49대, 50~59대), 중형(60~69대, 70~79대), 대형(80~89대, 90~99대), 초대형(100대 이상)을 게임으로 친다면 PC방 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율 변화가 일종의 인기 순위처럼 보이기도 한다.

초소형 매장은 예나 지금이나 점유율 1%대로 비주류고, 초대형 매장은 7월 기준 점유율이 약 43%에 달한다. PC방 인기게임 순위에서 위세가 최고조에 달했던 ‘리그오브레전드(이하 롤)’를 연상시킨다. PC방 손님 10명 중 4명이 ‘롤’손님이었던 것처럼, PC방 업주 10명 중 4명이 초대형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그 다음은 대형 매장, 중형 매장, 소형 매장 순서로 뒤를 잇는다. 평균 PC 대수와 정확히 일치한다. ‘90~99대 매장’이 13.89%, ‘80~89대 매장’이 13.56%, ‘70~79대 매장’이 13.23%, ‘60~69대 매장’이 8.88%, ‘50~59대 매장’이 6.01%, ‘40~49대 매장’이 2.38%다.

매장 규모별 점유율 격차까지도 일견 PC방 게임순위를 떠오르게 한다. 절대강자 하나가 4할을 차지하고, 2인자가 1할을 넘기고, 그리고 나머지가 미세한 차이로 순위를 정렬하는 모습은 영락없이 ‘롤’과 ‘피파온라인4’ 그리고 TOP10 게임의 모습이다.

‘롤’ 등장 이전의 과거 PC방 게임순위가 그랬던 것처럼 매장 규모별 점유율 순위도 예전에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오히려 2013년 8월까지만 해도 정반대였다. 소형인 ‘50~59대 매장’이 21.01%로 1위, ‘60~69대 매장’이 19.92%로 2위, ‘70~79대 매장’이 15.38%로 3위였고, ‘100대 이상 매장’은 15.02%로 4위에 불과했다.

이후 시간이 흘러 2014년 9월에는 ‘50~59대 매장’과 ‘60~69대 매장’ 그리고 ‘100대 이상 매장’의 점유율이 1:1:1의 비율로 PC방 업계를 3등분했다. ‘100대 이상 매장’의 점유율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이후 2019년에 7월에 이르자 ‘100대 이상 매장’은 30.13%까지 늘어난 반면, 중형인 ‘60~69대 매장’과 ‘70~79대 매장’은 각각 15.27%와 15.86%에 그쳤다. PC방 매출 절반이 먹거리 판매로 발생하는 실정인데, 고사양 주방을 갖출 수 없는 중형 매장은 초대형 PC방의 요금·물량 공세를 버티지 못한 까닭이다. 이런 추세는 멈추지 않고 현재까지 계속돼 초대형 매장이 전체의 40%를 차지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앞으로는 어떤 흐름으로 이어질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저작권자 © 아이러브PC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