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11월호(통권 384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최근 ‘망 사용료’와 관련한 분쟁이 정치·사회를 막론하고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넷플릭스로 촉발된 분쟁이 유튜브로 이어지면서 치열한 논쟁이 전개되는 가운데, 관련 입법을 위해 국회에서도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다.

PC방 역시 인터넷이 없다면 영업이 불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에 망 사용료와 관련한 분쟁에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더욱이 국내 통신사가 게임사들에도 과도한 트래픽을 이유로 망 사용료 조정을 요구한 바 있기 때문에 중요성은 더욱 높아 보인다. 이에 망 사용료와 관련한 일련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봤다. 

‘망 사용료’는 대체 무엇인가?
일반적인 소비자가 PC와 모바일 등으로 인터넷을 이용할 경우 일종의 정액제 개념의 고정된 요금을 통신사에 납부하게 된다. PC방 역시 인터넷전용선 이용 대가로 회선 속도에 따라 매월 고정된 요금을 납부하고 있다. 인터넷 접속료인 셈이다.

망 사용료는 이러한 고정 요금에 더해 콘텐츠 제공사(넷플릭스·구글 등)가 발생시키는 트래픽 정도에 따라 추가 요금을 지불한다는 개념으로 이해하면 쉽다.

망 사용료에 대한 분쟁을 살펴보기 전에 이런 이슈가 발생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우선 따져볼 필요가 있다. 소비자가 인터넷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통신사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데, 이를 통해 소비자는 통신사와 약정한 대역폭 내에서 자유롭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문제는 소비자 100명과 약정했다고 해서 통신사가 100명분의 회선을 준비하지 않는 데에서 발생한다. 인터넷 사용이 몰릴 경우 약정했던 통신 속도보다 더딘 경험을 겪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물론 통신사는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이를 무조건 탓할 수는 없다. 원활한 인터넷 이용을 보장하면서 장애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나름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는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볼 수도 있다. 다만 이러한 기준이 소비자와 통신사 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통신사와 통신사 간의 계약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에서 망 사용료 분쟁이 발생하게 된다.

통신사들 간에 계약이 이뤄졌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국내는 물론 해외 사이트에도 접속할 수 있다. 국내 소비자가 해외 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을 예로 들면 ‘국내 소비자-국내 통신사-해외 통신사-해외 사이트’ 형식으로 인터넷 서비스가 진행되는 것이다. 이 경우 해외 사이트에 접속하는 국내 소비자에 의해 트래픽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한 트래픽 처리 비용을 해외 통신사가 국내 통신사에 요구할 것이다.

이러한 트래픽 처리 비용에 있어 국내 통신사는 트래픽을 과도하게 유발하는 구글(유튜브)과 넷플리스 등 콘텐츠 제공 업체들에도 일종의 부담료를 요구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망 사용료’로 불리는 것이다.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
최근 수년간 넷플릭스와 유튜브가 크게 성장하면서 이를 이용하려는 국내 이용자들로 인해 국내 통신사는 큰 부담을 짊어질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이에 한국 시장의 원활한 진출을 위해 넷플릭스와 구글은 해외 통신사를 경유하지 않고 국내 통신사 선에서 트래픽을 처리할 수 있도록 ‘캐시서버’를 국내에 마련하게 된다. 앞서 언급한 트래픽 처리 비용을 국내 통신사끼리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넷플릭스와 구글처럼 글로벌 규모의 기업일 경우 특정 국가의 캐시서버 운영에 큰 무리가 없겠지만, 모든 해외 기업이 이들처럼 한국에 캐시서버를 반드시 마련한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더욱이 국내 통신사들은 네이버, 다음 등 국내 콘텐츠 제공 기업들에게 이미 망 사용료를 받고 있어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다는 명분으로 해외 기업에게 망 사용료 지불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캐시서버를 마련한 해외 콘텐츠 기업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국내 통신사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더 나은 서비스 환경을 제공할 목적으로 추가 비용을 감수하며 캐시서버를 마련했는데, 돌아오는 것은 더 많은 돈을 요구하는 통신사의 모습으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일례로 글로벌 SNS 페이스북의 경우 KT 데이터센터에 캐시서버를 두고 데이터센터 이용료 명목으로 사실상의 망 사용료를 지불해 왔다. 이후 2015년 당시 미래창조과학부가 ‘상호접속’에 관한 고시를 개정하면서 KT에 트래픽 처리 비용부담이 늘어났고, KT는 페이스북에 추가 비용을 요구하기에 이른다. 페이스북은 트래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SK와 LGU+의 접속 경로를 국내 캐시서버가 아닌 홍콩으로 바꿔버리면서 SK와 LGU+ 고객들은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망 사용료를 둘러싼 일련의 분쟁으로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은 결국 소비자일 수밖에 없다. 소비자들은 인터넷을 이용하기 위해 통신사를 반드시 거쳐야 하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고, 통신사와 콘텐츠 제공 기업 간 갈등으로 인해 서비스 품질이 떨어져도 그 피해를 고스란히 감수해야 할 입장이기 때문이다.

PC방과도 무관하지 않다
지난 2020년 5월 락스타게임즈의 글로벌 히트작 ‘GTA5’가 에픽게임즈 스토어를 통해 무료로 배포됐다. 당시 에픽게임즈는 자사의 유통 플랫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유명 게임들의 기간 무료 배포를 주기적으로 실시했으며, ‘GTA5’ 무료 배포는 국내 게이머들을 열광시키는 최대 이슈였다. 실제 이 기간 전국 PC방의 ‘GTA5’ 점유율도 크게 오른 바 있다.

‘GTA5’로 촉발된 에픽게임즈 스토어의 트래픽 쏠림 현상은 국내 통신사들에게 빌미를 제공하게 됐다. 스팀과 에픽게임즈 스토어 등 온라인 유통 플랫폼은 특성상 고용량의 게임을 개인 PC로 다운로드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으며, 이 과정에서 엄청난 트래픽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더욱이 에픽게임즈 스토어가 주기적으로 무료 배포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밝힌 상황이었기 때문에 국내 통신사 입장에서는 향후 트래픽 처리 비용 증가가 확실했다.

결국 국내 통신사들은 에픽게임즈를 상대로 망 부담 과부하 비용 분담을 요구했지만, 당시 에픽게임즈의 글로벌 통신 서비스를 맡았던 아카마이가 망 중립성을 명분으로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일단락됐다. 다만 현재 국내 통신사들이 주장하고 있는 망 사용료 분쟁에서 넷플릭스와 구글 등에게 망 사용료를 받아내는데 성과를 거둔다면 이 문제가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이유로 게임 콘텐츠가 주요 사업 영역인 PC방은 망 사용료 분쟁이 강 건너 불구경할 일이 아닌 것이다. PC방에서 특정 게임의 트래픽이 과도하게 증가할 경우 게임사 입장에서는 게임 흥행을 자축해야 할지 망 사용료 추가 부담을 걱정해야 할지 딜레마에 빠질 우려가 있다.

특히 에픽게임즈 스토어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PC방에서 크게 인기가 없었던 게임이 무료 배포되면서 갑작스레 사용량이 급증하는 기분 좋은 현상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통신사가 게임 유통 플랫폼에 트래픽 처리 비용 분담을 합법적으로 요구할 수 있게 되면 더 이상 무료 배포 이벤트는 불가능해지고, 유료로 구매해야 하는 게임을 유저들이 굳이 PC방까지 찾아와서 플레이할 이유도 없어지기 때문이다.

PC방에서 흥행하는 신작 게임 출현이 드문 요즘, 무료 배포라는 작은 가능성은 상당히 아쉬울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6월 에픽게임즈가 무료 배포한 파티 게임 ‘폴가이즈’는 무료화 전환 이전 100위 수준에서 3주 만에 PC방 점유율 20위권을 돌파하기도 했다. ‘폴가이즈’는 업주들이 게임사에 별도의 이용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게임으로, 현재까지도 PC방 점유율 중위권을 유지하며 선전 중이다.

한편, 최근 국회에서는 망 사용료 문제를 놓고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논의가 심도 있게 진행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과의 형평성’을 명분으로 내세운 통신사의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가운데, 게임업계와 인연이 깊은 이상헌 의원이 반대 의견을 피력하고 있어 주목된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상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그간 망 사용료 이슈는 국내 통신사의 목소리가 주를 이루며 다소 빠르게 추진되었는데, 국민 모두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문제이므로 여러 입장을 다각도에서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의원은 “망 사용료 부과는 게임 이용자들에게도 영향을 끼칠 여지가 크며, 당장 대용량 게임 설치, 온라인 멀티플레이, 클라우드 게임의 발전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주요 글로벌 게임사를 대상으로 망 사용료 법안에 대한 의견을 취합 중이며, 앞으로도 우리 모든 국민들이 콘텐츠를 즐길 권리를 침해받지 않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망 사용료 도입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망 사용료가 현실화될 경우 이 같은 무료 게임 배포는 사라질 지도 모른다
망 사용료가 현실화될 경우 이 같은 무료 게임 배포는 사라질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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