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9월호(통권 382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전국 곳곳에서 새롭게 창업한 PC방들의 공통점은 MZ세대를 겨냥한 ‘플렉스’ 감성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주요 콘텐츠로는 이스포츠 전용석, 팀룸, 초고사양 게이밍 시설, 그동안 PC방에서 접하지 못했던 유니크한 인테리어가 있다. 하지만 꼭 시설 투자가 아닌 작은 아이디어로도 이 같은 플렉스를 연출할 수 있다. 바로 시그니처 메뉴를 통해서다.

MZ세대의 소비 트렌드 ‘플렉스’
MZ세대를 대표하는 소비 트렌드 중 하나는 플렉스(flax)다. 최근 유행하기 시작한 플렉스라는 용어는 흔히 랩퍼 등이 재력을 과시할 때 사용됐다. 하지만 이를 동경하기 시작한 MZ세대가 아무리 비싸도 나를 위해서라면 소비한다는 트렌드를 형성하면서 MZ세대의 소비특징을 일컫는 용어 중 하나로 발전했다. 다만 비싸기만 해서는 MZ세대를 공략할 수 없다.

MZ세대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차별화된 경험이다. 남들과 똑같은 경험, 누구나 소유할 수 있는 것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남들과 다른 경험, 누구나 소유할 수 없는 희소성에서 플렉스 문화가 형성된다. 이를 자영업·소상공인 업종에 응용한다면 시그니처 메뉴가 MZ세대의 소비성향을 충족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제격이다.

시그니처란 보통 특정 기업의 전략과 가치가 집약된 제품 및 브랜드를 의미하는데, 이를 PC방이나 식당과 같은 자영업·소상공인에 대입해보면 한 매장을 대표하는 메뉴 정도가 되겠다. 보통 시그니처 메뉴가 존재하는 PC방이나 식당은 고객이 매장의 이름은 잘 기억하지 못해도 시그니처 메뉴는 기억하기 때문에 마케팅적으로 가치가 매우 크다.

PC방에서 이 같은 시그니처는 시설물을 통해 쉽게 구현이 가능하다. 팀룸이 매장 한 면에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거나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 인테리어의 이미지 자체가 해당 PC방을 각인시키는 시그니처로 작용해 MZ세대를 끌어모으는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오랜 불황으로 투자 여력이 부족해진 PC방 업주들은 시설 업그레이드가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팀룸이나 초고사양 게이밍 환경과 같이 상당한 비용이 투입되는 시설 투자는 코로나19로 영업피해가 심각한 PC방 업주들에게는 벤치마킹이 어려운 대상이다. 실제로도 시설물을 통해 시그니처를 만드는 PC방들은 대부분은 신규 PC방이다. PC방 창업을 준비하는 단계부터 기획했기 때문에 기존 PC방보다 유리하며, 상대적으로 투자 부담도 크지 않다.

먹거리를 통해 쉽게 구현 가능한 시그니처
결국 기존 PC방 업주들은 먹거리 메뉴를 통해 시그니처를 도입할 수밖에 없다. 시설물의 개선은 투자 부담이 있지만, 레시피를 개발해 시그니처 메뉴를 만드는 것은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이 덜하다. 보편적으로 PC방 업계에 도입되어 있는 시그니처 메뉴는 요란하거나 식당 수준을 뛰어넘는 특별하고 고급스러운 콘셉트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PC방에서는 특급호텔 미슐렝 셰프가 직접 개발한 레시피를 도입했다고 광고하지만, 결국 메뉴의 종류는 라면에 불과하다. 이는 굳이 특별한 레시피를 연구·개발하지 않더라도 PC방에 적합한 메뉴라면 충분히 시그니처 메뉴로써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특정 PC방에서는 라면 메뉴에서 기성품의 이름을 따지 않고 색깔로 메뉴 이름을 짓고 있다. 노란 라면, 빨간 라면, 하얀 라면 등이다. 노란 라면은 카레가 첨가된 라면, 빨간 라면은 매운 라면, 하얀 라면은 기성품 중 흰색 국물의 라면에 약간의 토핑을 더했을 뿐이다. 그러나 효과는 신선한 재미를 넘어 시그니처가 됐다.

또한 세트 메뉴를 통해서도 구현이 가능하다. 매장의 인테리어 콘셉트가 화이트 컬러라면 흰색 국물의 라면이나 코코넛밀크 등 흰색을 구현한 음료, 흰색 치즈 등을 활용해 매장의 인테리어 콘셉트와 일명 ‘깔맞춤’을 연출하면서 시그니처로 만들 수 있다. 모던 콘셉트라도 화이트컬러의 음식으로 시그니처를 만드는데 무리가 없다.

음식의 컬러 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도 시그니처 메뉴 구현이 가능하다. 벌집 모양의 먹거리들로만 조합된 메뉴를 구성한다거나 저탄고지 고객을 위해 단백질로만 구성된 메뉴 개발, 과거 유행했던 고열량의 내장파괴 메뉴, 잠이 달아나는 고카페인 메뉴, 웰빙족을 위한 건강식 메뉴 등에 고객들의 기억에 강하게 남을 수 있는 명칭을 붙여 시그니처로 활용할 수 있다.

결국 이 같은 재미와 특별함은 투자 여력이 부족한 PC방에서 MZ세대의 플렉스 문화에 편승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PC방 간의 차별화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PC방마다 시그니처 메뉴가 존재한다면 PC방 업종 자체에 대한 흥미를 유발해 영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이디어가 곧 경쟁력으로 작용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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