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6월호(통권 379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대한민국 대표 PC방 전문 미디어 아이러브PC방이 창간 23주년을 맞이했다. 성인 남성이라면 23년의 세월은 군대를 다녀와 사회에서 완전한 성인으로 인정받는 시기다. 그동안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은 아이러브PC방 역시 이제는 정체성을 확립하고 PC방 산업의 일원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가져야 할 시점이다. 이에 코로나19라는 최악의 국면을 뒤로하고 다시 재기의 날갯짓이 필요한 PC방 업계 구성원들의 환기를 위해 지난 23년간 반복된 규제와 갈등의 PC방 역사를 되짚어봤다.

2000년 전후, <스타>와 함께 시작한 격동의 시대
본지를 창간한 1999년 당시는 PC방 창업이 막 유행을 타기 시작한 시점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PC방 간판을 만날 수 있던 시절이었다. 게임백서에 따르면 2000년에 들어 PC방 수가 2만 개를 넘었는데, PC방이라는 업종을 새롭게 탄생시킨 <스타크래프트>가 1998년 4월 출시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과 1~2년 사이에 전국에 2만 개의 PC방이 생겨난 것이다.

이처럼 양적 성장을 이어가던 PC방 산업에 갑자기 규제가 등장했다. 1999년 정부가 한창 인기를 끌던 <스타크래프트>를 청소년이용불가 게임물로 지정한 것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PC방 업주들이 하나둘 모여 단체를 만든 것이 오늘날 (사)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의 전신 멀티문화협회와 프라자협회다.

결과적으로는 재심의를 거쳐 <스타크래프트>가 15세이용가 등급을 받았지만, 재심의 기간 동안 수많은 PC방이 정부의 단속을 통해 게임물 연령 위반으로 처벌을 받았고, 한때는 12세 이용가와 15세 이용가를 구분해 게임물을 제공해야 한다는 과도한 규제까지 등장해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는데, 현재까지도 이 같은 게임 등급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밀레니엄 시대로 불렸던 2000년 이후부터는 PC방 산업의 질적 성장이 두드러지기 시작한 시점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게임사와의 갈등이 촉발된 시대이기도 하다. 포문을 연 것은 당시 <스타크래프트>와 함께 PC방을 평정했던 <포트리스>의 CCR이다. PC방에 평생 무료화를 선언했던 CCR은 2000년에 들어 <포트리스2 블루>를 출시하면서 PC방 유료과금을 시작했다.

한편, 넥슨은 PC방 유료과금 서비스를 가장 먼저 시작했지만 CCR과는 다른 이유로 PC방과 갈등을 빚었다. 2000년대 초반은 게임사의 수익모델이 정립되지 않아 매출의 상당 부분을 PC방에 의존하고 있던 시절이다. 이에 게임사들은 통신사와 같이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면서 PC방 가맹 영업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2005년에 접어들어 넥슨이 정액제로 제공하던 게임들을 개별 정량제로 전환하면서 PC방과의 갈등이 시작됐다.

당시 PC방 업주들에게는 많은 인기게임을 보유하고 있었던 넥슨의 정량제 전환이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결국 PC방 업주들이 대규모 집회를 열면서 게임사와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점이기도 하다.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넥슨이 다양한 PC방 우호 정책을 펼치면서 이러한 갈등이 상당 부분 해소된 상태다.

“장난치나” 정부의 PC방 죽이기?
PC방이 태동한 이후 정부 정책은 규제 일변도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최근 들어 정부가 다양한 규제 완화 방안을 시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일선 현장과는 큰 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산업을 보호하는데 집중하지도 않는다. PC방을 좀먹는 지피방은 법적 처벌이 불가능한 상태고, 모텔PC방 단속에도 소홀하다. 정부 정책 하나하나가 PC방 말살 행위가 아니냐는 불만은 등록제 이슈, 전면금연 이슈, 집합금지 이슈로 이어진다.

<스타크래프트> 출시와 함께 PC방이 1~2년 만에 2만여 개가 생겨난 것은 IMF로 인한 실직자들이 대거 창업 시장에 몰렸고, PC방 창업이 선풍적인 인기를 끈 탓이다. 당시만 해도 PC방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우호적이었다. 증권시장에서는 PC방을 증권방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있었고, 대기업들도 직접 PC방 창업 시장에 뛰어드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또한 정부는 신고제였던 PC방을 2002년부터 자유업으로 전환해 진흥했다. 이로 인해 PC방 시장규모는 2만5,000개까지 질적, 양적 성장을 이루는데 성공했지만, 이처럼 우호적인 정부의 태도는 오래가지 않았다. ‘바다이야기’ 사태가 터진 것이다. 이에 놀란 정부는 사행성게임장을 퇴출하겠다며 음반비디오물및게임물에관한법률에서 게임만 따로 분류한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을 제정해 PC방 등록제를 도입했다. 신고제와 자유업을 거쳐 등록제가 시행되면서 까다로운 등록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PC방은 폐업를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2003년 7월부터 PC방을 금연구역을 조성해야 하는 시설로 지정했다. 매장 면적의 절반 이상을 금연구역으로 운영하도록 한 것이다. 이에 PC방은 법률 준수를 위해 매장의 절반을 가로지르는 가벽을 설치할 수밖에 없었고, 금연구역과 흡연구역을 완전히 분리해야 했다. 매장마다 수천만 원을 들여 공사를 진행했는데, 당시 전국의 모든 PC방이 지출한 비용은 천문학적인 규모다.

그런데 이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정부 정책이 또다시 나왔다.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전면금연 정책이다. PC방 전면금연화는 2014년 1월 1일부터 시행됐다. 법 시행은 이보다 6개월 앞서 시행됐지만, 계도기간을 거쳐 실질적인 과태료 부과가 시작된 시점은 2014년 1월 1일이다. 결국 천문학적 비용이 들었던 금연구역 설치는 정부의 새로운 정책 앞에 무용지물로 전락했는데, 정부는 이를 보상해주지도 않았다. 이를 기점으로 많은 PC방이 폐업의 길을 걸으며 PC방 산업이 빠르게 위축되기 시작했다.

“문 닫아라” 역대 최악의 규제였던 집합금지
하지만 그동안의 무엇보다 최악의 규제는 최근에 있었던 집합금지다. 2020년 초에 발생한 코로나19가 7월부터 크게 확산되자 정부는 수도권 PC방에 집합금지 조치를 내렸다. 등록제나 전면금연화 등 과거의 규제들은 그나마 장사는 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집합금지는 말 그대로 문을 닫고 영업을 중단하라는 행정명령이었기 때문에 심각하다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사상 최악의 결과를 가져왔다.

실제로 이때부터 PC방 수가 더욱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2020년 중반까지만 해도 전국의 PC방 수가 1만 개 수준을 유지했으나, 집합금지와 영업제한이 반복된 지난 2년 사이 30% 이상의 PC방이 폐업했다. 이후 PC방 단체의 노력으로 PC방 업종을 감염병에 비교적 안전한 3그룹에 포함시키는 성과를 이루면서 집합금지 대상에서 제외됐고, 매장 내 취식금지 조치도 칸막이가 있다면 취식을 허용하는 형태로 규제가 완화됐다.

그러나 또 다른 문제가 남겨졌다. 정부의 방역조치로 발생한 영업손실에 대한 보상이다. 국민의힘 소상공인위원장인 최승재 의원이 단식투쟁을 불사하며 손실보상안을 마련했고, PC방 업주들을 비롯해 전국 자영업·소상공인들의 노력으로 지난 2021년 7월 관련 법령이 마련됐다. 하지만 여전히 남은 숙제들이 많다. 당초 입법취지와는 달리 소급적용이 포함되지 않았고, 손실금액의 산정방식을 두고 소상공인과 정부의 입장 차이가 여전하다.

이는 정권이 바뀌어도 마찬가지인 상태다. 새 정부는 대선 당시 소급적용과 온전한 손실보상, 1,000만 원의 방역지원금을 약속했다. 우선 1,000만 원의 방역지원금은 새 정부의 첫 추경안에서 손실보전금으로 이름이 변경되며 최소 600만 원 이상을 차등지급하는 것으로 결론이 나면서 지켜졌다. 온전한 손실보상도 80%와 90%를 거쳤던 보정률이 100% 적용으로 변경되며 공약을 이행한 것처럼 그려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소급적용 문제를 손실보전금으로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PC방만 하더라도 매월 수천만 원의 매출이 발생하고 있던 상황에서 집합금지 조치를 받아 매출이 제로가 된 상태인데, 최대 1,000만 원에 불과한 손실보전금으로 소급적용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실상은 최소 600만 원에 추가로 차등 지급받을 수 있는 규모가 100~200만 원에 불과하다. 더구나 자영업·소상공인이 주장해 왔던 손실금액의 산정방식도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더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되기 전까지는 정확한 산정방식을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손실보상에 사용되는 추경 규모가 1.5조 원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개선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정부의 반성이 우선되어야 할 미래
지난 23년의 PC방 역사를 굵직한 규제와 사건들로 살펴본 결과, PC방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와 편견이 과도한 규제를 양산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모든 규제의 시발점인 등록제는 그 취지가 무색해진지 오래다. 사행성게임장을 근절하겠다며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을 제정했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PC방으로 등록하는 업소 중 사행성게임장으로 의심되는 업소 비중이 90% 이상에 달할 정도로 사행성게임장을 양성화하는 제도로 전락했다.

더구나 전면금연 제도는 자영업·소상공인에게 정책적 변화에 따른 시설개선비용을 끊임없이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다. 매장의 절반을 가로지르는 가벽 설치는 얼마 가지 않아 무용지물이 됐고, 이제는 실내 흡연실마저 없애는 정책이 검토되고 있다. 2014년 이전에 PC방을 창업한 업주는 가벽을 설치했다가 철거해야 했고, 만약 흡연실마저 폐쇄한다면 또다시 흡연실을 설치하고 운영·관리하며 들어간 비용이 무용지물이 된다.

결국 정부가 개인의 재산권을 고려하지 않고 결정하는 정책들이 문제다. 다만, 코로나19 사태로 손실보상이라는 제도가 만들어지면서 정부가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한 경우 손실을 보상하도록 하는 사회적 인식이 심어졌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앞으로의 PC방은 정부의 정책 변화로 인해 지출이 발생할 경우 일정 부분을 정부가 보상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데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역사에서 볼 수 있듯이 PC방은 어느 업종보다 정책 피해가 컸던 업종이었다. 이러한 불합리함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PC방 단체의 노력과 PC방 업주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2007년 자유업 수호 집회
2007년 자유업 수호 집회
2013년 전면금연 유예 요구 집회
2013년 전면금연 유예 요구 집회
집합금지 공문이 부착된 PC방
집합금지 공문이 부착된 PC방
저작권자 © 아이러브PC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