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은 게임사와 ‘가맹’이라는 이름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게임이 PC방에서 플레이된 시간만큼 게임사에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정상적인 B2B 서비스처럼 보이지만, PC방은 소상공인이며 게임사는 대기업이고, PC방 영업은 게임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기 때문에 선택권이 없다. 이는 배달의민족, 야놀자, 오픈마켓 등에서 촉발된 플랫폼 공정화에 대한 필요성이 요구되는 문제의 원인과도 일치한다.

가장 먼저 불공정 문제가 제기됐던 PC방 산업
과거 <포트리스>를 서비스한 CCR은 1세대 PC방 업주들에게 아직까지도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무료 게임을 선언하며 PC방에 게임 설치를 종용하더니 인기를 끌자 어느날 갑자기 유료화로 전향했다. 공생해야 할 게임사와 PC방의 갈등이 촉발된 시점은 이때부터다. 지금처럼 온라인게임이 유행하지 않던 상황에서 게임사들은 PC방에 자사 게임클라이언트 설치를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PC방 업주들을 유혹했고, 인기를 얻은 후에는 유료로 전향해 PC방에 과금을 시작했다.

이는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플랫폼 기업의 성장 노선과 닮았다. 플랫폼 기업들은 처음 사업을 개시하면서 투 트랙 전략을 시행한다. 하나는 자영업·소상공인을 모집하기 위해 무료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플랫폼 이용자를 모집하기 위해 홍보에 열을 올린다. 플랫폼 이용자가 늘어나면 자영업·소상공인은 플랫폼에 대한 의존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고, 플랫폼 기업은 어느 순간에 이용자와 소상공인 모두에게서 막대한 이익을 챙긴다.

여기서 문제는 자영업·소상공인들이 플랫폼 기업에 과다한 비용을 지출하게 되는 것이다. 배달의민족이나 숙박예약앱 야놀자, 소상공인이 물건을 판매하기 위해 상품을 등록하는 오픈마켓, 이커머스 플랫폼 등이 모두 동일하다. 최근에는 배달대행, 대리운전, 렌터카, 택시 등의 분야에서도 동일하게 거대 플랫폼에 대한 문제가 발생했다. 플랫폼 기업이 절대적인 시장 지위를 악용해 자영업·소상공인들에게 과도하게 비용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십수년 전에 PC방 업계에서 벌어졌던 일이 최근 플랫폼 산업에서 동일하게 발생하고 있다.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플랫폼 공정화
이 같은 플랫폼 산업의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건전한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며 이른바 ‘플랫폼 공정화법(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법률을 소관하는 곳은 공정거래위원회다. 하지만 PC방이 빠져 있다.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 과정에서는 다른 어떤 업종보다도 문제를 먼저 경험했고, 이미 뿌리 깊게 게임사의 정책에 끌려가고 있는 PC방 산업 문제가 쏙 빠져 있다.

해당 법률에서 PC방이 주목 받지 못한 원인은 게임사와 PC방의 관계를 플랫폼 산업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와 동일한 성격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사회적 인식 탓이 큰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PC방 업계에서 관심이 적어 참여 기회를 잃고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하지만 PC방 업계는 게임사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한 PC방 서비스 정책에 끌려가고 있다. PC방에 불리하든, 유리하든 게임사가 결정하면 따를 수밖에 없는 종속적 관계가 뿌리 깊다.

이제라도 PC방 업계는 플랫폼 공정화법을 주목해야 한다.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안에는 현재 게임사와 PC방의 관계와 같이 관행적인 불공정에 철퇴를 가하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상생과 공생을 위해 협의기구를 설치해야 하며, 소상공인에게 불리한 서비스 정책 결정 시에는 반드시 협의를 거치거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또한 분쟁이 발생할 경우 정부가 중재안을 마련해 개입하기 때문에 게임사의 일방적인 서비스 정책 변경은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의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PC방과 게임사의 고질적 문제점들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행인 점은 플랫폼 공정화법에서는 플랫폼의 종류를 정부가 고시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이다. PC방 업계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설득한다면 충분히 게임사들의 PC방 정책을 플랫폼 산업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플랫폼 공정화법은 정부가 온라인을 통해 성장하는 산업들을 법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출발했다. 게임사와 PC방의 관계를 공정하게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이에 PC방 업계도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는 플랫폼 공정화법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하는 상황이다. 

과거 게임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전개했던 최승재 의원(당시 한국인터넷PC방협동조합 이사장, 현재 PC카페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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