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3월호(통권 376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야, 156만3308번! 너 한 20프레임 전에 색깔 잘못 내보낸 거 아냐? 65만8,821번 너는 왜 B는 놀고 RG만 고생하냐… 바빠 죽겠는데 자꾸 색감 이따위로 낼래? 일 안 할거야? 아무리 주인이 살색만 가득한 그… 응? 그런 영상만 재생한다 해도, 최소한 할 일은 해야 할 거 아냐!

음, 누구시라고 했지? 아 취재 나오셨다고. 아니 좀 한가할 때 오시지 지금 한창 그… 매끈한… 아이고 아무튼, 당장은 우리가 좀 바빠서 안 되겠어. 애들이 좀 많아야 말이지, 중간에서 아무리 이래라저래라 해봐야 말도 안 듣거든. 한 15분만 있다 봅시다. 좀 있으면 그… 절정의 순간이… 어어, 야 105만 번대! 거기는 노란색이 아니고 흰색이라고! - by 103만6,801번째 픽셀

byte 글자부터 3D 그래픽까지
이제 좀 잠잠해졌네. 아니 무슨 ‘베스트 오브 베스트’랍시고 4시간을 내리 그걸… 어휴. 그래도 화면 좀 크다고 전체화면까지는 안 하는 게 어딥니까. 덕분에 저 밑에 작업표시줄쪽 애들은 작업량이 많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지 뭐. 어차피 대부분은 ‘ffa07a’에서 조금 왔다갔다 하는 정도라서 게임 그래픽보다는 낫지만 말이오.

아, ffa07a 이게 뭐냐고? 우리는 그냥 ‘빨간색’, ‘검은색’ 하면 못 알아들어. 이렇게 6자리 문자로 말해줘야 알지. 우리 픽셀 하나는 적색(Red), 녹색(Green), 청색(Blue) 서브픽셀이 하나씩 모여 구성되는데, 각 서브픽셀이 0부터 255단계까지로 나눠 색을 표현하면 내가 3가지를 합쳐 하나의 색으로 표현하지. 저 앞에 6자리 문자는 RGB 컬러의 단계를 컴퓨터가 알아먹을 수 있게 16진수로 바꾼 겁니다. 저 색이 뭐냐고? 우리가 제일 많이 쓰는 살구색이야. 왜인지는… 알지? 험험.

아, 처음에 왜 그렇게 성질을 냈냐고? 거 미안하게 됐소. 그게 사실 우리 형제자매들이 좀 많아요. 화면 크기가 가만있자, 27인치쯤 되는데, 여기 나같은 애들이 한 200만 개 있어. 정확히는 FHD 해상도에서 207만3,600개. 게다가 우리 모니터는 게임에 특화돼서 1초에 60번이 아니라 240번 깜박이거든? 그러니까 동영상 재생에서 모든 픽셀이 1Hz 단위로 바뀐다고 가정하면, 전체화면 영상 재생에 프로세서가 1초에 연산을 한 5억 번은 해줘야 한다는 거야. 그걸 일일이 신경쓰려니까 내가 좀 예민해. 이해 좀 합시다, 응?

좋은 영상은 수백만 픽셀의 협업으로 이뤄진다

60이면 충분했는데, 지금은 240까지
세상이 바뀐다 바뀐다 해도 우리처럼 빨리 바뀐 것도 없을거요. 한 가지 컬러밖에 못 냈던 우리 선조들이야 좀 오래됐으니까 그렇다 쳐도, 요즘에는 색을 1초에 60번 바꾸는 걸로는 턱도 없답디다. 적어도 144~165번은 바뀌어야 하고, 나처럼 잘나가는 친구들은 240번도 바꿀 수 있지. 그걸 주사율이라 하더구만. 처음에 자기는 120번 바꿀 수 있다고 으스대는 놈 하나가 있었는데, 자기만 빠르면 뭐해? 그래픽카드가 후달려서 정작 최대치로는 일도 잘 못하다가 쫓겨났다지.

요 몇 년 전부터는 CPU랑 그래픽카드가 워낙 좋아져서 이제 144회, 180회는 끄떡없는 놈들이 많이 나왔지. 그래봤자 해상도가 QHD 이상이면 아직도 좀 힘들지만. 2560×1440 해상도에 컬러를 초당 144번 바꾸려면, GTX1060 가지고는 어림도 없어. 한 RTX2060은 돼야 한 번 비벼나 볼까 싶네.

저 물 건너 친구들 얘기 들어보니까, 나중에는 360Hz, 480Hz도 나온다며? 아니, 읍소를 하든 협박을 하든 나같은 애들이 1초에 360번씩 깜박이게 만드는 건 좋다 이거야. 근데, FHD 해상도라도 360Hz 제대로 일하게 하려면 최소한 RTX3080 이상은 돼야 할텐데? 뭐 전문가가 보면 240Hz하고 360Hz하고 구분이 가능하겠지만, 사실 취미로 게임하는 사람들이야 144Hz 이상만 돼도 훌륭한데 굳이 뭐 360Hz까지… 너무 오바 아닌가?

영상과 게임은 완전히 다른 세상
음? 동영상 볼 때도 주사율 높으면 PC 성능이 좋아야 하지 않냐고? 허허, 같은 240Hz라 해도 동영상 재생하고 3D 게임 그래픽은 결이 완전히 달라요. 동영상은 어차피 몇분 몇초 몇프레임에 어느 위치에 어떤 색을 표현해야 하는지가 정해져 있잖아? 보는 사람이 그걸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게다가 영화는 아직도 24프레임, TV 드라마나 예능, 유튜브 콘텐츠도 대부분 60프레임이고. 120프레임짜리 영상도 거의 없는 판에 영상 재생으로 우리 성능을 논하는 건 좀 아니지.

게임은 얘기가 다른 게, 마우스를 쥔 사람이 화면을 이리 돌릴지 저리 돌릴지 예측이 안 돼요. 하다못해 게임에서 ‘이리로 가시오’ 하고 길을 알려줘도, ‘여기가 맞나’ 아니면 ‘여기는 어떻게 생겼나’ 하고 이리저리 돌려보잖아. 그게 다 프로세서가 할 일이거든. 그래서 이 연산을 실시간으로 작업을 해줘야 하는데 이게 보통 손이 가는 게 아니거든. 그러니까 PC 전체의 사령탑인 CPU가 하는 게 아니라 그래픽 프로세서인 GPU에 일임시킨 거지. 그래픽카드가 비싸면 게임에 좋은 이유가 다 거기에 있다니까?

말이 좀 길어졌는데, 정리하자면 모니터 고를 때 해상도도 중요하고 크기도 중요하지만 내가 1초에 몇 번이나 일하느냐 하는 것도 중요한 선택지다 이겁니다. 요즘 파는 모니터가 한 3,000가지 되는데, 144Hz 이상인 제품이 1/3쯤 돼요. 특히나 배그, 옵치처럼 총게임 많이 굴리는 PC방에선 더 중요하지. 언제쯤 QHD 144Hz가 보편화될지는 모르겠는데, RTX4080쯤 되면 가능해지지 않을까 싶어요. 뭐, 그때라고 가격이 제대로 책정될지는 아무도 모르지 뭐. 아이고, 또 일할 시간이네. 그만 가보쇼. 뭐? 이번엔 8시간짜리라고? 돌겠구만… 그러다 뼈 삭아 주인놈아!

360hz 주사율 모니터는 대부분 24인치로, 아직 보편화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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