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2월호(통권 339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PC방 업계 발전을 위해 PC방 단체와 커뮤니티 그리고 언론사가 힘을 모아 건강한 PC방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범PC방상권분쟁조정위원회(공동위원장 이상화, 정철두, 이하 범조위)가 발족했다.

범조위의 출범 이유는 경기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만연해 있는 출혈경쟁을 해결해 PC방 업계 생태계를 회복한다는 데 있다. (사)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중앙회장 김병수, 이하 인문협)와 한국인터넷콘텐츠서비스협동조합(이사장 최윤식, 이하 콘텐츠조합)이 오랜 협의를 거쳐 손을 맞잡은 만큼 그 뜻이 결연하다. 범조위의 공동위원장을 맡은 인문협 이상화 서울지부장과 콘텐츠조합 정철두 이사를 만나 향후 비전과 활동 계획을 들어보았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 옳은 길 가야
“우리 소상공인들이 뭐 대단한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직원들 월급 주고 가족들 먹여살리는게 최우선이다. 그런데 출혈경쟁은 이 모든 것을 뒤흔든다. 주변에서 그런 경우를 수없이 봐왔고, 당장 나와 이웃 매장이 겪어온 일이다”

물가는 오르고 임금도 올랐는데 PC방 요금은 20년 전보다 오히려 하락했다. 이제라도 출혈경쟁을 접고 현실을 직시해야 생존할 수 있고,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라는 것이 범조위 출범 배경이라고 밝혔다.

공평보다는 공정
그래서 범조위는 공평보다 공정에 방점을 찍겠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PC방 요금을 공평하게 맞추자는 것은 법률적으로도 담합에 해당하고, 시장경제 원칙으로 접근해도 환경과 입장이 다른데 동일한 결과를 맞춘다는 것은 역차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권, 시설, 규모 등을 고려해 몇 가지 권장안을 마련하고 가이드라인을 계도하는 방안을 지속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소비자들에게 높은 임대료와 좋은 PC를 갖춘 PC방을 얼마나 저렴하게 이용해왔는지 이해시키고, 업주들에게도 요금 현실화의 명분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다.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겠지만 서서히 인식을 변화시켜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발품 팔아 상처 봉합해보겠다
범조위가 하려는 상권분쟁조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출혈경쟁이 시작된 상권은 이미 감정싸움으로 비화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당사자 간의 직접적인 대화 시작은 불가능에 가깝겠지만, 제3자가 자리를 마련하고 현실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한다면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서로 제살깎기 하는 것인데, 손 놓고 강 건너 불구경할 수는 없지 않겠냐”며 범조위 위원들이 직접 찾아가 중재와 대화 자리를 마련하는데 발품을 팔겠다고 한다.

출혈경쟁에 노출돼 힘들게 폐업의 길에 접어든 종사자들을 수없이 보며 마음 한켠에 안타까움이 커져왔다며, 발품을 팔아서라도 문제 해결에 노력을 기울이려는 속내를 내비쳤다.

좋은 선례 이어가고 있는 강동지회
좋은 선례는 이미 있다. 그간 여러 PC방 업주 커뮤니티에서 언급된 상권모임들이 있고, 그 가운데 강동지회 협의체 사례는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당시 지회장이던 이상화 지부장이 지역구 내 100여 곳의 PC방을 모두 방문해 출혈경쟁을 피하자고 하소연했고, 그 결과가 서울 강동구는 출혈경쟁이 종식됐다.

그렇다고 모든 PC방이 요금을 맞춘다거나 하는 담합행위는 과감히 거부했다. 법률 위반이기도 하고 모든 PC방의 여건이 저마다 다른데 요금이 동일해지는 것은 역차별에 따른 분쟁의 불씨를 지피는 꼴이기 때문이다.

영업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만 정하고 그 이상은 PC방 마다 자율적으로 최적의 요금을 정하도록 했다. 한 날 한 시에.

결과는 지금까지도 권고안에 따라 최저요금을 지키며 자율적인 요금제와 상품을 기획해 보다 적극적인 영업이 가능해졌다.

영업질서 확립이 가져온 업주의 생존, 그리고 고객 만족
영업질서가 확립되자 좋은 결실이 맺혔다. 출혈경쟁에서 벗어난 PC방이 업그레이드와 고유한 매력 포인트를 갖추는데 좀 더 초점을 맞추게 됐고, 이는 고객들의 만족도 향상으로 이어졌다.

치열한 출혈경쟁에서 벗어난 PC방 업주들은 유대감을 갖고 공동으로 기금을 마련해 함께 하는 이벤트를 기획, 지역 내 고객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공정성과 접근성을 고려해 유튜브로 추첨 과정을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전화통화로 당첨을 곧바로 고지, 매장 내 분위기를 띄우는 효과도 함께 누리도록 기획됐다.

PC 사양 및 주변기기 관리도 좀 더 적극적으로 이뤄지게 됐다. 과감히 출혈경쟁을 내려놓고 매장에 따른 현실적인 요금을 책정한 것이 업주, 고객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는 사실, 선순환의 구조가 갖춰진 대표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조정은 어떻게?
가장 큰 우려는 역시 조정 효과가 있겠냐는 것이다. 조정위도 모두 조정이 될 것이라는 낙관론을 얘기하지 않았다. 또 조정이 이뤄진 이후에도 여러 이유에서 출혈경쟁이 재발할 수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이미 10년 넘게 PC방을 운영해온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서로를 죽이려고 달려들어 싸우는 것을 방치하는 것보다는 상생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는 것이 옳은 일이 아니겠냐”며 대화를 하다보면 조정이 될 수도, 최종 조정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이전보다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내비쳤다.

우선 당사자 혹은 지부/지회 등의 제보를 받아 해당 PC방들을 직접 방문해서 의견을 청취한 뒤, 조정을 위한 별도의 미팅을 주선해 조정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조정 미팅은 상황에 맞춰 몇 차례 진행해 최대한 조정에 이르도록, 최소한 경쟁 수위는 낮출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당사자들을 효과적으로 이해시킬 수 있도록 △매출/지출 통계 기반의 권장 요금 △상권 현황 및 분석 △조정 성공사례 △소상공인 및 PC방 생존율 △상권모임 등을 안내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라이선스 자율지도 확대도 고려하는 등 적극적인 조정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범조위의 노력으로 PC방 업계에 만연해있는 출혈경쟁이 해소되고 상권모임을 통해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며 함께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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