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2월호(통권 399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난달 막을 내린 ‘CES 2024’에서 게이머들 사이에 논란을 일으킨 문제의 게이밍 모니터가 하나 등장했다. MSI가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모니터라며 공개한 신제품 모니터 ‘MEG 321URX QD-OLED’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MEG 321URX QD-OLED는 4K 해상도, 240Hz 주사율, HDR 400 등을 지원하는 게이밍 모니터로, 이런 전통적 스펙만 보자면 시중에 나와 있는 평범하기 짝이 없는 제품에 불과하다. 하지만 ‘스카이사이트’라고 명명된 AI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는 설명을 접하고는 예사 모니터가 아님을 깨달았다.

‘스카이사이트’는 게이머의 플레이를 보조해주는 기능으로, 특히 ‘리그오브레전드(LoL)’처럼 미니맵을 항상 주시하면서 정보를 습득하고 전략에 반영해야 하는 장르에 특화됐다. ‘스카이사이트’는 미니맵을 자체적으로 분석한 후 게이머에게 예상되는 다음 상황을 미리 알려준다.

‘LoL’을 예로 든다면 ‘스카이사이트’는 미니맵 정보를 통해 적 챔피언의 위치를 표시한다. 또한 중단 공격로에서 플레이하는 게이머에게 상대편 정글러의 갱킹 확률이나 공격 방향과 시점 등을 시각화해 보여준다. 적들의 위치와 이동방향이라는 정보를 수집하고 해석하는 데 신경쓰지 않고 전투 자체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가령 ‘제라스’는 강력한 공격력과 긴 사정거리를 자랑하지만 허약한 방어력과 둔중한 기동성이 약점이라 현재 보이지 않는 적들의 위치를 항상 염두에 두고 플레이하지 않으면 필패하는 챔피언이다. 때문에 ‘제라스’를 상대하는 게이머 역시 자신의 위치와 동선을 최대한 은폐하려고 하는데, AI 모니터는 이런 심리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이런 ‘스카이사이트’를 두고 게이머들의 의견은 양쪽으로 팽팽하게 갈렸다. 이런 기능을 일종의 핵이라고 인식하는 쪽에서는 PvP 게임의 토대인 공정성을 헤친다고 비판하면서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논지의 골자는 특정 기기에 따라 이용자 간 공정성이 훼손된다면 부정행위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반대로 긍정하는 쪽에서는 사운드플레이를 시각화하고, 체력바를 강조하고, 조준선과 배경을 보색으로 처리하는 메인보드나 모니터는 이미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게이머가 게임 속 상황 변화에 더 빠르게 반응하고 대응하도록 모니터와 키보드 그리고 마우스가 발전했고, AI는 이런 과정의 일부라는 것이다.

한편, 게이머들의 의견이 갈리든 말든 MSI는 ‘스카이사이트’를 ‘LoL’ 미니맵 외에도 모든 게임에서 화면을 분석해 게이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계속 발전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AI 게이밍 기어의 향방은 게임사와 이스포츠 단체의 판단에 의해 갈릴 것으로 보인다. 게임 업계 전문가들은 일부 스포츠 용품들이 단체의 판단에 의해 정식 대회에서 금지되는 것처럼 AI 게이밍 기어는 정식 이스포츠 대회에서는 금지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리고 이런 결정을 내리는 권한은 이스포츠 관련 단체나 게임사가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FPS 장르의 경우 콘솔 컨트롤러가 PC 키보드와 마우스보다 조작에서 불리한 측면이 명백하므로 게임사는 ‘컨버터’ 기능을 통해 보정 혜택을 적용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부 PC 게이머는 역차별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또한 ‘컨버터’ 기능을 훔치는 PC 게이머도 있는데, 이는 부정행위로 취급된다. 이처럼 허용과 불허를 가르는 일련의 판단은 모두 게임사의 소관이다.

PC방 업계에서는 아직 AI 게이밍 기어에 대한 여론이 형성되지는 않고 있다. 이제 막 공개된 제품에 대해 반응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게임사와 이스포츠 관련 단체의 입장이 확인되고 게이머들의 반응을 살핀 이후에 대응해도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다.

다만 PC방 업주는 AI 게이밍 기어를 염두에 두고 있을 필요는 있다. 특히 하드웨어에 탑재된 기능이라 게임사들이 마련하고 있는 기존의 안티 치트로는 감지가 불가능하다는 점, 이스포츠 대회에서 금지된다고 하더라도 가볍게 게임을 즐기는 PC방 이용자들이 선호할 만한 기능이라는 점, 경쟁 매장과의 차별화 차원에서 집객을 위한 모험적인 시도가 필요한 업종이라는 점은 AI 게이밍 기어 도입을 불가피하게 만든다.

설령 이스포츠 단체에서 스카이사이트를 탑재한 모니터를 포함해 모든 종류의 AI 게이밍 기어를 금지한다고 하더라도, 대회석과 일반석의 구성을 달리하는 등의 전략을 취할 수도 있다. AI가 불러올 변화는 PC방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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