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2월호(통권 399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2019년 공식 질병코드로 등재한 게임이용장애와 관련 국내 질병코드 도입이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현재까지도 많은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게임 이용자의 뇌 인지 기능이 저하된다는 연구를 인용한 보도가 잇따르면서 갖가지 억측이 난무한 상황이다.

통계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 한 내년 국내 질병코드에 게임이용장애가 등재되는 것은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이에 최근 일고 있는 논란을 짚어보고, 게임의 질병화와 관련한 각계 움직임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살펴봤다.

최정석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의 연구 결과가 최근 게임 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이들은 18~39세 연령대로 구성된 26명의 게이머와 대조군 25명을 대상으로 게임이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검사·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행위중독저널’에 게재했는데, 게임 이용이 뇌 인지 기능 저하로 이어진다는 분석 결과를 두고 논란이 커지는 상황이다.

삼성병원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혈류량과 뇌파가 변화하는 양상에 집중했다. 검사 결과 게임 중독 집단은 대조 집단에 비해 기능적 MRI 검사에서 전두엽과 두정엽 부위 뇌 활성이 증가했고, 청각 자극에 대한 뇌파 신호 진폭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를 두고 뇌 기능이 저하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사회 각계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연구 대상자의 연령과 건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았고, 게임 장르와 종류도 천차만별이어서 게임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는 연구라는 지적이다.

특히 연구진은 하루 4시간 이상, 1주일 기준 30시간 이상 게임을 하는 사람을 ‘게임 중독자’로 규정했는데, 하루 4시간가량을 보내는 취미 생활은 게임을 제외하고도 많다. 이를테면 뉴스와 드라마, 예능프로 한두 편을 시청하면 4시간은 충분히 넘기고도 남는다.

최정석 연구팀이 게임 중독이 뇌 기능 저하의 근거로 본 기능적 MRI 검사 결과
최정석 연구팀이 게임 중독이 뇌 기능 저하의 근거로 본 기능적 MRI 검사 결과

한 누리꾼은 “하다 보면 질려 때려치우는 게임이 부지기수인데 게임이 무슨 중독이 되냐”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게임을 이용하는 과몰입자도 존재한다. 이를 두고 약물 치료보다는 사회적 변화와 심리학적 방법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이승훈 안양대학교 교수는 지난달 한국게임미디어협회가 주최한 신년토론회에서 “WHO의 게임이용장애 기준은 너무 포괄적이며, 어떻게 치료할지에 대해서도 불명확한 상황”이라고 지적하면서 “약물 치료가 아닌 심리학적 방법 및 사회적 환경 변화만으로도 게임 과몰입은 충분히 해결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게임이용장애의 질병코드 도입에 대해 해외에서 유보적인 입장이 많은 이유에 대해서도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치료 방안이 없는 상황에서 관련 연구도 미흡한데, 의학계에서는 진단만 하려 하고 기존의 약물 치료 방법을 유지하려는 경향을 보인다고도 비판했다.

한편, 게임 이용자를 정신 이상자로 몰고 가는 세태를 비판하며 국내 게임 이용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지난달 게임이용자협회가 정식 출범하기도 했다. 이 단체는 지난달 15일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게임 이용자들의 권익 향상을 위한 정책 제안이나 소비자 단체운동 지원, 이용자 간 분쟁 조정 및 중재 등의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협회 관계자는 “게임물관련사업자, 정부와 게임물관리위원회, 게임을 질병으로 음해하는 세력과 게이머의 목소리를 곡해하는 분들을 상대로 게임 이용자의 목소리를 똑똑히 전하겠다”라면서 “K-게임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등 게임업계의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철우 게임이용자협회 초대 회장
이철우 게임이용자협회 초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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