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1월호(통권 398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오랜 기간 청소년들의 위변조 신분증 사용에 시달려 온 PC방 업계는 그에 속은 업주만 처벌하고 정작 범죄를 저지른 당사자는 처벌하지 않으면 이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청소년들이 위변조 신분증 사용을 꺼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가 청소년들의 위변조 신분증 사용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기는 하는 모양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개정한 ‘주민등록법’은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증 이미지 파일이나 복사본을 부정하게 사용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주민등록법’ 개정 법률은 지난달 국회 본회의와 국무회의에서 빠르게 의결돼 2023년 말 관보에 게재되면서 즉시 효력을 발휘하게 된 것이다. 다만 PC방 업계의 희망사항이었던 쌍벌제와 관련된 내용은 전혀 없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지금까지는 주민등록증 이미지 파일을 부정하게 사용한 경우 원본이 아닌 이미지 파일이므로 ‘주민등록증 부정사용죄’로 처벌할 수 없었다. 또한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증 이미지 파일을 인터넷에서 내려받아 부정하게 사용한 사람에 대해서는 ‘주민등록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판단(2022도13861)도 있었다. 현실과 동떨어진 현행법과 판례가 위변조 신분증이 활개치는 환경을 만든 것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가짜 모바일 신분증에 속아 미성년자에게 술·담배를 판매하거나, 오후 10시 이후에 청소년 출입을 허용한 PC방 업주들만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에 시달려왔다.

그동안 일부 미성년자들이 위변조한 주민등록증이나 모바일 신분증을 사용해 자영업자들을 협박해 돈을 내지 않고 나가는 등의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지난해 커다란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번 법률 개정을 통해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증 이미지 파일 또는 복사본을 부정하게 사용하면 처벌 대상이 된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인터넷이나 SNS 등을 통해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도용하는 사례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위변조된 주민등록증이나 모바일 신분증을 사용하는 미성년자에게 속아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 등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계속해서 발생함에 따라 위변조 신분증을 제작 및 판매하는 업자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위변조업자들은 SNS 등에 ‘민증위조’, ‘민증제작’, ‘위조민증 판매’, ‘모바일 신분증 제작’ 등의 판매글을 올린 후 메신저로 연락을 유도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행법상 주민등록증을 위변조하는 행위는 형법 제225조에 따른 ‘공문서 위변조죄’에 해당돼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으며, 위변조된 주민등록증을 사용한 사람은 ‘주민등록법’ 제37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또한, ‘모바일 확인서비스’로 스마트폰에 제공된 주민등록사항을 위변조하는 행위는 ‘정보통신망법’ 제70조의2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으며, 위변조된 ‘모바일 확인서비스’를 사용한 사람은 ‘주민등록법’ 제37조에 따른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이처럼 신분증 위변조와 관련해 엄포를 놓고 있지만 경고의 화살은 제작·판매 및 유통 업자들을 향하고 있을 뿐, 정작 사용자인 미성년자들에게는 엄중한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았다.

행정안전부는 주민등록증과 ‘모바일 확인서비스’의 위변조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식별 요령 등을 적극 홍보한다는 방침과 위변조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QR검증 방법에 대해 자영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교육을 강화한다는 계획만 내놓았다.

이에 미성년자에게 시달리는 자영업·소상공인들 사이에서는 ‘주민등록법’ 개정안 시행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위변조 신분증 공급책을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정작 이를 사용하는 청소년들의 일탈을 막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주민등록법’ 개정안 시행 이전에도 청소년이 위변조 신분증을 이용해 PC방에 출입하면 공문서 위조 및 부정행사죄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집행된 경우는 거의 없으며, 혐의가 인정되더라도 청소년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 기소유예처분 또는 보호처분이 일반적이었다. 그리고 청소년들은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신분증 위조를 주저하지 않았다.

개정된 ‘주민등록법’이 시행되는 올해도 억울한 자영업자들이 줄지 않는 등 가시적 성과가 도출되지 않는다면, 위변조 신분증 사용자인 미성년자에 대한 처벌 논의가 본격화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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